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강한 일본’과 ‘책임있는 확장재정’을 추구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내각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미국과 일본이 두 차례나 공조에 나설 만큼 엔화가 약세인 데다 국채 금리까지 오르는 상황에 국방비 증액 추진이 금융시장과 일본 정부의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현지시간) 최근 일본 방위당국자들이 미국 측과의 회담에서 국방비를 대폭 증액할 의향을 밝혔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소식을 전한 소식통은 일본이 검토하고 있는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10년에 걸쳐 국방비를 GDP 대비 3.5%로 증액하기로 한 한국과 비슷한 속도로 국방비를 늘리는 것을 들었다. 소식통은 3.5%보다 낮은 3% 정도로 국방비 증액 목표를 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소식에 숫자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아구인 기미히토 일본 방위성 보도관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방위력 정비는 우리 국토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근본적인 원칙에 따라 독자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면서 “미리 정해진 지출 수치에서 시작하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방위력의 실질적인 내용”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가 강한 일본을 내세우며 국방비 증액을 의욕있게 추진하는 데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동맹들에게 국방비 증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검토 가능한 사안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해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3월 종료된 회계연도에서도 국방비 지출을 애초 계획보다 2년이나 앞당겨 GDP의 2%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22년까지 일본은 국방비가 GDP 대비 1%가 ‘비공식적 상한선’이었는데,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증액한 움직임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해석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은 이미 지난 6월에 GDP의 3.5%가 국방비 지출의 글로벌 기준이 됐다고 언급하면서 국방비 지출 상한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비쳤다. 여기에 미국의 압박도 가세했다. 지난달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일본의 국방비 지출과 관련해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로버트 워드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일본 석좌도 일본 내 정책 입안자들과 관료들 사이에서 국방비 대규모 증액을 위한 기초 작업이 마련됐다 전하면서 “일본이 언제 3.5%로 전환할 것인지는 시점의 문제일 뿐”이라 말했다. 그는 “5년에 걸치든 10년에 걸치든, 미일 동맹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고려할 때 다른 대안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국방비 증액 검토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 시장은 가뜩이나 일본의 국채 금리 상승으로 차입 비용 부담이 커지는데, 이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일본 국채는 10년물 금리가 15일 3%를 넘어서며 1996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다. 여기에 오는 18일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것을 감안하면 향후 일본 정부의 차입비용은 눈덩이 불어나듯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것도 일본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엔화 가치는 15일 기준 달러당 155.24엔까지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였다. 환율로 인해 차입비용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모양새가 되는 데다,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방위력 확장도 이루기 어렵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해외 무기 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이코스모증권의 아이바 다이스케 애널리스트는 “재정적 우려가 있어, 투자자들이 이 같은 소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일본이 현재 제한된 범위를 넘어 실질적으로 방위력을 확장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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