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작가들은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명성황후’ ‘신돈’ ‘욕망의 불꽃’ 등으로 유명한 중견 방송작가 정하연(69)이 국내 방송 사상 최초로 중국 TV드라마를 집필 중인 가운데 우수진 작가도 중국작가와 함께 TV드라마를 공동작업 중이다.
‘참 좋은 시절(KBS2)’을 만들고 있는 드라마제작사 삼화네트웍스의 안제현 대표는 최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 제작사와 공동제작하고 있는 TV드라마 ‘봉신연의’를 현재 중국 작가와 한국 작가 우수진 씨가 공동작업 중이다”고 밝혔다.
우수진 작가는 ‘제빵왕 김탁구’, ‘구가의 서’를 집필한 강은경 작가의 스태프로 활약했으며, 안 대표는 우 작가에 대해 “상당히 필력이 좋은 젊은 작가”라고 소개했다.
전작제로 진행되는 중국 드라마 제작환경에 맞춰 우 작가는 현재 대본 집필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봉신연의’의 경우 중국에선 2~3년에 한 번씩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될 만큼 사랑받고 있는 소재로, 중국 은, 주나라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중국 배우 판빙빙은 같은 소재를 다룬 드라마 ‘봉신방-봉명기산’(2007)에 출연하며 유명배우로 발돋움했다.
우수진 작가는 그간 중국 작가와 이메일로 소통하며 작업해오다, 최근 중국으로 들어갔다. 현지 작가와 직접 얼굴을 마주 하며 ‘봉신연의’를 함께 집필할 예정이다.
우수진 작가는 공동작업 형태로 중국 드라마를 집필 중이지만, 정하연 작가의 경우 국내 제작사를 통하지 앟고 작가 개인이 스스로 중국 대중문화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경우다.
정 작가가 쓰고 있는 ‘천년의 밥상’은 명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50부작 사극으로, 순수하게 중국 시청자만을 대상으로 한 현지 TV드라마(2월26일 헤럴드경제 단독 보도)다. 젊은 황태자와 평민의 사랑을 큰 줄기로 명나라의 역사와 권력투쟁은 물론 중국의 방대한 음식문화와 의학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정 작가의 경우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모은 ‘명성황후’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들이 중국에 알려지며 현지 대형제작사 측으로부터 꾸준히 러브콜을 받아왔다다.
작가들의 중국 드라마 시장 진출은 국내에서도 미개척 분야였기에 ‘언어의 장벽’으로 빚어지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정 작가는 앞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드라마 현장에선 작품에 개입하는 목소리가 워낙에 많다”며 “통역을 거치다 보니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쓸데없는 오해가 빚어지는 등 비즈니스 차원의 난관이 확실히 존재한다”며 현지 환경을 설명했다.
안제현 대표 역시 이에 공감했다. 안 대표는 “언어의 장벽은 두 나라가 공동작업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며 “일을 진행하는 데에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단지 한국 드라마를 만들어 수출하는 것과 양국의 프로듀서, 작가를 비롯한 주요 제작 스태프가 진출해 함께 일을 하는 데에 소통의 문제가 있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고 했다.
소통의 문제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를 현명하게 극복하고 중국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한 이해가 선행하면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봤다.
정 작가는 “중국 드라마 환경에 대한 이해가 선행하면 갈등을 줄일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대중문화 발전을 위해서도 앞으로 양국의 교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존의 글을 써오던 스타일과 버릇까지 다 고치기를 바라는 등 요구 사항이 많아 고민했지만 중국인이 시청하는 드라마를 집필하는 것이기에 중국인의 스토리와 정서를 담고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감정, 생활습관, 역사의학을 따라갈 수밖에 없으며, 우리 식에 맞춰 드라마를 쓴다는 것이 더 곤란하기에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됐다”고 전했다. 안 대표도 “2006년 ‘미로’라는 작품을 공동제작하며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시기가 빨랐고,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현명하게 소통하고 경험을 쌓으면 시행착오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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