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韓·中 9700억원 시설 투자
SK실트론 지분 인수 2.3조원 베팅
AI 감속론에도 올해 3.5조원 추가
장기적으로 반도체 수요 견조 판단
두산이 반도체 사업 확대를 위해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 동박적층판(CCL) 증설, 반도체 웨이퍼 기업 인수 등 반도체 관련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최근 ‘인공지능(AI) 속도조절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탄탄하다고 판단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관측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올해 들어서 반도체 관련 사업에 3조4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우선 CCL 증설에 1조1500억원을 투자했다. 전날에는 우리나라와 중국에 9700억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고, 지난 4월에는 1800억원을 투자해 태국에 신규 생산라인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CCL은 AI 반도체용 기판의 핵심 소재이다.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 가속기, 네트워크 스위치, 광모듈 등에 폭넓게 쓰인다.
두산은 이번 투자로 국내에 광모듈용 CCL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중국에는 AI 가속기 네트워크 스위치용 CCL을 만드는 공장을 건설하다. 태국 공장은 네트워크 장비용 고성능 CCL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두산의 일부 CCL 생산라인은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100%가 넘는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두산은 이번 증설을 통해 고객사들의 주문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은 물론 기술과 생산 역량을 갖춘 CCL 공급사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게 됐다.
㈜두산은 지난 7월 SK실트론 지분 70.6%를 인수하는 데 2조3000억원을 투입했다. SK실트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제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12인치 웨이퍼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이다.
두산은 2022년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인 두산테스나 인수를 기점으로 반도체 포트폴리오 강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올해 조단위 투자를 통해 전공정 소재(웨이퍼, CCL)와 후공정(테스트)을 폭넓게 아우르는 반도체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게 됐다.
두산의 최근 투자는 AI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상황 속에서도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앤트로픽과 오픈 AI, 구글딥마인드 등 글로벌 AI 기업들은 최근 보안 등을 이유로 AI 발전 속도를 의도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 AI 기업들이 투자를 줄일 경우, 데이터센터 등 각종 AI 인프라에 투입되는 반도체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럼에도 두산이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현재의 강한 반도체 수요가 장기적으로도 견조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속도조절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각자 보유한 AI 모델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속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가 이어질 시 반도체 수요는 우상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반도체 시장의 실물 수요는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최근 4개 분기 연속으로 전 분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대한 의지가 강한 점도 조단위 투자에 영향을 미쳤다. 두산은 과거 구조조정 여파로 일부 계열사들을 매각한 결과 원전 주기기와 발전, 소형 건설기계 등 주력 사업을 전개하는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켓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두산그룹 매출에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훌쩍 넘는다.
협동로봇과 연료전지 등 미래 먹거리의 잠재성은 크지만, 주력 사업들과 달리 매출 규모는 작다. 특히 협동로봇 사업을 전개하는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 330억원에 머물렀다. 연료전지를 양산하는 두산퓨얼셀의 지난해 매출은 4548억원이다.
두산으로서는 당장의 매출 규모를 키우기 위해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산이 인수를 단행한 SK실트론의 연간 매출 및 영업이익은 지난해 기준 각각 2조원, 4000억원이다. CCL 사업을 전개하는 ㈜두산 전자 비즈니스그룹(BG)의 지난해 매출은 1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올해는 3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영대 기자
yeongdai@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