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일본에서 아르바이트와 파트타임 근로자의 평균 시급이 최저임금을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건설과 제조, 운반·청소 등 사람이 직접 현장에서 수행해야 하는 직종에서 임금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심각한 인력 부족 속에서 기업들이 최저임금 수준만으로는 필요한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실제 채용 시장의 시급이 빠르게 올라가는 모습이다.
15일 일본 구인정보업체 딥(DIP)이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구인사이트 ‘바이토루’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의 아르바이트·파트타임 전국 평균 시급은 1350엔(약 1만1800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달보다 17엔, 1.3% 상승한 것으로 11개월 연속 전년 수준을 웃돌았다. 지난달 바이토루에 등록된 구인 건수도 약 39만6000건으로 전년보다 24.7% 증가했다.
현재 적용 중인 일본의 전국 평균 최저임금 1121엔과 비교하면 실제 아르바이트 구인 시급은 약 20% 높은 수준이다. 법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최소 금액보다 더 높은 임금을 내걸어야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업종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직종별로 보면 현장 업무에서 상승폭이 특히 컸다.
건설직 평균 시급은 1570엔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9엔 올랐다. 전체 아르바이트 평균 시급보다도 200엔 이상 높다.
운반·청소·포장 등의 직종은 1402엔으로 전년보다 165엔 상승했고, 제조·기능직 역시 127엔 오른 1451엔을 기록했다. 음식점 관련 직종은 45엔 오른 1218엔, 판매직은 64엔 상승한 1227엔이었다.
이들 직종은 건설현장이나 공장, 물류시설, 매장 등 특정 장소에서 사람이 직접 움직여야 하는 업무가 많다. 로봇이나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확대되고 있지만 단기간에 모든 작업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이 시급을 높여 근로자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장직의 시급 상승은 최근 한 달에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딥의 앞선 조사에서도 운반·청소·포장과 제조·기능, 건설 분야의 시급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뛰는 흐름을 보여왔다.
지역별로는 수도 도쿄를 포함한 간토 지역의 평균 시급이 1421엔으로 가장 높았다. 규슈가 1334엔, 오사카와 교토 등이 포함된 간사이는 1326엔, 도카이는 1299엔으로 집계됐다.
반면 모든 직종의 몸값이 함께 오른 것은 아니다.
지난달 전문직 평균 시급은 1593엔으로 절대적인 금액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지만 전년 동월보다 188엔 떨어졌다. 교육직은 122엔 하락한 1577엔, 사무직 역시 77엔 낮아진 1331엔으로 조사됐다.
이에 일본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일부 사무·전문 업무와, 현장에서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한 직종 사이에 임금 흐름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직종별 시급 변화를 AI의 영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업종별 인력 부족 정도와 필요한 숙련도, 근무 지역, 근무시간, 계절적 채용 수요 등 여러 요인이 임금에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실제 아르바이트 현장의 시급이 법정 최저임금을 웃도는 사례가 많다.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이 지난 7월 아르바이트 경험자 9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실제 평균 시급은 1만1233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1만320원보다 약 8.8% 높았다.
일본의 아르바이트 임금은 올가을 또 한 번 변화를 맞는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6년도 지역별 최저임금 인상안의 전국 가중평균은 1177엔으로, 종전 1121엔보다 56엔 오른다. 새 최저임금은 지역에 따라 10월부터 12월 초까지 차례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평균 구인 시급과 법정 최저임금의 격차는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현장 인력난이 계속될 경우 기업들의 ‘최저임금 이상 주기’ 경쟁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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