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72초’ 성지환 대표를 만나다
조회수 200만 ‘흔한남자’ 도루묵 일상 모바일 콘텐츠 사상 첫 TV방송 기록 주목
“모바일에 특화된 콘텐츠는 어디에도 없어 72초 시간제약 탈피…향후 장편드라마도 추진 재미있는 영화·드라마가 미래 1등 될 콘텐츠”
넥타이 부대가 숲을 이루는 서울 대치동 포스코 사거리. 설립 2년 만에 업계를 평정한 주식회사 칠십이초는 이 곳에서 그 모든 ‘희한한’ 콘텐츠들을 제작한다. 오전 10시, 직장인들이 각자의 일터를 찾아간 시간. 한산해진 포스코 사거리 못지 않게 칠십이초의 사무실은 휑했다. “보통 10시 이후부터 출근을 하는데 보시다시피…하하.”(성지환 대표) 직장인들의 본거지에 자리 잡은 이 공간의 그림이 이질적이다. “뭐든지 삐딱하게 생각한다”는 직원들과도 닮았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이 시작되자, 곳곳에 숨어있던 서너명의 직원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대표님은 머리를 이렇게 해야 예쁘다”, “와! 예뻐요”를 연발한다. ’대표님‘를 향한 열광적 호응도 모자라, ‘예쁘다’는 찬사까지. 일상을 비틀어 바라본 칠십이초 콘텐츠의 시작에약간의 지분을 가진 조직 분위기다.
하루가 다르게 젊은 시청자가 떠나는 요즘 방송가의 화두가 ‘모바일’로 선회한지 오래다. 디지털 시대를 맞으며 콘텐츠의 포맷은 변화를 거듭 중이다. 지상파 방송3사는 앞다퉈 모바일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평균 클릭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도전이 쉽지만은 않다. 모바일 콘텐츠 시장 역시 침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강자는 있다. ‘미래 콘텐츠’를 고민하는 방송관계자들는 너나 없이 ‘72초TV’를 언급한다. 가장 주목받는, 가장 성공한, 가장 혁신적인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다. 총 49명의 직원 중 대다수가 20~30대, 40대는 단 둘뿐이다. 그 중 한 명이 성지환 대표다.
▶칠십이초의 다른 출발, “플랫폼은 상관없다…재미가 최우선”=모두가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가장 적합하게 ‘뽑아냈다’고 말하지만, 칠십이초는 태생부터 달랐다. 기존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나 방송사들이 ‘모바일’에 사활을 걸고 시장에 뛰어들었다면, 칠십이초는 “재밌는 콘텐츠 제작”이 1차 목표였다.
“짧고 리드미컬하고 일상을 다루는 콘텐츠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연찮게 그 영상이 모바일에서 보기 좋아진 시대가 된 거예요. 콘텐츠는 재미가 우선이지 모바일이든, TV든 플랫폼은 상관없어요.”
칠십이초의 전신은 공연기획사다. 성지환 대표는 2010년 공연기획사 ‘인더비’를 설립, “다양하고 실험적인, 거기에 재밌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했다. 공연기획만 했던 것은 아니다. 리쌍의 ‘TV를 껐네’ 등 두 개의 앨범에서 뮤직비디오 제작에 참여, 영상에도 뛰어들었다. 다양한 업무는 시행착오도 불러왔다.
“새로운 게 재밌는 건 아닌데, 새로움에 맛을 들이면 빠지기가 쉽더라고요. 돈을 벌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예술 창작회사가 돼버리더라고요.” 대중성의 부족을 절감하던 때에 과감히 회사를 접었다. 그게 2014년 11월이다.
드라마 ‘72초’는 사실 인더비 시절 만들었던 콘텐츠다. 랩도 대사도 아닌 ‘속사포 내레이션’, 단 2분 안에 ‘흔한 남자’ 도루묵의 일상을 보여준다. 네이버 TV캐스트에선 회당 100만~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모바일 콘텐츠 최초로 TV에 편성된 기록적인 콘텐츠다. 올 3월 JTBC2를 통해서다. 회당 분량은 2분 안팎이지만 8~10편 정도로 제작된 한 시즌이 엮여 방송됐다.
“진짜 재미있는 것은 일상이라는 걸 그 때(인더비 운영 당시) 굉장히 많이 공감했죠. 사실 ‘72초 드라마’를 2012년에 오픈했다면 이런 반응이 오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이야 모바일이 일상화됐지만, 저희는 시작이 달랐어요. 운이 좋게 2014년 무렵 MCN이니, 모바일이니 하며 업계가 생기기 시작했던 거죠. 어느 환경에 더 맞는 콘텐츠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콘텐츠라는 것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재미있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모바일친화적이냐, 아니냐는 그 다음 문제고요.”
▶미래 콘텐츠는 “그 때도 영화와 드라마” =칠십이초의 성장을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희망’으로 보는 이유는 아직까지도 자리잡지 못한 업계의 수익모델을 72초가 찾아가고 있다는 데에 있다.
파격적인 등장답게 칠십이초는 삼성전자, SK텔레콤, 쏘카 등 대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 콘텐츠를 제작하며 자체 수익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이 비지니스의 주요 자리”를 점하고 있다. 더불어 콘텐츠의 힘으로 불균형한 유통구조의 벽도 넘어섰다. 해외 시장 진출 계획도 세우고 있다. ‘72초’ 시즌1이 중국 내 14개 플랫폼에서 방송, 중국을 비롯한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까지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2년 만에 빠른 성장세를 거듭했지만, 칠십이초가 그리는 콘텐츠의 미래는 조금 더 멀리 있다.
“모바일에 특화된 콘텐츠라는 것은 현재 어디에도 없어요. 모바일 특화 콘텐츠라면 적어도 모바일로 볼 때 훨씬 재밌어야 할 텐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직 그런 것은 없다고 봐요. 다만 모바일 친화 콘텐츠가 있는 거죠. 지금 제작하는 감상형 콘텐츠로의 영상 역시 친화 쪽이지 특화까지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에요.”
이미 플랫폼으로서의 모바일과 TV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모바일 콘텐츠와 TV콘텐츠의 경계도 허물어졌다.
칠십이초는 현재 ‘시간의 제약’을 풀고 점차 긴 분량의 콘텐츠도 제작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지금의 콘텐츠 역시 길이만 짧을 뿐, 퀄리티와 스토레텔링 역량에선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제작한 콘텐츠에 보다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다. 기존 모바일 업계나 지상파 3사가 보여주는 정보 전달성의 짤막한 콘텐츠와도 방식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짧게 시작했지만 짧은 걸 고집하진 않아요. 향후 장편드라마도 생각하고 있고요. 자체 제작이 될지 기존 드라마제작사와 협업이 될지는 생각 중이에요. 저희가 장편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진 않아요. 다만 이제는 모바일 콘텐츠라는 말도 의미가 없어지고 있어요. 이미 TV 콘텐츠가 모바일에서 다 나오고 있죠. 콘텐츠의 입장에선 의미 없는 구분에 불과해요. 환경의 변화가 형태의 변화를 꾀할 수는 있지만, 콘텐츠의 본질은 해칠 수는 없거든요.”
지상파 방송사들의 위기처럼 환경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은 “당연히 성장”할 것이고, “유통구조로서의 모바일은 여러 형태의 구조 중에서도 가장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성 대표 역시 관측한다. “그렇다면, 그 때 일등이 될 콘텐츠가 뭐냐고 묻는다면…전 그 때가 되도 영화와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본질은 재미죠.” 칠십이초가 그리는 또 다른 미래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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