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국제차관보, ADB 상임이사 등 국제금융·개발 정책통

겉모습만 따라한 개도국에 던지는 조언 “원리를 이해하라”

“번영은 목적지가 아닌 여정이다...과거 성공공식은 버려라”

[Routledge 홈페이지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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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국제 금융 정통 관료 출신인 송인창 전 주요20개국(G20) 국제협력대사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문학·사회과학 분야 학술 출판사에서 개발경제학과 아시아 경제발전 분야 책을 출간했다.

특히 이 책은 송 전 대사의 정책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의 본질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담당자와 연구자에게도 충분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일 관가에 따르면 행정고시 31회 수석합격자인 송 전 대사는 서울대 경제학과(학사),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석사), 영국 런던정치경제대 대학원 경제학(석사), 영국 요크대 대학원 경제학(박사) 등에서 학위를 받았다.

송 전 대사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과장을 맡아 위기 극복에 일조했으며 국제금융협력국장, 국제금융정책국장,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를 역임한 대표적인 최정상급 국제금융 전문가다. 올해 3월까지 G20 국제협력대사로 G20 외교활동을 지원하는 정부대표로 활동했다.

송 전 대사는 이같은 국제금융 및 개발 정책 수립·이행 경험을 바탕으로 1836년 설립된 영국계 세계적인 학술 출판사인 라우틀리지(Routledge)에서 저서 ‘아시아 경제성장의 비밀을 찾아서 (Asia’s Journey for Prosperity)’를 출간했다.

송 전 대사는 “이 책의 목적은 일본, 한국, 중국, 인도, 즉 ‘네 마리 아시아 기러기(Four Asian Geese)’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을 규명하는 데 있다”면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아직도 지속성장의 사다리에 오르지 못했으며, 일부 국가는 성장의 출발점에 도달하고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책은 그러한 국가들이 지속가능한 번영으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데 실질적인 참고서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현재의 도전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거 성공의 원인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산업정책, 수출주도 전략,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같은 과거의 성공 공식은 변화된 환경에서는 더 이상 동일한 효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면서 “이 책은 네 마리 아시아 기러기가 앞으로도 더 빠르게, 더 멀리 함께 비행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지침서”라고 강조했다.

송인창  송인창 전 주요20개국(G20) 국제협력대사 [헤럴드경제DB]
송인창 송인창 전 주요20개국(G20) 국제협력대사 [헤럴드경제DB]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기존 개발경제학의 접근법과 다소 다른 시각을 취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제성장론은 경제성장의 원인을 기술진보나 자본축적, 혹은 총요소생산성(TFP)과 같은 거시경제 변수에서 찾는다.

반면 송 전 대사는 이러한 설명이 경제성장을 사후적으로 분해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개발도상국에 실질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경제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는 ‘총요소생산성’은 자본과 노동의 증가(생산성 증가를 포함한다)로 설명되지 않는 경제성장을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연구개발(R&D)를 통한 기술발전’은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미 측정되고 이 총요소생산성과는 직접 관련되지 않는다.

송 전 대사가 제시하는 핵심 개념은 ▷자유롭고 개방된 시장경제(free and open market) ▷책임 있는 정부와 효과적인 정책(accountable government and effective policy) ▷교육과 인적자원 개발(education and human development) ▷저축과 투자에 기반한 자본축적(saving and investment, leading to capital accumulation) 등 ‘경제성장의 네 기둥(Four Pillars)’이다.

송 전 대사는 “경제성장의 네 기둥이 균형 있게 갖추어질 때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면서 “겉모습을 모방하지 말고 그 이면의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를 들어 토지개혁은 일본, 한국, 중국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모든 개발도상국이 동일한 토지개혁을 실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면서 “토지개혁의 핵심은 토지를 재분배한 사실 자체가 아니라, 농민의 생산성을 높이고 저축을 증가시켜 자본축적을 가능하게 했다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송 전 대사가 강조하는 미래의 핵심 과제는 ‘단순한 성장률 둔화가 아니고 경제성장의 목표를 어떻게 재정의하는가’이다. 또 경제성장(Economic Growth)과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을 명확히 구분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과거의 ‘성장 우선, 환경은 나중(Growth first, clean-up later)’ 전략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면서 “이제는 성장 자체보다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 경제정책의 새로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아시아가 직면할 또 다른 구조적 변화도 예의주시해야 한다”면서 “세계화는 과거처럼 빠르게 확대되지 않고 있으며, 미·중 전략경쟁과 공급망 재편은 국제경제를 점차 분절화(fragmentation)시키고 동시에 저출산과 고령화는 노동력 감소와 재정부담 증가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변화는 과거의 성공공식을 그대로 반복해서는 더 이상 지속적인 번영을 보장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면서 “경제정책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시장은 과거보다 더 큰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정부는 산업을 직접 통제하기보다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성장의 과실이 사회 전체에 보다 공정하게 공유되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 중요해진다고 송 전 대사는 내다봤다.

그는 “경제성장은 어느 한 번의 개혁이나 하나의 정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면서 “경제발전은 변화하는 국내외 환경에 맞추어 시장과 정부, 교육과 자본축적의 균형을 지속적으로 조정해 가는 끝없는 여정(journey)”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의미에서 책의 제목도 단순히 ‘Economic Growth’가 아니라 ‘Asia’s Journey for Prosperity’인 것”이라며 “번영은 이미 도달한 목적지가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며 앞으로도 계속 걸어가야 할 여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