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트랜스젠더 공격 광고 21만7000회
광고비 1억8300만달러, 2024년보다 늘어
유권자 85% 경제 중시, 성소수자 문제 12%
고물가 불만 속 문화전쟁으로 보수층 결집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성소수자 관련 정책을 공격하는 선거 광고에 26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공화당은 오히려 트랜스젠더 관련 정책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전략을 택했다. 경제 문제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보수층의 문화적 가치관을 자극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과 관련 정치단체들은 지난 25일까지 트랜스젠더 관련 정책을 비판하는 TV 광고에 약 1억8300만달러(약 2600억원)를 지출했다. 광고 분석업체 애드임팩트가 집계한 결과로, 전국에서 방송된 관련 광고만 약 21만7000회에 달했다. 이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던 2024년 같은 시점의 광고비 1억5100만달러보다 약 21% 증가한 규모다. 민주당이 관련 광고에 지출한 금액은 약 1100만달러로, 대부분 공화당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화당이 성소수자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경제 상황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치솟는 휘발유 가격과 생활비 부담에 대한 우려를 상대적으로 축소하는 대신 민주당의 성소수자 정책을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미시시피주 코린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 시작 5분도 지나지 않아 민주당의 트랜스젠더 관련 정책을 공격했다. 전날 플로리다주 유세에서도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 스포츠 참여와 미성년자 성별 전환 의료 문제를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공화당은 이러한 쟁점을 민주당이 일반 유권자들의 가치관과 동떨어져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부각해 기존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공화당의 광고비는 일부 상원 경합지역에 집중됐다. 가장 많은 돈이 투입된 곳은 텍사스주다. 공화당은 텍사스 상원 선거에서 트랜스젠더 관련 광고에 약 5800만달러를 사용했다. 광고 방송 횟수는 5만회를 넘어섰다. 텍사스 상원 선거에서 방송된 광고 10개 중 약 2개가 트랜스젠더 관련 내용을 담았다는 의미다.
공화당 후보 켄 팩스턴을 지원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인 텍사스 PAC는 민주당 후보 제임스 탈라리코를 겨냥한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일부 광고는 탈라리코가 미성년자 성별 전환 수술에 세금을 사용하도록 지원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한 광고는 “자녀를 생각한다면 제임스 탈라리코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 광고는 약 1만7000회 방송됐으며, 광고비만 2300만달러를 넘었다. 다만 탈라리코는 미성년자 성별 전환 수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오하이오주에서도 공화당은 민주당 상원 후보 셰러드 브라운을 겨냥해 약 2600만달러를 투입했다. 광고에는 브라운이 미성년자 성별 전환 수술을 지지하거나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 스포츠 참여를 허용하려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적 사실검증 기관 폴리티팩트는 관련 광고 가운데 하나를 허위로 판정했다. 브라운 측 역시 광고 내용이 사실과 다르며 경제 문제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공화당의 광고 공세는 캔자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캔자스 상원 선거에서는 약 700만달러를 들여 관련 광고를 7000회가량 방송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500만달러 이상이 투입됐다.
주목할 점은 공화당이 막대한 돈을 투입한 성소수자 문제가 정작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와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8~12일 미국 성인 11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는 경제를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생활비 부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응답도 84%에 달했다. 이어 의료 문제가 69%, 이란 전쟁이 64%를 기록했다. 반면 트랜스젠더 관련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응답은 12%에 그쳤다.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이 경제와 전쟁에 집중돼 있는데도 공화당은 성소수자 문제에 막대한 선거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공화당이 이 같은 전략을 택한 배경에는 성소수자 정책에 대한 입장이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가치관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크리스 윌슨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는 “공화당은 이 문제가 민주당 후보들과 상당수 유권자 사이의 문화적 단절을 드러낸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랜스젠더 정책 자체가 최우선 투표 의제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유권자들이 후보의 입장을 통해 그 사람의 전반적인 가치관과 판단력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2024년 대선에서도 성소수자 관련 정책을 공격하는 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당시 트럼프 진영은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겨냥해 성소수자 정책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메시지를 내세웠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활용해 경제 문제에 대한 불만이 공화당에 대한 심판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실제 부동층을 설득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윌슨은 “흥미로운 질문은 공화당이 왜 이런 광고를 내보내느냐가 아니라, 이 광고가 여전히 누군가를 설득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미 그런 생각을 가진 유권자들의 태도를 강화하는 데 그치는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며, 광고비로 1억달러를 썼다는 사실만으로는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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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