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논픽션 작가 리잉디 ‘탈주자들’
2019년 전후 나타난 ‘탕핑족’ 조명
“지방 소도시에 칩거…대안은 아냐”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중국 헤이룽장성 허강시에서 사는 여성 린원(29·가명)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혼자 산다. 장쑤성 창저우시에 살던 그가 러시아가 지척인 허강시까지 오게 된 것은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대도시의 삶이 지겨워서다. 평생 월급을 모아도 사기 힘든 집과 살인적인 물가, ‘평범’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기성세대 방식의 삶은 그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앗아갔다. 이에 그는 방값과 생활비가 싼 이곳에 와 방안에 스스로를 가뒀다.
중국에선 린원과 같은 ‘탕핑(躺平, 평평하게 눕다)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탕핑족이란, 생활비가 낮은 허강, 허비, 화이난 등 지방으로 이주해 외부와 교류를 끊고 최소한의 생활비로 사는 젊은이들을 뜻한다. 중국의 경제발전에 소외된, 가난한 도시 청년들은 대도시의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과 월세, 높은 물가 등에 지쳐 차 한 대 값으로도 집 한 칸을 마련할 수 있는 변두리 소도시로 이주해 TV 시청이나 게임 등을 하며 무기력하게 지낸다.
기자 출신 중국 논픽션 작가인 리잉디는 신간 ‘탈주자들’을 통해 주류의 삶에서 미래를 찾을 수 없어 ‘자기만의 집’을 찾아 떠난 청년들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대도시에서 몸과 정신이 피폐해진 청년들이 모인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의 커뮤니티 ‘은거바’를 주목, 3년간 그들이 향하는 5개의 변두리 소도시를 방문해 현장 취재에 나선다. 특히 2022년에는 러시아와 인접한 허강으로 직접 가 칩거하는 이들과 함께 생활을 하기도 한다.
저자에 따르면, 대도시를 떠난 중국의 청년들은 연고는 없지만 2만~3만 위안(한화 400~600만원)이면 집을 살 수 있는 지방 소도시로 이주해 사회생활은 물론 연애도 하지 않고 최소한의 욕망만 충족하며 고립된 삶을 산다. 장기 체류를 염두에 둔 일부 청년들은 게임 대리 플레이나 배달 전용 조리점 운영, 소액 주식 투자 등처럼 온라인을 매개로 최소한의 생계비를 벌기도 한다.
물론 이들도 ‘은거바’의 단체 채팅방에서 대화하거나 소소한 식사 모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임의 결속력은 느슨하고, 심지어 희미하기까지 하다. 모임에서 “아무도 모른 채 죽지는 말자”는 농담이 서슴없이 오가지만, 그 누구도 더 끈끈한 소통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들을 대도시로부터의, 전통적 인간관계로부터의 ‘탈주자’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탈주자들의 삶을 추적하면서 이들의 예민함과 나약함, 세상과 불화하는 감정 등을 집어낸다. 부모 세대가 기대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부모와 대립하며 입은 상처, 정해진 삶의 궤적을 따르고 싶지 않은 청년들의 고뇌는 결국 칩거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는 특정 계층의 일탈이 아닌, 사회 시스템이 강요하는 삶의 방식을 거부하는 청년들의 몸짓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청년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떠난 그곳은 과연 만족할 만한 도피처가 됐을까. 저자는 허강에 정착했던 왕리의 자살 소식을 전하며, 이곳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연결을 대체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세상과 건강하게 연결될 수 있는 길을 찾아 용기를 낸 그들에게 말한다. “자신만의 거실과 공간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탈주자들/리잉디 지음·김경숙 옮김/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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