- ‘기혼여성의 재량시간 활용과 시간관리 실태연구’ 보고서 - 하루 중 가사관리 시간 여성 174분, 남성 22분 - 아이 돌봄 시간 여성 71분, 남성 23분 - 육아시간 20~30대에 집중, 60대 들어 다시 증가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결혼한 여성은 피곤하다. 남편 내조에 아이 돌보랴, 시댁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열일 제치고 도와야한다. 직장이 있는 결혼한 여성은 더 피곤하다. 아이도 있는 ‘직장맘’이 가장 피곤하다. 매달리는 아이를 겨우 뿌리치고 아침 일찍 출근해선, 잔업에 야근까지 척척 해치워야한다. “유부녀 되더니 퍼진다”는 소리 듣기 싫어 악바리처럼 일한다. 근무일도 아닌 일요일 아침에 일터에서 과로로 쓰러져 사망한 30대 ‘직장맘’ 공무원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정말 남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내가 이러려고 결혼했나”라는 자괴감마저 든다.
기혼 여성이 가사 관리에 들이는 시간은 기혼 남성의 약 8배에 달하는 것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나타났다. 가정 관리, 장보기 등 쇼핑, 아이 돌봄 등 가사 노동 분야에서 남녀의 투입 시간은 2~8배 가량 차이 났다. 물론 여성이 훨씬 많다.
29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발간한 ‘기혼여성의 재량시간 활용과 시간관리 실태연구’를 보면 기혼 여성이 가사 관리에 쓰는 시간은 하루 평균 174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남성은 22분으로, 3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는 전국 남성 1만2800명, 여성 1만42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거주지를 서울과 광역시 등으로 좁혀도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 ‘도시 기혼남’은 21분으로, 여성 173분과 비교해 8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아이 돌봄 시간은 그나마 나았다. ‘아빠’의 육아시간은 평균 23분, ‘엄마’는 71분으로 3배 가량 차이났다.
하지만 개인 유지나 취미 등에 들이는 시간은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다. 수면 시간은 남성 473분, 여성 470분으로 남녀가 비슷한 수준이다. 식사나 간식 시간은 남성이 126분으로 여성(120분) 보다 6분 가량 더 썼다.
소일 여가 시간은 남성이 201분으로 여성(181분) 보다 20분 더 남아돌았다. 오락ㆍ운동 등 여가 시간도 남성(42분)이 여성(31분) 보다 약 10분 더 많았다. 자기계발 등에는 역시 남성(10분)이 여성(9분)보다 더 투자했다.
유급 노동 시간은 남성이 382분으로 여성(183분)의 2배에 달했다. 거주지가 서울과 광역시인 경우 남성(384분)과 여성(171분)의 유급 노동의 시간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
평일과 주말을 구분해 보면 평일에 성격차가 더욱 심했다. 평일 가사관리 시간은 남성 16분, 여성 167분으로 여성이 10배 이상 길었다. 주말에는 남성 31분, 여성 186분으로 6배 가량으로 차이가 좁혀졌다.
주말 남성의 육아시간은 31분으로 평일(17분) 보다 13분 늘었다. 반면 여성의 주말 육아시간은 59분으로 남성 보다 많긴 하지만, 평일(79분) 보다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기계발 시간도 남성은 평일(9분) 보다 주말(11분)에 더 길었지만, 여성은 11분에서 7분으로 주말에 더 짧았다.
미취학 자녀가 있는 부부의 아이 돌봄 시간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성은 육아에 214분을 투입했다. 이는 가사관리(171분), 유급노동(68분), 소일여가(140분) 등 다른 활동과 비교해서 일과 중 가장 많은 시간이 들었다. 남성 육아 시간은 62분으로 1시간 정도였다.
연령별로 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가사 관리 시간이 길었다. 남성은 60대(32분)가 가사관리에 가장 많은 시간을 썼고, 40대(19분)가 가장 적었다. 여성은 20~30대(163분)가 가장 적고, 60대(198분)가 가장 많았다.
이이 돌봄 시간은 여성의 경우 20~30대(162분), 40대(45분), 50대(20분), 60대(26분) 등의 순서로 많아, 20~30대에 몰렸다.
남성의 육아 시간도 20~30대(48분), 40대(21분), 50대(9분), 60대(14분) 등 연령이 높을수록 감소했다. 남녀 모두 60대에 다시 돌봄 시간이 증가하는데, 이는 손자를 보는 시간이 늘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학력이 높을 수록 여성 가사관리 시간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고졸(175분), 대졸(172분), 석사(142분), 박사(120분) 순서로 투입 시간이 많았다.
또한 이번 조사에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 남성의 경우 유급노동시간이 길고, 여성은 가사노동에 투입하는 시간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를 남성은 돈버는 일 때문에, 여성은 가사노동 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지적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박건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여성정책실 연구위원은 “기혼 여성의 시간 불평등은 노동정책 변화, 성평등한 사회문화, 또는 가족문화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며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노동정책, 일ㆍ생활 양립을 위한 가족친화정책 등을 포함해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 남성의 장시간 유급노동시간을 줄이고, 적극적으로 가사 참여를 할 수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jsh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