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RSV 입원자 작년 1.7배…가정 내 2차 전파 심각
환자 절반 폐렴 진단…기저질환 악화율 최대 80%
예방 백신 ‘아렉스비’ 1회 접종…세 시즌 방어력 유지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다가오는 추석 명절 오랜만에 손주를 품에 안을 생각에 설레는 조부모들이 많지만, 반가운 만남 이면에 치명적인 호흡기 감염병의 경고등이 켜졌다.
감염에 취약한 영유아와 고령자가 한자리에 모여 밀접하게 접촉하는 명절 특성상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가 급격히 확산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본격적인 유행 시기인 10월에 진입하기도 전부터 고령층 입원 환자가 지난해 연간 총합을 훌쩍 넘어서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유행 전부터 65세 이상 입원자 급증…추석 ‘가족 간 전파’ 주의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 표본감시 통계에 따르면 올해 34주 차 기준 65세 이상 RSV 감염증 입원 환자 수는 324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전체 고령층 입원 환자 수(1906명)의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통상 늦가을부터 시작되는 RSV 유행 시기를 앞두고 벌써부터 노년층을 중심으로 가파른 확산세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RSV는 기침이나 재채기 등 호흡기 비말을 통해 쉽게 전파된다. 유행기에는 감염자 1명이 주변 약 3명에게 전파할 만큼 감염력이 강하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머무는 가정 내 2차 전파율은 11.6%에서 최대 39.3%에 이른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가 바이러스를 보유한 상태에서 명절을 맞아 조부모와 포옹 등 밀접 접촉을 가질 경우 치명적인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염 시 절반 이상 폐렴…일상생활 마비에 만성질환자 입원율 13배 폭증
고령층의 RSV 감염이 유독 위험한 이유는 단순 감기 증상에 그치지 않고 치명적인 중증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RSV로 입원한 65세 이상 환자의 56.8%가 폐렴 진단을 받았다. 25%는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며, 10.6%는 끝내 병원에서 사망했다.
퇴원 후에도 후유증은 길게 남는다. 60세 이상 환자 대상 연구 결과 입원 6개월 뒤에도 환자의 33%가 식사, 옷 입기, 화장실 이용 등 필수적인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었고, 32%는 장보기나 빨래 같은 도구적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저하된 것으로 조사됐다.
기저질환자에게는 더욱 치명타다. RSV 감염 시 일반 성인 대비 입원 위험은 천식 환자가 약 2~4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가 3~13배, 심부전 환자는 약 8배까지 치솟는다. 실제 60세 이상 RSV 입원 환자 중 COPD 환자의 약 80%, 천식 환자의 약 50%, 심부전 환자의 약 38%가 입원 중 기저질환 악화를 경험했다.
조혈모세포나 장기 이식을 받은 암 환자 등 면역저하자의 연간 RSV 관련 입원율 역시 인구 10만 명당 862건으로, 일반 성인(184건)보다 4.7배가량 높다.
치료제 없어 사전 예방 필수…전용 백신 ‘아렉스비’ 만성질환자에 95% 예방
현재 성인 RSV 감염증은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 외에 뚜렷한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없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을 통한 사전 차단이 유일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예방법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대표적인 RSV 백신인 ‘아렉스비’는 60세 이상 전체 성인과 18~59세 고위험군 성인을 대상으로 쓰인다.
아렉스비는 노화로 인해 면역 반응이 떨어지기 쉬운 고령층의 면역 유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면역증강제(AS01E)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임상 연구에 따르면 아렉스비는 60세 이상 성인에서 하기도 질환 예방 효과 82.6%를 기록했으며, COPD·천식·심부전·당뇨병 등 기저질환을 1개 이상 앓는 60세 이상에서는 94.6%의 높은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
한국인 대상 하위 분석에서도 글로벌 임상과 유사한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됐다. 또한 RSV A형과 B형에 공통 존재하는 F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두 아형 모두를 방어하며, 1회 접종만으로 세 번의 유행 시즌에 걸쳐 지속적인 예방 효과를 보인다.
미국 실제 임상 데이터(RWE)에서도 60세 이상 입원 예방 83%, 응급실 방문 예방 77%의 강력한 실질 효과를 입증했다. 이러한 임상적 혜택을 바탕으로 대한감염학회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75세 이상 고령자 전원과 50~74세 기저질환자·면역저하자에게 RSV 백신 1회 접종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이번 고령층 입원율 폭증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호흡기 감염병의 조기 유행 패턴을 극명히 보여주는 지표로, 단순한 개인위생 차원을 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국내 환경에 맞춘 고위험군 중심의 선제적 백신 방역 체계 전환이 시급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정동혁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추석은 가족 간 접촉이 늘어나는 반면 호흡기 바이러스가 본격 활동하는 시기인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여러 세대가 모일 때는 호흡기 증상이 있을 시 접촉을 피하는 등 위생 수칙을 준수하고, 75세 이상 고령자나 심부전·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는 50세 이상 성인은 유행 직전인 초가을 전문의와 상의해 백신 접종을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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