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경남교육감 친인척ㆍ측근 비리
최순실 국정농단 데자뷔…도민들 ‘허탈’
[헤럴드경제=윤정희(창원) 기자] ‘측근, 실세, 인사개입 의혹….’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사고있는 ‘국정농단’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친인척, 측근, 교육청 공무원 등 6명이 학교 물품 납품업체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되자 “회초리 맞는 심정으로 사과드린다”며 경남도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지난 8일 학교 물품 납품 비리를 수사해 온 창원지검 마산지청이, 박 교육감의 사촌형 등 친인척 2명, 측근 2명, 경남교육청 시설담당 6급 공무원 1명과 관급자재 알선 브로커 1명 등 총 6명을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ㆍ불구속 기소하자, 이날 오후 박 교육감은 즉각 사과문을 발표하고 머리를 숙였다.
박 교육감은 사과문을 통해 “친인척과 측근 비리가 발생하여 도민과 교육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교육감 취임 후 청렴한 교육청 만들기에 진력해 온 사람으로서 충격적이고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박 교육감을 지지해 온 도민들의 허탈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취임 초기부터 교육가족들에게 어떠한 선물도 거부하자면서 청렴교육을 실천해왔고, 경남도의 일방행정에 맞서면서 서민들의 편에서 줄곧 교육행정을 추진해온 그였기에 실망감은 상당했다.
검찰 조사로 드러난 인척과 측근들의 전횡은 놀라웠다. 이들은 교육감과 친분을 이용해 공모하거나 단독으로 학교 시설 납품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이권을 챙겼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공무원들에게는 실세임을 내세워 고자세를 취했다. 발주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따로 불러 “말을 듣지 않으면 인사 조치를 하겠다”며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압력이 부당하다고 느낀 한 공무원은 해당 내용을 고발하는 전자우편을 교육감에 보내고, 교육감을 찾아가 만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된 박모(55) 씨는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 때 박 교육감 선거캠프에서 선거사무장을 맡았던 핵심 측근으로 지난해 9월부터는 경남학교안전공제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진모(55) 씨는 박 교육감의 이종사촌동생으로 2014년 지방선거 때 창원시 성산구 연락소장과 선거 외곽조직인 일출산악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한모(46) 씨는 일출산악회 총무를 맡았다.
이들은 지난해 4~10월 경남교육청이 발주한 학교 안전 물품 납품 건을 수주해 주는 댓가로 292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있다. 또 박 씨는 신설 학교에 설치할 태양광 발전 설비 납품을 도와주는 대가로 공급 가격의 20%를 뒷돈으로 받기로 약속을 한 혐의도 드러났다.
이들 3명은 또 박 교육감의 외종사촌형인 최모(57) 씨와 함께 또 다른 업체로부터 안전용품 납품 대가로 1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해당 업체는 실제로 창틀, 난간 지지대 등 안전물품을 일선 학교에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비리에는 교육공무원도 가세했다. 공무원 김모(46) 씨는 진 씨와 함께 경남교육청이 발주한 LED 납품 알선 명목으로, 브로커 정모(50) 씨가 소개한 납품업체로부터 각각 1665만원, 1269만원 상당의 주식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도민 김희조(45ㆍ경남 창원) 씨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시끄러운 판국에 교육감의 친인척과 측근들까지 교육행정을 농단했다니 어이가 없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로 교육감의 연루 여부까지 확실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교육감은 뒤늦게 감사관실을 통해 친인척에 대한 부당한 개입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고, 시설 발주 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도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미 그를 신뢰하며 지지하던 도민들의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