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대전 둔산동 핵심지 신고가 거래
수도권 투자 막히자 지방 ‘대장주’로 매수 쏠려
억대 할인에도 미분양 적체되기도…‘온도차’ 극명
#.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장주 단지인 ‘수성범어W’ 85㎡(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23일 18억2500만원에 매매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동 비슷한 층 매물이 올해 2월 13억2500만원에 팔렸던 것을 고려하면 반 년 새 가격이 5억원 뛰었다.
#.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는 대구 달서구 A아파트는 현재 기존 분양가보다 최대 9000만원 할인해 분양하고 있다. 중도금 전액 무이자 혜택과 발코니 확장 무상 제공까지 내걸었지만,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소진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세제 강화, 대출 규제 등으로 서울에서 중저가·고가 주택 간 가격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해지는 가운데,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도 핵심 입지와 외곽 지역 간 양극화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주요 지역 ‘대장주’ 아파트는 수도권 못지않은 가격에 거래되며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억대 할인 분양에도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지 못하는 등 온도차가 극명하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광주·대구·대전·부산 등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핵심 단지는 수개월 만에 억단위가 오르는 등 수도권 못지 않은 모습이다.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트럼프월드마린’ 187㎡는 지난달 29일 신고가인 29억1000만원에 팔려 30억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7월 같은 면적이 27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 약 1년 만에 2억원 상승했다. 인근 ‘센텀마티안’ 84㎡도 지난달 28일 7억25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부산시 남구 대연동 ‘더비치푸르지오써밋’ 59㎡도 지난달 25일 10억7500만원에 매매돼 최고가를 새로 썼는데, 올해 1월 실거래가 9억5000만원 대비 1억원 이상 올랐다. 지난달 기준 수도권 59㎡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3528만원(전용면적 ㎡당 1077만원·KB부동산 통계)인데 이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대전의 대표적인 학군지로 꼽히는 서구 둔산동에선 ‘한마루’ 92㎡가 지난달 20일 10억원에 매매되며 처음으로 10억선을 돌파했다. 같은 단지 101㎡ 역시 이달 4일 12억원에 팔려 최고가를 경신했다.
800조원 규모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호재로 최근 몇 달간 관심이 집중됐던 전남광주특별시 곳곳에서도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나주시 송월동 ‘나주역자이리버파크’ 84㎡는 지난달 29일에 4억4000만원에 최고가로 매매됐다.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와 인접한 광산구의 ‘은빛마을모아엘가’ 84㎡도 지난 12일 6억5000만원에 매매돼 처음으로 6억선을 넘겼다. 올해 6월 12일 같은 타입이 5억7000만원에 팔렸는데 석 달 새 8000만원 뛰었다.
지방 대도시의 핵심 단지 신고가 행진은 지방 주택시장에서도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서울 전역과 경기 15개 규제지역 내 아파트에 실거주 의무 등이 적용되면서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를 통한 수도권 투자가 막히자, 자금력을 갖춘 지방 자산가들의 매수세가 지역 내 최상급지 대장주 아파트로 대거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에서도 압구정, 반포로 자산가들의 수요가 몰리는 것처럼 지방에서도 핵심 지역 대장주로 수요가 집중되는 것”이라며 “현재 투자 목적의 서울 아파트 매수가 어렵기 때문에 지방 내 대장단지로 눈길을 돌리며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핵심 입지를 벗어난 외곽이나 비선호 단지의 사정은 딴판이다. 대장주 단지들이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하며 지방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지수(한국부동산원 통계)는 지난 6월 첫째 주 이후 하락세를 벗어나 보합 또는 소폭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택 사업 현장의 체감 경기는 악화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9월 지방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77.9로 전월 대비 11.2포인트 급락했다.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가 지난달 92.8에서 97.2로 4.4포인트 상승한 서울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아울러 지방에 쌓여 있는 미분양 물량은 지난 7월 기준 4만8758가구,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4708가구에 달한다. 2024년 말 기준 악성 미분양 물량이 1만7229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반 새 43.4% 급증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할인 분양과 금융 혜택을 파격적으로 내걸며 물량 털기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미분양 해소는 저조한 실정이다. 일례로 전남광주의 B아파트는 미분양 물량을 매각하기 위해 당초 제시된 분양가보다 1억3000만원 낮춰 공급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지방 내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고 교수는 “서울처럼 신고가 소식으로 인해 아파트값 상승 흐름이 지역 내 전역으로 확산되진 않겠지만 핵심 단지로의 매수세 쏠림 현상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는 한 미분양 적체 현상이 해소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hwshi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