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4일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나서면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국정을 통할’하는 국무총리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
이날 오전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검찰 수사는 물론 특검까지 수용하겠단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직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박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헌법이 부여한 총리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고 밝힌 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역할과 권한은 ‘책임총리’ 수준을 넘어 ‘대통령 권한대행’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의혹의 화살표가 박 대통령에게 향하는 상황에서 위기 타개를 위해 자청한 수사가 공정하려면 박 대통령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종의 ‘정치적 하야’인 셈이다.
역대 대통령 권한대행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로 인한 최규하 총리(이후 제10대 대통령)와 노무현 탄핵 정국 때 고건 총리 등이 있다. 고 전 총리는 약 두 달 가량 이어진 권한대행 기간 동안 노 전 대통령과는 세 번 가량만 연락을 주고 받을 정도로 무난하게 역할을 수행했다. 반면 대통령이 위기에 몰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구원투수’라는 성격에서는 김영삼 정부 시절 이회창 총리와 가깝다. 총리가 실권을 쥐고 통치를 해나갔다는 점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총리가 전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참고용일 뿐이다. 최대 관건은 역시 박 대통령의 의지다. 대통령의 권력 공백에 따른 총리의 역할이 요구되지만 그럼에도 대통령 중심제에서 최대변수는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김 내정자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는 등 현 정부와 자신의 뜻이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협치’를 통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대통령과 다른 자신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보폭을 넓히면 청와대와 마찰을 피할 수 없다. 전격적으로 총리에 발탁됐다 4개월 만에 역시 전격적으로 물러나야했던 이회창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물론 이는 김 내정자가 총리직에 오른 뒤의 문제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김 내정자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황교안 현 국무총리가 임시 사령탑 노릇을 해야할 수도 있다. 그간 ‘관리형 총리’에 머물렀던 황 총리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시험대에 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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