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르 크렘레프, 푸틴에 훈장 수여받은 복싱연맹 수장

트럼프 주니어 부부 “친구의 관대한 선물”…후원 사실 인정

트럼프 “그가 누군지도 모른다”지만 당선 직후 축하 서한 받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오른쪽)와 그의 아내 베티나 앤더슨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오른쪽)와 그의 아내 베티나 앤더슨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러시아 사업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결혼식 직후 열린 바하마 파티 비용을 댄 것으로 확인됐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그의 아내 베티나 앤더슨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성명을 통해 러시아 사업가 우마르 크렘레프가 바하마의 외딴 섬들에서 열린 결혼식 후 이틀간의 축하 행사 비용을 부담했다고 확인했다.

주니어 부부는 성명에서 “친구가 베푼 믿기 어려운 정도로 통 큰 결혼선물이었으며, 우리는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이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녀들과 친구들이 결혼식 이후 축하 행사를 즐기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도 함께 공개됐다.

주니어 부부는 크렘레프가 비용을 부담한 주말 여행이 이미 이전부터 계획돼 있던 일정이었을 뿐, 애초에 결혼식 축하 행사를 목적으로 준비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실은 앞서 미국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가 처음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우마르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 들어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혼식 자체와 이후 열린 파티를 구분지어 “그건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애프터파티’였을 뿐, 별일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결혼식과 이후 파티 모두 참석하지 않은 멜라니아 여사 측도 선을 그었다. 멜라니아 여사 대변인은 “여사는 크렘레프와 어떤 관계도 맺은 적이 없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여사는 이번 결혼 행사 준비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고, 비용 마련 과정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그의 아내 베티나 앤더슨이 지난 6월 백악관에서 열리는 프리덤 250 UFC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UPI]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그의 아내 베티나 앤더슨이 지난 6월 백악관에서 열리는 프리덤 250 UFC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UPI]

WSJ은 하객들이 하트 모양 장식 아래서 포즈를 취했고, 한 하객은 게시물에 “세기의 결혼식”이라는 문구를 달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속에는 미러볼 아래서 춤추는 하객들, 신랑·신부 인형이 올라간 흰색 케이크, 불꽃놀이가 터지는 가운데 새 신부를 품에 안은 트럼프 주니어의 모습 등이 담겼다. 한 하객은 당시 행사장에서 러시아어로 대화하는 일행을 봤지만, 이들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WSJ은 전했다.

크렘레프는 자신이 2020년부터 이끌어온 IBA의 영향력 확대를 추진해왔으며, 트럼프 취임 이후 트럼프 주니어와 여러 차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모스크바 인근 도시인 세르푸호프에서 복싱을 시작했다.

크렘레프는 IBA 수장에 오른 이후 복싱계에서 이름을 알려왔으며, 협회의 명칭과 로고를 바꾸고 자신을 각종 행사의 중심에 세우며 행보 자체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과 후원 계약을 맺어 이 회사를 IBA의 최대 스폰서로 만든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크렘레프가 이끄는 IBA는 올여름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복싱, 종합격투기(MMA), 킥복싱, 맨주먹 격투기 등 10개 경기로 구성된 ‘베어너클’ 토너먼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에 머물고 있던 인플루언서 앤드루 테이트가 이 행사의 진행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테이트는 대회 전날 열린 홍보 행사에서 “내일 밤 모두 만나자”고 말한 지 하루 만에 강간 및 성매매 등 수십 건의 혐의로 자신에 대한 신병 인도를 요구한 영국 당국에 의해 행사장 밖에서 체포됐다.

크렘레프는 푸틴과의 유착관계로 인해 우크라이나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그를 러시아 영향력의 통로 역할을 하는 인물로 지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2025년 취임 직후에는 그에게 축하 서한을 보내 당선을 축하하는 한편,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복싱 종목을 제외하기로 한 결정을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 선수들이 자국 국기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크렘레프는 오랫동안 크렘린과 그 주변의 소수 정치인·사업가·보안기관 인사들의 이해관계에 맞춰 움직여온 인물로 꼽힌다.

지난 4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는 우마르 크렘레프. 세계 복싱 챔피언들에게 국가 훈장을 수여하는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복싱 연맹 집행위원회 위원장인 크렘레프에게 우정 훈장을 수여했다. [로이터]
지난 4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는 우마르 크렘레프. 세계 복싱 챔피언들에게 국가 훈장을 수여하는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복싱 연맹 집행위원회 위원장인 크렘레프에게 우정 훈장을 수여했다. [로이터]

그는 러시아 복싱연맹 회장을 거쳐 2020년 국제아마추어복싱협회(IBA) 수장 자리에 올랐다. 같은 해 푸틴 대통령은 그를 크렘린으로 초청해 스포츠 분야 공로를 인정하며 ‘조국훈장’을 수여했다.

또 크렘레프는 ‘건강한 조국’이라는 단체와도 연관돼 있다. 이 단체는 러시아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대규모로 납치·강제 이주시키는 데 관여한 혐의로 우크라이나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