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ㆍ김지헌 기자]금융당국이 내놓은 공매도 대책을 비웃듯 공매도 세력의 활동이 여전한 가운데, 올해는 일부 증권ㆍ은행주들도 타깃이 되면서 주가하락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가 허용된 지난 2013년에도 이와 같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올해는 합병, 실적하락, 유상증자 등 이슈의 틈을 비집고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공매도 투자자들이 증권ㆍ은행주를 공략중이다.
▶공매도 비중 3배 급증, 미래에셋대우=최근 공매도가 두드러진 증권주는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4일부터 24일까지 공매도 규모가 올해 최고수준이었다.
25일 코스콤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미래에셋대우의 공매도 비중은 금액기준 평균 25.76%였다. 지난 23일에는 공매도 비중이 40.39%까지 치솟아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공매도 비중 평균이 7.52% 였음을 고려하면 이 기간 공매도는 이상 급등세를 보인 것이다. 공매도 비중이 급증하면서 주가는 8거래일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11.24% 빠진 주가는 24일 종가 기준 7030원을 기록했다.
한동안 미래에셋대우는 주가에 우호적이지 못한 이슈들이 불거져나왔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 종료(17일)가 임박한 상황에서 4일 임시 주주총회에 불참한 국민연금이 현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 아래로 떨어질 경우 손실을 우려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최종적으로 국민연금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나 합병을 반대한 주주들의 주식을 매수해야한다는 부담에 주가는 계속 약세를 보였다.
14일 발표한 실적도 썩 좋진 않았다. 미래에셋대우의 3분기 영업이익은 6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2.8% 감소했다.
금리인상과 채권가격 하락으로 인한 증권업계의 투자손실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공매도 세력은 이런 틈을 비집고 주가하락에 베팅했다.
그런데 한국거래소의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공시현황에는 대량보유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공시를 피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공매도 잔고 비율을 0.5%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의 합병결정 이후 주가하락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었고, 의도적인 시세조종이 의심된다는 글들도 나왔다.
▶2013년의 데자부(?)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가 문제된 것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공매도를 제한한 금융당국이 2013년 11월 14일부터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허용하자, 11월 KDB대우증권, 현대증권, 신한금융지주 등의 대차잔고가 급증했다.
공매도는 시장가격 밑으로는 호가를 낼 수 없도록 하는 업틱룰(up-tick rule)이 있기 때문에 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공매도의 증가가 시장 전반에 ‘공포심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KB투자증권은 금융주 공매도 허용이 국내 금융주에 단기수급상 부분적으로나마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한화투자증권이 2000억원 유상증자를 앞두고 공매도가 급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유상증자 소식이 발표된 지난 7월 11일부터 공매도가 급격히 증가해 9월 1일에는 공매도 비중이 47.95%(거래량 기준)까지 치솟았다. 공매도가 기승을 부린 8월 18일부터 31일까지 주가는 9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여승주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주주에게 공매도 세력과 함께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해명할 정도였다.
유상증자로 주가하락이 예상되고 투기세력은 이를 이용해 신주발행가와 기존 현물과의 차익거래를 노릴 수도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하는 신주의 발행가는 액면가(5000원) 이하인 2245원으로 책정됐다. 미리 공매도를 해두고 난 뒤 유상증자 이후 낮은 가격의 신주를 받고 이를 청산하면 차익을 얻게된다.
KB금융 역시 KB금융과 현대증권의 합병으로 공매도에 울상을 지었다.
2015년 이후 평균 8.19%에 불과한 KB금융의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중은 현대증권 지분 100%를 확보할 계획이라는 공시가 나온 지난 8월2일 이후부터 지난달 24일까지 평균 비중은 18.87%였다.
지난달 10일에는 공매도 비중이 40.48%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전반적으로 3분기까지의 증권사들 실적이 부진한 것이 매매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며 “합병과 관련된 증권주에 대한 공매도 증가는 합병 이후 가치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미약품 사태를 비롯, 일부 세력들이 유상증자를 공매도로 이용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자 금융당국은 최근 ‘유상증자시 공매도 금지’와 같은 공매도 규제방안을 발표했으나 실효성에 있어선 의문이 제기된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교수는 “공매도를 규제하려면 신용거래를 전부 제한해야 한다”며 “일부 부작용으로 공매도를 제한하는 것보다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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