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공영방송 KBS의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최근 기자회견과 사내방송 특별담화를 통해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히며 “전 직원이 힘을 모아 상황을 수습할 때”라는 길환영 사장의 회유에도 임직원은 하루가 멀다 하고 등을 돌리고 있다. 길 사장과 현장에서 함께 뛰었던 고참 PD들도 사퇴 압박을 가했고, 길 사장의 입을 대신한 홍보실 정책 담당 팀장도 보직을 내려놨다.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 과정에서 촉발된 KBS의 정치적 독립성, 공정성 논란은 ‘청와대 외압설’로 확대됐고, 그 중심에 선 길환영 사장의 책임론이 커지며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길환영 사장의 특별담화 이후 사내에선 보직 사퇴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22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KBS 메인뉴스 '뉴스9'의 최영철 앵커 [사진제공=기자협회]
22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KBS 메인뉴스 '뉴스9'의 최영철 앵커 [사진제공=기자협회]
22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KBS 메인뉴스 '뉴스9'의 최영철 앵커 [사진제공=기자협회]
22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KBS 메인뉴스 '뉴스9'의 최영철 앵커 [사진제공=기자협회]
22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KBS 메인뉴스 '뉴스9'의 최영철 앵커 [사진제공=기자협회] 22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KBS 메인뉴스 '뉴스9'의 최영철 앵커 [사진제공=기자협회] 22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KBS 메인뉴스 '뉴스9'의 최영철 앵커 [사진제공=기자협회] 22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KBS 메인뉴스 '뉴스9'의 최영철 앵커 [사진제공=기자협회]

KBS 기자협회와 PD협회에 따르면 22일까지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보직 사퇴 의사를 밝힌 간부들은 본사 부장급 31명, 본사 팀장급 187명, 지역국장 12명, 지역 부장 42명 등 총 272명에 달한다. 본사의 경우 팀장급 310명 가운데 187명, 60.3%가 사퇴 의사를 밝혔으며, 지역 보도국은 부장과 팀장을 포함해 간부 45명 중 43명이 보직을 사퇴해 95.6%의 취재 보도 지휘부가 일손을 놨다.본사와 지역총국 보도본부 간부들이 줄줄이 보직사퇴했다. 부산과 대구, 광주, 제주 등 KBS의 8개 지역총국의 보도국장들은 ‘반성합니다. 사퇴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KBS 로컬뉴스를 책임지는 보직 간부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보직을 내려놨다. “지역 총국에선 이미 평기자와 팀장이 각각 제작 거부나 보직 사퇴에 나선 상황이어서 지역 보도국장의 보직 사퇴로 KBS 로컬뉴스도 사실상 ‘총체적 붕괴’ 상태에 놓였다”는 것이 KBS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기자협회와 PD협회는 제작거부에 뜻을 모았으며, KBS의 얼굴인 아나운서협회도 ‘길환영 사장의 즉각 사퇴’와 ‘KBS 이사회의 해임 제청안 가결’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제작거부에 동참하기로 했다.

현재 KBS 기자협회는 지난 19일부터 제작거부를 이어가고 있으며 PD협회도 23일 제작 거부에 동참한다. PD협회 제작 거부에는 라디오를 포함해 140여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피디 590여 명이 뜻을 모았다. 방송 제작의 두 축인 기자와 PD가 동시 제작 거부에 돌입함에 따라 뉴스와 시사에 이어 라디오와 예능.드라마 등 일부 프로그램들의 제작 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제작 거부에 앞서 KBS 공채 20기 이상 TV PD 111명은 22일 저녁 사내게시판에 ‘길환영 사장, 이제 물러나십시오’라는 성명서를 올렸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번 사태 본질은 협회나 노조의 정치행위도, 복잡한 파워게임도 아니다”면서 “핵심은 길환영 사장에 의해 KBS가 무너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의 사태를 계기로 KBS를 바로 세우는 노력에 우리도 적극 함께 하겠다”면서 “길환영 사장을 임명제청한 이사회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현명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덧붙였다. 이들 PD는 1981년 공채 8기로 입사한 PD 출신 길 사장과 같은 시기 현장에서 활동한 고참들이다.

편성본부와 제작본부, 지역국 소속 부장급 PD 13명도 “길환영 사장은 더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용퇴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보직에서 사퇴했다.

PD협회도 597명의 PD 명의로 된 ‘더 이상 PD를 부끄럽게 하지 마십시오’라는 성명을 내고 “길 사장이 온갖 변명과 ‘PD 출신 사장’ 운운할 때는 PD사장이 부끄러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성명에는 KBS 방송 프로그램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심의하는 PD 심의위원 13명이 동참했다. 심의의원들이 사내 현안, 특히 사장 퇴진 요구에 공동 연명한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23일 24시간 이어지는 PD협회 제작거부에는 라디오를 포함해 140여개 프로그램을 만드는 PD 590여명이 참석한다.

길 사장의 입지를 더욱 위태롭게 하는 것은 그의 입장을 대변해왔던 KBS 홍보실 팀장급 2명이 보직을 내려놨다는 점이다. 22일 홈보실 팀장 2명은 사내 온라인 게시판 ‘코비스’에 “KBS가 처한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한다”면서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장 직할 부서인 ‘수신료 현실화 추진단’ 소속으로 길 사장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의 21년차 중고참 팀장급 인사도 코비스에 “해명 잘 들었습니다. 물러나 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리며 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관계자는 이 같은 사내 분위기에 대해 “길환영 사장의 사내 담화 방송이 오히려 직원들의 분노를 가중시켰다고 분석된다”며 “길 사장은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했다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를 왜곡과 과장이라고 표현하며 변명으로 일관했고, 대통령 관련 뉴스는 20분 이내에 소화하라는 지침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지역뉴스 타이밍 때문이라는 핑계를 댔다. 사장의 담화 발표 소식에 사내 방송을 지켜보던 많은 간부와 직원들은 한숨을 내쉬었고,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인식은 오늘 하루 KBS를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오늘 보직 사퇴를 결정한 부서 가운데는 사장 직속으로 지금까지 사내외의 질타를 방어하며 사장의 입장을 전하던 홍보실 팀장 2명이 포함돼, 보직 사퇴 행렬이 점차 사장 직속 부서 등 측근들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23일 오전엔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KBS 직원들의 공동 기자회견이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다. 이 자리에는 KBS 양대 노조와 기자협회, PD협회가 참석한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