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적시된 대통령 행위 대부분 안종범 수석에 대한 지시
-”국정수행의 일환“이라는 일부 주장 설득력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범죄 동기 표시되지 않아…검찰 추가 수사 불가피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이 공범으로 가담한 동기가 없다. 동기가 없으면 혐의 입증에 애를 먹을 수 있다. 검찰이 증거가 확실하다고 했으니 좀 지켜보자.”(A법무법인 대표변호사)
“공모했다면 범죄자간 각각 맡은 역할이 명확해야 한다. 이 공소장만으론 박 대통령의 공모 행위가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B부장판사)
최순실(60)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 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적시한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 혐의에 대해 재판에선 그다지 강력한 피의사실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을 변호하고 있는 유영하(54) 변호사가 주장한 것처럼 “대통령의 정상적인 국정운행의 일환”이라고 주장할 경우 별도의 반대 증거가 없다면 공모로 인정되기 어려운 혐의가 많다는 것이다.
<헤럴드경제>가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적시된 박 대통령의 행위를 확인한 결과 모두 22가지다.
우선 ‘미르, K스포츠재단 설립, 모금 관련 직권남용, 권리’ 공모 혐의에 박 대통령은 이 두재단을 직접 기획하고 추진하기로 결정한 주체로 나온다.
공소장에는 “2015년 박 대통령은 ‘문화융성’을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정해 적극적인 인적 물적 지원 등 행정력을 집중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한류 확산, 스포츠 인재 양성 등 문화, 스포츠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 설립을 추진하되, 재단법인 재산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소속 회원 기업체들의 출연금으로 충당하기로 계획했다”고 적시했다.
이게 공소장에 적힌 유일한 박 대통령의 공모 범죄 동기인데 이것만으로 부정한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통상적인 국정운행을 위한 사업 계획이라고 해석할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 이후는 줄곧 안종범 전 수석이나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지시한 내용이다.
공소장에 적힌 박 대통령의 22가지 행위 중 18가지는 안종범 전 수석에게 지시한 것이다. “2015년 7월20일경 10대 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 면담을 할 예정이니 연락하여 일정을 잡으라”고 했다거나, 이후 대기업 회장들과 면담을 마친 후,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금원을 갹출해 각 300억원 규모의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 등이다.
공식 보좌진으로 안 전 수석 외에 정 전 비서관에 청와대 비밀 문건 47건을 최순실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행위가 적시돼 있다.
그 외 최순실에게 “재단의 운영을 살펴봐 달라”고 지시한 것, 전경련 산하 기업인들에게 “문화 체육관련 재단 법인을 설립하려는 데 적극 지원해 달라”고 말한 것”이 전부다.
일단 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밀문건을 최순실에게 전달하라고 시킨 행위는 누가 봐도 '직무상 비밀누설' 공모혐의가 명확하다.
안 전 수석을 통해 KT에 인사청탁을 하고, 현대자동차 등에 특정기업을 잘 봐달라는 취지로 말을 전한 것도 그것만으로 '직권남용' 공모 혐의가 드러난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그런데 가장 결정적인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혐의는 모호한 부분이 많다.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을 만나는 행위, 공익 재단 설립을 위해 지원해 달라고 말한 것을 두고 직권남용을 했다고 보긴 힘들다. 공소장에는 최순실이 스스로 개인회사인 ‘더블루K’ 등을 이용해 편취하려는 의혹 등이 나타났지만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관계는 드러나지 않는다.
청와대측이 본격적인 법리 싸움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도 여기 있는 듯 보인다. 공소장에 표시된 대부분 혐의는 박 대통령이 공식 보좌진인 안종범 전 수석에게 지시한 것들이다. 그런데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이 모르는 사이에 과도한 충성심으로 기업들에게 강요했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이 사적인 이득을 챙기려고 시도한 것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과연 박 대통령이 퇴임 후를 대비했다든지 하는 공모 범행의 동기, 또 다른 범죄 공모 혐의에 대한 증거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가 향후 범죄 입증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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