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 뒤 교원·학부모 ‘필요’ 응답 감소

“채점 공정성·이의제기 먼저 마련해야”

중등교사노동조합이 국가교육위원회의 서·논술형 수능 숙의 결과를 두고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
중등교사노동조합이 국가교육위원회의 서·논술형 수능 숙의 결과를 두고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중등교사노동조합이 국가교육위원회의 서·논술형 수능 숙의 결과를 두고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숙의 결과 2037~2038학년도 도입을 선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지만 과반에는 못 미친 만큼 도입 시기보다 채점 공정성과 교원·전문채점관 확보 등 선결 조건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등교사노조는 18일 논평을 내고 “이번 결과는 도입을 서두르라는 요구가 아니라 학교 여건과 공정성 대책을 충분히 마련한 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뜻에 가깝다”고 밝혔다.

중등교사노조는 숙의 이후 수능 서·논술형 문항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5.5%로 숙의 전보다 2.8%포인트 줄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교원의 필요 응답은 19.2%포인트, 학부모는 13.9%포인트 감소했다. 2037~2038학년도 도입이 적절하다는 응답도 39.4%로 가장 많았지만 과반에는 미치지 못해 이를 도입 시기에 대한 합의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핵심 쟁점으로는 채점의 공정성을 꼽았다. 중등교사노조는 “2037년이 된다고 채점 인력과 공정성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숙의 과정에서도 채점 공정성이 가장 큰 우려로 제기됐다고 밝혔다. 학교 교육만으로 서·논술형 수능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점과 사교육 확대 가능성, 대규모 답안을 단기간에 채점해야 하는 문제도 해결 과제로 제시했다.

고교 내신의 서·논술형 평가 확대에 대해서도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인정답안과 부분점수를 둘러싼 민원이 행정심판이나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교사의 평가권을 보호할 기준과 학교·교육청 차원의 대응체계를 우선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능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려면 충분한 교원과 전문채점관을 확보하고 복수채점, 채점기준 공개, 이의제기 절차와 책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채점에 대해서는 “채점을 돕는 도구일 뿐 점수의 근거를 설명하고 오류와 이의제기에 책임지는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노조는 서·논술형 평가 확대가 사교육과 지역 간 교육격차를 키울 가능성도 제기했다. 대학 서열과 노동시장 구조 등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평가 방식만 바꿀 경우 논술 작성·첨삭 사교육이 늘고 학교와 지역의 교육여건 차이가 새로운 입시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국교위가 국가교육발전계획에 구체적인 도입 시기를 먼저 못 박기보다 교원·전문채점관 확보, 복수채점과 이의제기 절차, 평가 민원에 대한 기관 대응, AI 활용 범위 등 시행 조건과 검증 기준부터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희정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2037년이라는 숫자가 교원을 충원하고 채점의 공정성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며 “이번 숙의 결과는 도입 시기를 정한 것이 아니라 충분한 준비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경고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교위는 언제 도입할 것인지보다 무엇을 갖춰야 하고, 그 조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어떻게 시행을 유보할 것인지부터 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runc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