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자기록등위작 등 혐의 적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실종신고를 접수하고서 실종자와 연락이 닿은 것처럼 허위로 기재한 뒤 사건을 임의 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모 경장(34)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부 경장이 미제 사건을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동료에게 인계해야 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상급자의 지휘·감독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고, 실종자의 범죄 연관성을 판단하는 경찰 내부 심의도 단체대화방에서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지검 형사1부(부장 이대성)는 18일 부 경장을 공전자기록등위작·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부 경장은 지난 5월 15일 30대 여성 장모 씨 실종신고를 전파받고도 장씨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부 경장은 장씨와 실제로 연락한 적이 없는데도 경찰 112신고처리시스템과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시스템에 마치 직접 연락해 신변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것처럼 허위 내용을 입력해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날에는 장씨와 직접 연락한 것처럼 내부 보고서까지 허위로 작성해 상급자에게 제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에 따르면 부 경장은 장씨 사건뿐 아니라 지난 7월 2일 신고된 60대 남성 박모 씨의 실종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허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의 가족에게는 “박씨와 연락했는데 신변에 이상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알렸지만 실제로는 박씨와 연락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 가족은 이후에도 연락이 닿지 않자 두 차례 직접 경찰서를 찾아 소재 파악을 요청했다. 하지만 실종수사팀은 이를 단순 상담으로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가족이 8월 21일 다시 실종신고를 한 뒤에야 수색이 시작됐고, 이튿날 박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부 경장이 이처럼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배경에는 ‘업무 부담’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실종사건을 미종결 상태로 남겨둘 경우,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다음 근무자에게 사건을 인계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사건을 임의로 끝냈다는 것이다. 부 경장은 성인 실종자의 경우 “어디에선가 살아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수사 결과 일선 경찰서의 실종사건 관리·감독 시스템 자체가 허술하게 운영된 정황도 나타났다. 부 경장의 범행은 모두 혼자 야간 당직근무를 하던 중 이뤄졌지만, 상급자의 지휘·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상급기관이 실종자를 직접 대면한 뒤 사건을 종결하라는 원칙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검찰은 확인했다.
특히 담당 경찰관이 종결 사유를 ‘변사’나 ‘교통사고 사망’으로 입력하면 프로파일링시스템에서 해당 내용이 곧바로 삭제돼 상급자나 다른 팀원은 사건이 접수됐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려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사유로 사건을 종결할 때도 별도의 통제 시스템이 없어 실종수사팀 경찰관이 상급자 결재 없이 단독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고, 사후 검토도 형식적으로 이뤄졌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실종자의 범죄 관련성을 판단하는 ‘합동심의’도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실종신고 이후 12시간 안에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에 대해서는 형사과장 주관으로 합동심의를 열어 범죄 관련성과 향후 수사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제주서부서에서는 형사과장과 실종수사팀원이 참여한 단체대화방에 112신고사건처리표를 공유하는 데 그쳤고, 범죄 관련성에 대한 실질적인 의견 교환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부 경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한 뒤 같은 달 25일 구속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4개 검사실로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이후 경찰청과 제주경찰청, 제주서부서를 압수수색하고 부 경장 휴대전화를 재포렌식하는 한편 부 경장과 상급자·동료, 실종자 유족 등 12명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 등이 추가로 확인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경찰의 실종사건 처리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운영돼 온 사실을 확인했다”며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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