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 기자는 올초(헤럴드경제 1월 23일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소비’가 빠졌다는 제목의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내수와 수출의 균형성장’을 경제정책의 핵심 목표로 내세웠지만 정작 내수의 핵심인 소비를 진작시킬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기사가 나가자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가계소득을 높이는 것 말고 소비를 늘릴 정책적 방안은 없다. 정부가 직접 임금을 올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소비부진으로 인한 실물경제 침체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30일 통계청이 내놓은 ‘4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가계의 소비활동을 추정해볼 수 있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1.7% 감소했습니다.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세월호 사고의 영향으로 음식ㆍ숙박(-3.2%), 예술ㆍ스포츠ㆍ여가업(-11.6%)이 많이 감소해 전월보다 1.0% 줄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 27일 밝힌 경제전망에서 당초 3.6%로 예상했던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2.7%로 0.9%포인트나 내렸습니다.

사실 한국 경제의 소비부진 현상은 아주 오래된 일입니다. KDI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에 56%였으나 2012년에는 51%로 하락했습니다.

민간소비는 전체 경제에서 가계로 환류되는 소득의 크기에 비례합니다. 소득이 늘어나야 소비 여력도 생기는 거니까요.

그런데 우리 경제의 총소득 대비 가계소득은 2000년에 69%에 달했으나 2012년에는 62%까지 하락했습니다. 2000년 이후 가계소득 비중의 하락 추세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는 그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라는 게 문제입니다.

소비위축은 ‘평균소비성향’의 하락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평균소비성향은 가계의 소비지출을 처분가능소득(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것)으로 나눈 수치입니다.

지난 26일 KDI가 내놓은 ‘연령별 소비성향의 변화와 거시경제적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최근 10년 동안 모든 연령층에서 평균소비성향이 감소했습니다. 특히 노령층에 접어들어서도 평균소비성향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 한국 경제의 특징이라고 KDI는 지적합니다.

2011년 76.7%였던 우리나라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2012년에 74.1%로 떨어지더니 2013년에는 73.4%로 주저앉았습니다.

한국 경제의 소비부진은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월호 참사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켰습니다.

원인은 여러가지로 찾을 수 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자리와 주거, 노후 불안을 소비심리 위축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습니다. 특히 연령이 높아지면 소득이 늘어나 소비도 자연스럽게 늘리는 게 정상인데, 연령이 높아져도 자녀 교육비와 결혼까지 책임지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소비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우리나라 가계의 독특한 특징입니다.

또 하나는 갈수록 벌어지는 기업과 가계간 소득격차입니다. 2000년 이후 총소득 대비 가계소득 비중이 떨어지는 부분 만큼 기업소득은 증가했습니다.

이는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성장과도 연관되는 부분입니다. 그 동안 일부 대기업 중심의 수출기업이 한국 경제 전반을 이끌며 일정 수준의 성장률 달성에 기여했지만 그 수출기업들의 과실이 내수(소비+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고 가계 소득 증대로 연결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박근혜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내수와 수출의 균형성장’을 말합니다. 정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규제완화, 특히 서비스업에 묶인 규제들을 완화해 투자가 확대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가계소득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면서 소비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합니다. 과연 투자확대→고용증가→소득증가→소비확대로 이어지느냐는 지적입니다. 즉 공급을 늘려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논리인데, 한국 경제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얘기합니다.

지금은 소비진작을 위한 미시적 접근이 필요할 때입니다. 소비를 늘릴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소비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소폭의 재정적자를 용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책 연구기관인 KDI도 “내수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균형재정 달성을 위해 재정정책 기조를 급격하게 전환하면 우리 경제의 성장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분간’이란 전제 하에 ‘균형재정’ 목표에서 조금만 자유로워지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은 굉장히 넓어지게 됩니다.

근본적으로는 전체 소득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기업과 가계간 소득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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