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협상 거래계약서 논의 단계

경쟁사보다 앞서, 최종 조건 남아

오스탈 회장 “협상 상당히 진전”

동부 이어 남부도 거점 확보 주목

한화, 美 방산 공급망 진입 확대

한화그룹의 오스탈USA 인수 협상이 거래계약서 논의 단계까지 진전된 가운데 미국 정부 개입설까지 불거지며 인수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가 오스탈USA 조선소 인수에 성공하면 미국 동부 필리조선소에 이어 남부 앨라배마주에도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미국 조선업 재건 움직임에 발맞춰 현지 조선·방산 사업 확대에 나선 한화의 사업 기반도 넓어질 전망이다.

호주 경제매체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AFR)는 지난 3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호주 조선업체 오스탈에 미국 사업부를 한화에 매각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미 국방부가 오스탈의 사업 확장을 위한 미 해군과의 추가 계약 논의를 중단하기로 하는 등 미국 시장에서 오스탈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호주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일방적 지원 움직임에 나섰다는 주장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시각도 있다. 현지 방산 시장은 기존 사업자와 정부·군 간 장기간 구축된 관계와 공급망이 중요한 만큼, 인수 기업이 바뀐다고 해서 기존 사업구조를 급격히 바꾸기 어려우며 특정 기업을 노골적으로 밀어줄 유인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오스탈 회장 “한화와의 협상, 상당히 더 진전된 상태”=이 같은 개입설과는 별개로 인수전 자체는 한화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전되는 분위기다.

리처드 스펜서 오스탈 회장은 최근 호주 증권거래소(ASX)에 공개한 정기주주총회 연설문에서 한화와의 협상이 거래계약 문서를 논의하는 단계까지 진전됐다고 밝혔다. 한화 외에 와일드캣 인프라스트럭처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한화와의 협상은 ‘상당히 더 진전된 상태(significantly more advanced)’라고 평했다. 한화 관계자는 “최종 거래 조건 및 정식 인수 제안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한화는 지난 8월 미국 방산 자회사 한화디펜스USA를 통해 오스탈의 미국 사업 인수를 위한 10억5000만~12억달러 규모의 비구속적·조건부 제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업체인 미국 투자회사 와일드캣 인프라스트럭처는 지난달 오스탈USA의 기업가치를 12억5000만~13억5000만달러로 평가한 비구속적 인수 의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단순히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미국 조선업 재건이라는 정책적 목표에 부합하는 인수자로 평가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 입장에서는 오스탈USA 인수가 해외 조선소 추가 확보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2024년 인수한 필리조선소가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자리 잡고 있다면 오스탈USA는 남부 앨라배마주 모빌에 위치해 지리적으로 사업 거점을 분산할 수 있다.

조선소 규모에서도 차이가 있다. 오스탈 USA의 모빌 조선소 부지는 약 165에이커(약 66만8000㎡)로 필리조선소의 약 115에이커(약 46만5000㎡)보다 넓다. 오스탈 USA는 100만평방피트(약 9만3000㎡) 이상의 실내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시설 확장도 진행 중이다.

▶美해군 납품 실적·잠수함 공급망 참여 역량 보유=오스탈USA 인수에 성공하면 한화는 필리조선소와 함께 미국 내 상선·정부 발주 선박 및 군함 건조 기반을 확대하게 된다. 그동안 상선 건조를 주력으로 해왔던 필리조선소는 최근 미 해군 함정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달 29일 미국 해양서비스업체 토트서비스와 2억6900만달러 규모의 중형 상륙함(LSM) 1척 건조 계약(최대 추가 3척 건조 옵션 포함)을 체결했다. 다만 LSM은 해병대 병력과 장비·물자를 연안과 도서 지역으로 수송하는 상륙작전 지원 함정으로, 구축함이나 호위함 등 전투함과는 임무가 구분된다.

반면 오스탈USA는 이미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 납품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잠수함 공급망 참여 역량도 갖췄다. 과거 인디펜던스급 연안전투함(LCS)을 건조했으며, 예인·구난함(T-ATS), 원정고속수송함(EPF) 등 다양한 함정 사업도 수행해 왔다. 특히 제너럴다이내믹스 일렉트릭보트와 협력해 버지니아급·컬럼비아급 핵추진 잠수함의 주요 모듈을 생산하는 등 미국 잠수함 산업에서도 역할을 맡고 있다.

한편 한화는 미국 조선·방산 사업 본격화와 더불어 대관 활동도 강화 중이다. 미 현지 매체 사우스앨라배마뉴스 등에 따르면 한화디펜스USA는 워싱턴 소재 로비업체 체크메이트 거버먼트 릴레이션스와의 계약을 갱신했다.

미 의회에 제출된 로비 신고 자료에는 조선소 투자 관련 현안을 목적으로 백악관과 국방부 등을 대상으로 활동한다고 기재됐다. 업체 대표 찰스 맥도웰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가까운 인물로 알려졌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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