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면 사람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AI를 앞세운 조직 효율화와 인력 감축이 세계 기업들의 주요 경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섣부른 감원이 오히려 추가 비용과 경쟁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AI로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없앤 일자리를 다시 채우는 이른바 ‘AI 부메랑’ 현상이 나타나면서다.

지난 10월 29일 AP통신은 AI 도입을 이유로 인력을 감축했다가 직원을 다시 채용하는 기업들의 사례를 조명했다. AI가 예상만큼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거나 직원들의 경험과 조직 내부 지식을 대체하지 못하면서 인력 운용 계획을 수정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인력관리업체 로버트하프의 조사에서도 AI 도입 이후 직무를 없앤 경험이 있는 미국 기업 채용담당자의 32%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직무의 직원을 다시 채용했다고 답했다. 재채용 이유로는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조직 내부 지식과 업무 맥락(40%), 고객 등과의 관계 관리(39%), 예상보다 많은 인간의 감독과 품질 검증 필요성(38%) 등이 꼽혔다. 사업 수요 증가를 이유로 든 응답도 39%였다.

실제 스웨덴 금융기술기업 클라르나는 비용 절감을 위해 AI 챗봇에 고객 상담을 맡겼다가 지난해 인간 상담원 채용을 재개했다. 세바스티안 시에미아트코프스키 최고경영자(CEO)는 AI 챗봇에 대한 의존이 지나쳤다고 인정했다.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 역시 AI 기반 품질관리 도구가 기대한 성능을 내지 못하자 지난 6월 숙련 엔지니어 350명을 채용하거나 승진시켰다. 해고 직원의 직접적인 재고용 사례는 아니지만, AI 도입 이후에도 숙련 인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 기업들도 AI를 중심으로 조직과 업무를 재편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7월 AI 중심 사업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전직 지원과 인력 재배치, 전사적인 직무 재설계 작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조직별 AI 활용 영역을 파악하고 구성원의 역할을 재정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내에서 AI 도입이 곧바로 대규모 고용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8월 발표한 ‘AI와 노동시장’ 종합 분석에 따르면 조사 대상 2297개 사업체의 AI 도입률은 28.6%였다. AI 도입 기업들은 주로 인력 감축보다 반복 업무 경감과 생산성 향상, 업무 재구성을 목적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AI가 일부 업무를 대체하는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업무를 창출하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경영진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AI의 개별 업무 처리 능력과 직원 전체를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은 다르다는 점이다. AI 챗봇이 고객 문의의 상당 부분을 처리하더라도 복잡한 불만이나 예외 상황에서는 숙련 상담원의 판단이 필요하다. 문서 작성이나 데이터 분석을 자동화하더라도 결과를 검증하고 오류에 책임지는 역할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력 감축으로 절감하는 인건비뿐 아니라 AI 운영비, 품질 검증과 오류 대응 비용, 조직 내부 지식의 유실, 향후 재채용 비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도 성급한 인력 대체를 경계한다. 제임스 랜데이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 공동소장은 올해 엔비디아 GTC에서 개별 업무의 자동화 가능성만 보고 직원의 대체 여부를 판단하면 협업과 소통, 인간관계 등 실제 직무의 복합적인 특성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는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에 과도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AI 전문가 해나 폭스웰은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 ‘QCon London 2025’에서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직무 전체를 AI에 맡기기보다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를 선별하고, 창의적 판단과 문제 해결, 고객 공감이 필요한 영역은 사람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막기 위한 인간의 감독과 개입을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의 인식도 비슷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분석한 조사에서는 AI 활용 기업의 84.6%가 기술 도입 이후에도 사람이 수행해야 할 업무가 상당히 존재한다는 데 동의했다. 노세리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이 AI를 도입하면서 기존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급한 감원은 기업과 구성원 사이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P가 인터뷰한 인사관리 전문가들은 해고 후 복귀 제안을 받은 직원들이 더 높은 보수와 고용 안정성을 요구하거나 향후 인력 운용 계획에 대해 설명을 촉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숙련 인력을 다시 확보하는 데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AI가 사람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전에 인력부터 줄이는 방식은 경영 위험을 키울 수 있다. 해외에서 나타나는 ‘AI 부메랑’ 현상은 국내 기업에도 AI 전환의 출발점이 인원 감축이 아니라 사람과 기술의 역할을 다시 설계하는 데 있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