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새해 증시전망 장밋빛 일색
번번히 예측 빗나가…양치기 목동 신세
[헤럴드경제=양영경ㆍ이은지 기자] 해마다 연말이면 증권사들이 장밋빛 새해 증시 전망을 내놓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면 시장은 증권사들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일부 증권사가 몇 년간 줄곧 내놓고 있는 코스피 상단 ‘2500선’은 커녕, 지난 2011년 4월 기록한 코스피 사상최고치(장중 2231.47p)에 단 한 번도 도달한 적이 없다.
연말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추후 하향 조정하는 행태가 연례행사처럼 이뤄지면서 투자자의 불신만 키우고 있다.
증권사가 매년 ‘양치기 목동’을 자청하는 셈이다. ▶내년에는 2500선 돌파?…현실은 ‘박스피’=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개 주요 증권사(삼성ㆍ유안타ㆍKTBㆍ한화ㆍ현대)가 지난해 말 예측한 올해 코스피 밴드는 평균 1879.17~2190.83포인트였다.
이들 증권사는 당시 올해 코스피 상단이 2112.50~2240.00포인트, 코스피 하단이 1870.00~1887.50포인트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단을 가장 낮게 잡은 증권사도 코스피지수가 2112.50포인트에는 도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의 예측은 예외 없이 빗나갔다. 올해 코스피 최고점은 장중 기준 지난 9월7일 기록한 2073.89포인트에 그쳤다.
지난 4일 종가 1982.02포인트에서 예측치(2190.83)까지 상승하려면 비정상적인 급등을 하지 않고서야 불가능하다.
하단도 마찬가지다. 올해 장중 기준 저점은 2월12일 기록한 1817.97포인트다. 이미 예측치(1879.17)를 한참 밑돈 수치다.
특히 지난해 1~5월에는 올해 코스피 상단을 2500선 이상으로 전망한 증권사도 다수였다. 현실을 보면 얼토당토않은 얘기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증권사들이 2014년 말 예측한 2015년 코스피 밴드는 1877.19~2190.94포인트였다.
지난해 실제 코스피 등락범위(장중 기준)는 1800.75~2189.54였다.
2014년 초 2300선으로 봤던 상단은 매월 하향 조정한 덕분에 예측치와 얼추 비슷하게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당초 예상치보다 더 큰 폭으로 내린 저점에 투자자들은 애를 태워야 했다. 이 중에선 하단을 1960.00포인트로 본 증권사도 있었다. 무려 160포인트에 달하는 괴리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년간 코스피 상단을 2500선으로 예상한 증권사는 매년 등장했다. 2012년2월에는 2013년 코스피 상단을 2700선으로 본 증권사도 나왔다.
예측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실제 코스피는 지난 2011년 이후 단 한 번도 2500선을 돌파한 적이 없다. 이 기간 사상 최고치는 2011년4월에 기록한 2231.47포인트다.
증권사들은 각종 돌발 악재 때문에 당초 전망한 코스피 전망치와의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는 중국발 이슈,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당초 예측이 빗나갈 수 밖에 없었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를 반영해 추후 하향 조정된 예측치라도 내놔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피가 매년 별다른 호재를 찾지 못하고 있음에도 실제보다 100포인트를 훌쩍 넘는 전망치를 내놓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는 어땠나…‘풍악’을 울려라? ‘뒷북’을 울려라!=지난해 말 수 없이 쏟아진 ‘장밋빛 전망’에도 올해 국내 증시는 중국발(發) 리스크라는 부담을 안고 시작했다.
코스피는 올해 첫 거래일(1월4일)부터 중국 증시 급락 여파로 2.17% 떨어지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이와 함께 외국인 매도 공세에 1월 중순 코스피는 1830선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대미를 장식한 건 브렉시트다. 증권사 다수는 브렉시트가 불발될 거란 전망과 더불어 설사 통과되더라도 한국 증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지난 6월24일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했고 국내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2012년5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61.47포인트(3.09%) 내린 1925.24에 마감, 장중 108.8포인트의 변동폭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1년 미국 신용등급 하향 우려로 코스피가 급락한 이후 최대치다.
지난 7월에는 한반도 내 사드(TAHH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확정에 증시가 또 한 번 주저앉았다.
같은 달 8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0.98포인트, 0.56% 내린 1963.10으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1950선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화장품, 관광 등 중국 소비 관련주는 일제히 떨어졌고,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으로 한류 스타와 더불어 한류 콘텐츠 규제에 나섰다는 소식에 엔터주는 줄줄이 신저가를 썼다.
‘내우(內憂)’도 몰아쳤다.
지난달 11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을 공식 발표하면서 ‘대장주’가 휘청거리자 국내 증시 전체가 요동쳤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8.04% 급락해 2008년 10월24일 13.76% 하락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이틀 새 24조원 증발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 비중 20%를 차지한 삼성전자가 급락함에 따라 코스피 지수도 24.89포인트(1.21%) 내렸다.
여기에 지난달 촉발한 ‘최순실 게이트’가 국내 증시를 또 한 번 끌어내렸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자 지난 1일 코스피는 장중 2000선이 붕괴된 뒤 2일에는 1960선으로 주저앉았다. 코스닥도 600선 사수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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