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 D-1…공소청 개청식 비공개로 진행
새 조직 기대감보단 걱정과 우려가 앞서는 검사들
세부 지침 마련 분주…일선에선 “읽을 시간도 없다”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1948년 출범한 검찰청이 78년 역사의 마지막 날을 맞았다. 불과 몇 시간 후면 검찰청 간판이 내려가고 공소청이 문을 열지만, 일선 검사들은 새 조직 출범에 대한 기대를 품기보단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앞서는 모습이다. 향후의 사건 처리 방식과 수사기관과의 업무 관계 등을 규정하는 세부 지침이 완전히 마련되지 않은 데다 조직을 떠나는 검사들의 사직 행렬까지 이어지면서 검찰 내부의 어수선하고 침울한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1일 검찰에 따르면 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공소청 본청(現 대검찰청)에서 공소청 개청식이 열린다. 개청식은 언론 등 외부에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내부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다. 초대 공소청장(직제상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이정현 대검 차장검사는 이 자리에서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에 따른 공소청의 업무 방향에 대한 일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차장은 지난달 23일 첫 대검 출근길에서는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서 양어깨가 무겁지만, 공소청이 인권 옹호 기관, 인권 보호 기관으로 조기에 안착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직의 간판과 업무는 하루아침에 바뀌지만 일선에서는 아직 새로운 체제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국 검찰청에서는 최근 기존 검찰 간판과 상징물을 철거하고 공소청 간판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법무부도 지난달 29일 공소청 출범에 맞춘 검사 192명의 전보·보임 인사를 단행했다. 대부분의 고검·지검 검사장은 광역·지방공소청장으로 자리를 이어가는 등 출범 초기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문제는 실제 업무다. 직접 수사권이 사라진 이후 경찰·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수사기관과 사건을 주고받는 방식이나 구체적인 업무 관계 등 새 형사사법체계를 운용하기 위한 세부 실무 지침은 공소청 출범을 코앞에 두고도 완전히 정비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당분간 현장에서는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실무에 필요한 지침들을 개청 전에 모두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결국 개청 후 일선에서 좌충우돌하면서 문제를 발굴하고 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재경지검 형사부 소속인 한 검사는 “최근 변경되거나 새롭게 만들어진 지침에 대한 대검의 전파가 쏟아지고 있다”며 “간단히 이름만 바꾸는 것부터 복잡한 내용까지 다양한데, 개청을 앞두고 업무가 몰리는 상황이라 제대로 읽어볼 틈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지 막막하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검은 공소청 출범을 불과 사흘 앞둔 지난달 29일에도 경찰청, 해양경찰청, 중수청 개청준비단과 회의를 열어 기존 검사의 직접 수사 사건 이관 규모와 구체적인 이관 방식, 전자적 증거 처리 방안 등을 논의했다. 대검은 사건 이관 과정에서 수사와 사건 처리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줄사직으로도 드러난다. 조직을 떠나는 검사들이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잇따라 작별 인사를 남겼다.
지난달 29일에는 윤원기 수원고검 검사와 노선균 대구지검 2차장검사가 사직 인사를 올렸다. 윤 검사는 “18년5개월의 검사 생활을 마무리한다”며 “어려운 시기에 함께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노 차장검사는 “부족한 제가 검사로서 20년간 봉직할 수 있었던 것은 모범이 된 선배님들과 든든한 동기들, 열정 넘치는 후배님들 덕분이었다”며 “검찰 구성원 여러분들이 소나무처럼 굳건한 이상 검찰의 미래 또한 밝다고 믿는다”고 적었다. 소창범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도 지난달 30일 사직 글을 남겼다. 소 부장검사는 “우리는 단 한번도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일한 적 없다”며 “그것이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그토록 존경하는 이유”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소청 출범 초기 수개월이 새 형사사법체계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와 기소를 함께 담당해 온 조직이 기소·공소유지 중심 기관으로 바뀌는 만큼, 제도 변화가 사건 처리 지연이나 수사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수사기관과의 업무 관계를 얼마나 빠르게 정립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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