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하남 전세 올해 10%대↑, 서울보다 더 올라

1500세대에 전세 매물 ‘0건’…올해 1.5억 급등도

현장선 “공급 부지, 생활권과 멀어…관심 글쎄”

서울 종로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표 모습. [연합]
서울 종로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표 모습. [연합]

예비 신부 직장이 경기도 구리라서 그 일대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어요. 매물이 뜨자마자 전화했는데, 제가 11번째래요. 힘들게 예약을 잡았는데, 이미 첫 번째 본 사람이 계약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이런 적이 다섯 번은 돼요.

예비신랑 K씨(34세·직장인)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정부가 10만4000가구에 달하는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청년들이 겪는 당장의 전월세난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20~30대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수요가 높은 경기 구리·하남에서는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매물이 귀해지면서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두 지역에 약 3만3000가구의 신규 주택 공급을 약속했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 임대차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보다 전셋값 더 오른 구리·하남…“처음 본 사람이 가져가”

정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신규 주택 공급 후보지 가운데 경기 하남시와 구리시는 기존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해당한다. 주택 수요가 높고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지역으로, 정부는 구리 건원 1만4600가구, 하남 미사 1만2000가구, 하남 감일 6500가구 등 총 3만31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신규택지를 발표하며 “청년·신혼부부가 선호하는 도심 접근성이 좋은 곳에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규제지역에 지정돼 있는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해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하남과 구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26일 기준 각각 13.97%, 13.46% 상승했다. 서울 강남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에 교통망 확충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수도권 동부권의 대표적인 주거 선호 지역으로 자리 잡은 영향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전월세 시장이다. 하남과 구리는 올해 누적 전세가격지수 상승률이 각각 11.62%, 10.03%를 기록하며 서울 전체 상승률(8.91%)을 웃돌았다. 경기도 내에서도 광명(14.98%), 화성 동탄(14.86%), 용인 기흥(12.97%), 수원 영통(12.13%)에 이어 각각 5위와 6위에 올랐다.

현장에서는 전셋집을 구하기가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직장과의 거리, 교통 여건 등을 고려해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경우 역세권 아파트를 구해야 하지만 매물은 씨가 말랐고, 그나마 생긴 매물도 가격이 치솟는 실정이다.

경기 구리시 인창동에 소재한 인창주공 6단지는 1018세대 대단지지만, 현재 전세 매물이 0건이다. 1408세대의 인창주공 4단지도 전세 매물이 한 건도 없다. 어쩌다 나오는 매물은 가격이 급증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59㎡ 타입을 3억원대에 계약할 수 있었지만, 지난 9월부터 가격은 4억5000만원이 됐다. 1년도 안 돼 1억5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하남의 미사역 인근 대단지 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초역세권 미사강변골든센트로 아파트는 1541세대 대단지지만 전세 매물이 59㎡ 타입 딱 한 건 등록돼 있다. 해당 평수는 지난 6월 전세 보증금 6억원에 계약이 체결돼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이번 매물은 그보다도 1억원이 비싼 7억원에 시장에 나왔다.

하남시의 R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매물은 나오자마자 바로 계약이 된다”며 “매물 하나에 전화가 몰려오지만, 처음 본 사람들이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빨라도 2033년 입주…현장서 “공급부지 생활권과 거리 있어”

정부가 내놓은 공급 대책이 이러한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단기간에 해소할지는 미지수다. 신규택지 지정 이후에도 지구계획 수립과 토지 보상, 부지 조성, 주택 건설 등의 절차를 거쳐야 실제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착공을 마치고 2033년에 입주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공급 효과가 임대차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7만6700호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는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연합]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7만6700호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는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연합]

전문가들은 신규택지에 들어설 주택이 실제로 공급되기 전까지는 기존 주택의 임대차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공급 발표만으로 현재 전셋집을 구하는 청년층의 주거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구리시의 L 공인중개사는 “주택 공급이 발표됐지만 이에 대한 문의는 한 건도 없었다”며 “생활권이 모여있는 구리역, 장자호수공원역 인근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관심도가 떨어지는 듯하다”고 전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위원은 “2018년에 처음 발표된 3기 신도시도 첫 입주까지 8년이 걸렸다”며 “이번 신규택지 발표도 시장 안정 효과를 단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은 단기적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나 전·월세 가격을 즉각 안정시키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공급 부족 우려와 시장의 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당장의 전·월세 시장 불안에 대응하려면 신규택지 공급뿐 아니라 도심 정비사업과 공공임대, 비아파트 공급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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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시 고촌읍에 3만7000가구 규모의 김포아라 공공택지 조성 계획이 발표되자 토지 수용 여부를 묻는 전화가 잇따르고 일부 매물을 거둬들이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920099

h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