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외국인의 부동산 처분기간 제한해야” 지적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제주도가 위험하다. 정부의 외국인 부동산 투자 장려 정책 시행 이후 ‘중국인 재력가’들이 몰려들면서 환경파괴는 물론, 지가 급등에 의한 원주민 소외 현상도 심각하다. 중국인들의 ‘제주도 러시’에 기름을 부은 ‘외국인부동산 투자 이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영주권 남발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에게 토지시장을 전면 개방한 캐나다ㆍ일본ㆍ영국ㆍ독일 증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제주도 시민사회에 따르면, 중국인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어닥친 이후 보전가치가 높은 자연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제주도민과 시의회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식물과 한대식물이 공존하는 것으로 유명한 제주도 ‘곶자왈’은 최근 중국계 자본의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곶자왈에 건설 중인 ‘신화역사공원 복합리조트’가 대표적인 예다. 곶자왈은 해발 200~600m 정도 중산간에 위치한 원시림으로 보존가치가 높지만, 이곳에는 외국인 전용 초대형 카지노가 건설되고 있다. 최근에는 개발이 제한됐던 한라산 중턱 천연보호 구역에도 추가 개발 허가가 떨어졌고, 서귀포 해안에는 중국 백통그룹의 ‘기린산장’ 조성 작업이 한창이다.

중국인 투자 광풍으로 인한 지가 급등과 원주민 소외 현상도 심각하다. 부동산 투자 이민 제도를 이용해 중국인이 한 건물 또는 한 블록 전체 건물을 구입한 ‘바오젠 거리’가 대표적인 예다. 일대 부동산을 집중 매입해 바오젠 거리를 조성한 중국인들은 연간 200%가 넘을 정도로 과도하게 임대료를 인상, 기존 상가 세입자들을 내쫓고 있다.

이런 폐해는 일반 주택시장으로도 이어져 2012년 1월 대비 2016년 1월 제주지역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21.7%로 전국 평균 10.1%을 크게 상회했다. 특히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최근 5년 42.7%로 전국 평균 14.4%의 3배에 육박하는 등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1일 쓰레기 발생량이 638.8톤에서 976.2톤으로 50% 이상 늘어나는 등 부가적인 문제도 현재 진행형이다.

문제는 이 같은 ‘출혈’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특히 중국인의 제주도 부동산 투자의 예상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실제 현행 부동산 투자 이민 제도에 따르면, 제주도에 토지를 취득한 외국인은 한국에 상시 체류할 필요가 없다. 비자가 만료되기 전에 재입국해 갱신만을 거듭(1년에 1회 입국 필요)해도 5년 후 영주권이 주어진다. “외국인이 영주권이라는 이권이나 부동산 단기차익만 챙기고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지적이 거듭해서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국토ㆍ해양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국의 경우처럼 영주권을 취득한 후에도 부동산의 처분기간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역 환경보전이나 향토산업, 미래동력산업 등으로 외국인 투자 분야를 다양화하고, 해안과 중산간 등 환경관리를 위한 법적 규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한편, 캐나다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포르투갈ㆍ일본 등은 외국인에게 내국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토지 소유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처럼 특별한 상징성을 갖는 지역에 대해서는 생태와 경관을 고려해 총 면적 대비 일정 비율의 외국계 토지 상한선을 지정하는 등 강력한 규제가 존재한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내국인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