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올리브영 1호점에 첫 등장한 약국
약사회 반발 직면…후발 W스토어도 철수
27년 뒤 뷰티온누리약국 품은 무신사 뷰티
달라진 약국 화장품 위상…본격 경쟁 심화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K-뷰티가 고기능성 ‘더마’ 경쟁에 불을 붙였다. K-뷰티 강자인 CJ올리브영이 제약사와 손잡은 전용 매대를 선보인 데 이어, 무신사 뷰티는 약국을 품은 매장을 열었다. ‘더마 뷰티가 곧 경쟁력’인 시대가 온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더마 뷰티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피부 과학) 개념이 접목된 화장품이다. 과학적·의학적 접근에 기반한 고기능성 화장품을 일컫는다. 과거 피부 질환 치료나 시술 후 관리를 위해 피부과나 약국을 중심으로 유통됐다.
이 같은 약국 화장품이 국내 뷰티 플랫폼에 처음 등장한 건 1999년 말, 서울 강남구에 문을 연 올리브영 1호점이다. 당시 매장 면적 약 100평 중 25평이 약국이었다. 화장품·샴푸 등 미용관련 상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 최초 드러그스토어’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제약업계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당시 대한약사회는 ‘대기업의 약국업 진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올리브영을 운영했던 제일제당은 약사법 위반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결국 올리브영은 2008년을 기점으로 H&B(헬스앤뷰티) 사업을 본격화했다. 드러그스토어를 벗어나 2030세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건강·뷰티에 집중한 오늘날의 형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약사협회가 불매운동 조짐을 보이는 등 공존할 수 없는 미운 오리 새끼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코오롱웰케어(현 티슈진)도 2004년 가맹약국 중심의 ‘W스토어’를 선보였으나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사업을 정리했다.
역설적으로 올리브영의 H&B 사업 강화는 더마 뷰티 발굴로 이어졌다. 당시 대기업 중심의 뷰티 로드숍 확장에 맞서 신진 중소 브랜드를 찾아나서면서다. 2011년 닥터지를 시작으로 차앤박, 닥터자르트 등 국내 더마 브랜드들이 올리브영 매대에 올랐다. 고기능성 화장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 뷰티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더마 뷰티의 성장기는 K-뷰티가 세계로 무대를 넓히면서 시작됐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2023~2025년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된 더마 화장품의 외국인 매출 신장률은 약 90%다. 글로벌몰에서는 연평균 두 배씩 성장했다. 서울 명동, 성수 등 주요 상권 골목에는 ‘도레미약국’, ‘레디영약국’ 등 창고형 체인이 들어섰다. 최근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에 이어 창고형 약국을 관광 코스에 넣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업체들이 더마 카테고리를 키우면서 본격 경쟁에 나섰다. 올리브영은 제약사와 손잡고 3월 말부터 전국 650개 매장에서 별도의 ‘어드밴스드 더마’ 매대를 운영 중이다. 어드밴스드 더마의 8월 매출은 론칭 초기였던 4월 대비 83% 증가했다. 무신사 뷰티는 홍대 매장 지하 1층에 ‘뷰티온누리약국’을 들였다. 전국 체인인 온누리약국의 첫 뷰티 가맹점으로, 2000여개 상품 중 90%가 뷰티 관련이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18일 판교점 지하 1층에 약 50평 규모의 더마 편집숍 ‘코오드’ 1호점을 열 예정이다.
제약업계의 반응도 달라졌다. 무신사 뷰티와 온누리약국의 협업에 대한 반발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양측이 강력한 우군을 얻었다는 평가다. 동국제약의 ‘센텔리안24’, 대웅제약의 ‘이지듀’ 등 전통적인 제약사들도 더마 뷰티 라인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더마 뷰티 시장은 올해 525억9000만달러(약 72조원)에서 2034년 1170억달러(약 160조23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뷰티 브랜드를 소비했던 소비자들이 점차 브랜드별 특정 제품, 특정 원료를 소비하면서 피부고민별 고기능 제품을 찾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며 “각 플랫폼이 더마 경쟁을 하면서 시장도 빠르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soho090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