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ㆍ서지혜 기자]“안전, 안전, 그렇게 강조하는데도 꼭 안전모를 쓰지 않는 작업자들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안전모를 쓰라고 통사정도 해봅니다.”(대형건설업체 현장소장)
“경찰청은 물론 구청에서도 차선위반, 끼어들기 금지 홍보를 하는데도 잘 지키지 않아요. 홍보활동이 부족한 것 같지만은 아닌 것 같은데….”(경찰 관계자)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전’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재난사고는 줄을 잇고 있다. 26일 고양종합터미널에서 화재사건이 발생, 7명이 사망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시커먼 연기가 덮칠때 방화셔터는 한 대도 작동을 안했다. 인재(人災)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서울 지하철 4호선 금정역에서 폭발사고가 있었고, 2일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전동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역시 인재 확률이 크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전 사회가 ‘안전, 또 안전’을 부르짖고 있지만 도처에선 재난사고가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1차적 책임은 사고 해당 기관이나 관련 당국에 있다. 안전문제를 종합관리해야 할 의무에 소홀, 부실을 방관하고 재난으로 이어지게 만든 데에 따른 결과물에 엄벌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재난에 대해 우리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형참사는 ‘시민의 안전의식 실종’이 잔재로 있는 한,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사소하고, 귀찮을 수 있지만 ‘나 보다는 남‘을 중시하며 기초생활질서를 준수하는 나라, 궁극적으로 키즈(Kids)에서 실버(Silver)까지 모든 국민이 안전의식으로 중무장한 나라, 이것만이 대형참사의 데자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안전은 남의 일이다. “사고는 남의 일이겠지”라며 기초질서는 ‘내가 굳이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는 인색이 팽배하다.
대지진 참사에도 놀랄만한 질서정연함과 자제를 보여준 일본인들의 ‘안전 저력’은 일상에서의 재난 훈련 덕분이라는 것에 염두를 둘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안전에 관한한 부끄러운 일은 많다.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 트레이드타워(54층)와 아셈타워(41층)에서는 처음으로 모든 입주사 직원 9000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화재대피 훈련을 실시했다. 그렇지만 실제 대피한 사람은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훈련에 참가하더라도 진지함은 덜했고, 키득대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서해훼리호 침몰, 삼풍백화점 붕괴에서부터 세월호 침몰까지 재난의 역사는 계속됐고, 사회안전망 강화와 동시에 안전의식 제고를 해야 한다고 목청을 돋웠지만 성과는 거의 없다.
이에 대형사고 후 사고책임자를 엄벌하고 새 재난방지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의 가장 작은 단위인 기초생활질서를 지키는 노력들이 국민들 사이에 번져야 한다는 의견이 재차 대두되고 있다.
개선해야 할 점은 많아 보인다. 지난해 통계청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공질서 준수 여부’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차례를 잘 지킨다는 답은 58%였다. 나머지 42%는 안지킨다는 쪽이었다. 보행질서 준수는 31.9%, 공공장소 금연 준수는 30.6%였고, 교통질서 준수는 26.0%였다. 지키지 않는 시민들이 더 많은 것이다. 보행질서, 교통질서는 안전한 나라의 기본 요소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충격적인 수치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대부분 기초적인 안전 질서에 대한 ‘작은 무감각’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이런점에서 시민들 의식이 점차 질서를 지키는 것에 무감각해지지 않나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른 경찰서 관계자는 “관내 도로에 ‘3대 교통 무질서 집중단속’이라는 플래카드를 1년내내 내걸고 지정차로위반, 꼬리물기, 끼어들기 등을 하지 말아달라고 홍보하는 나라는 우리 나라밖에 없다는 얘길 들은 적 있다”며 “가장 기초적인 단위의 안전을 사소하거나 성가시게 여기는 문화는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에 안전부실의 고질병을 뿌리뽑고, 안전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안전인재 육성과 함께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황윤원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총체적으로 재난 관련 국가운영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을 정부가 혼자 하지 말고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관ㆍ민 합동위원회 방식으로 전환하면 안전의식 제고와 함께 뚜렷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안전 코리아’의 길은 시민과 힘을 합칠때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ys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