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30년 세계 최초 제품 점유율 25% 달성 목표

연매출 10억달러 블록버스터 5개 육성 로드맵 발표

韓 기술수출 경쟁 격화…파이프라인 차별화 시급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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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중국이 원료의약품(API) 공급처이자 거대 소비 시장에 머물던 과거의 정체성을 벗어던지고, 2030년까지 전 세계 혁신신약의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국가적 청사진을 공표했다.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 수 기준 ‘세계 1위’라는 양적 팽창을 발판 삼아, 글로벌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FIC) 신약의 25%를 자국 기술로 채우겠다는 ‘질적 패권’ 선언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 10개 중앙정부 부처는 지난 18일 이러한 내용을 뼈대로 한 ‘제15차 5개년(2026~2030년) 제약산업 발전 계획’을 공동 발표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바이오의약품 R&D 및 응용 분야에서 세계 선도적 지위를 굳히고, 바이오산업을 국가 안보 장벽과 결합된 핵심 기간산업으로 공식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2030년 FIC 신약 25% 목표…메가 클러스터 20곳·블록버스터 5개 육성

이번 계획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대목은 파격적인 목표 수치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개발되는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 중 자국 신약 비중을 25% 이상 확보하겠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혁신신약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을 20% 이상으로 유지하고, 신약 승인 건수를 세계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를 뒷받침할 제약산업 생태계의 체급 확장도 병행된다. 연간 주력 매출이 2000만위안 이상인 일정 규모 제약기업들의 합산 영업수익을 3조5000억위안(약 68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연 매출 100억위안(약 1조9000억원)을 넘는 대형 제약사를 50곳까지 육성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단일 품목으로 연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블록버스터 신약을 최소 5개 이상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산업 인프라 측면에서는 생산액 1000억위안 규모의 메가 의약 산업단지 20곳을 조성하고, 상장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을 10% 이상으로 제도화하며 혁신 의료기기 200개 이상을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을 통한 공정 고도화, 정밀 진단·치료 생태계 구축, 필수 원료 자급을 통한 공급망 회복력 확보, 글로벌 개방형 협력 확대 등 8대 분야 25개 핵심 과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한다.

중국의 오성홍기(왼쪽)와 미국 성조기가 나란히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AFP]
중국의 오성홍기(왼쪽)와 미국 성조기가 나란히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AFP]

세계 파이프라인 3분의 1 장악…해외 기술수출 1200억 달러 돌파

중국 정부의 이번 선언은 단순한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중국의 체급은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중국이 개발 중인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은 총 4751개로 전 세계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이미 규모 면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올해 상반기 중국 내에서 허가받은 혁신신약 38개 중 80%가 넘는 31개가 중국 자체 개발 품목이었으며, 연 매출 2000만위안 이상 제약기업의 부가가치 생산액도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다.

특히 올해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해외 기술수출 계약 총액은 전년 대비 36% 급증한 1200억달러(약 160조원)를 넘어섰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중국산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면서, 중국이 글로벌 R&D 공급 기지로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韓 바이오산업에 직격탄…기술수출 입지 위축·초격차 전략 시급

중국의 이 같은 바이오 패권 드라이브는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거대한 도전이자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장기적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요 수익 모델인 ‘글로벌 기술수출’ 시장에서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방대한 환자 모수를 바탕으로 막대한 자본과 빠른 임상 속도를 앞세운 중국 바이오텍들이 동일한 타깃의 후보물질을 저렴한 가격에 쏟아낼 경우, 빅파마 대상 라이선싱 협상에서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중국이 자체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과 내수 완결형 밸류체인 구축에 성공할 경우, 한국 기업들의 대중국 시장 진출 장벽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반면 미국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추진 등으로 중국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견제를 받는 틈새에서 국내 위탁생산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거센 공세 속에서 국내 바이오 생태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국이 모방하기 어려운 차세대 모달리티(치료 접근법) 발굴과 ‘퍼스트 인 클래스’ 타깃 발굴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파이프라인 차별화와 함께, 기초 연구 단계부터 글로벌 임상까지 이어지는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제도적·금융적 지원 체계 재정비가 시급한 시점이다.


silverpap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