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담보권자 전원·회생채권자 91.47% 찬성
범한산업 680억원 투입해 경영권 확보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옛 STX그룹 지주회사였던 ㈜STX가 기업회생 절차 끝에 범한산업에 매각된다. 그룹 해체 후 종합무역회사로 독자 생존을 모색했지만 제재 리스크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넘지 못하고 새 주인을 맞게 됐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재판장 법원장 정준영)는 16일 오전 11시 서울회생법원 제1호 법정에서 관계인집회를 열고 STX 회생계획안을 가결했다.
재판부 집계 결과 회생담보권자조에서는 의결권자 전원이 회생계획안에 찬성했다. 회생채권자조에서는 총 의결권 약 3895억원 가운데 3562억원 상당을 확보한 채권자가 찬성해 91.47% 찬성률을 기록했다. 주주조는 의결권이 없어 별도 집계되지 않았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회생계획안 가결 요건은 회생담보권자조 의결권 총액의 4분의3 이상, 회생채권자조 의결권 총액의 3분의2 이상이다. STX회생계획안은 회생담보권자와 회생채권자조 모두에서 법정 가결 요건을 넘어 가결됐다.
STX의 회생계획안은 회생채권 상당수를 출자전환하고 범한산업이 인수해 채무를 갚는 것이 골자다. STX의 채무는 약 4500억원이다. 159억원 상당의 회생담보권은 전액 변제된다. 회생채권 약 4376억원 가운데 일반 회생채권은 10.83%를 현금으로 변제하고 나머지 89.16%는 출자전환된다. 기존 최대주주인 APC머큐리가 보유한 보통주와 특수관계인 채권을 출자전환한 지분은 전량 소각된다.
범한산업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680억원을 투입해 지분 94.29%를 확보할 예정이다. 범한산업이 투입한 680억원 중 524억원은 회생담보권과 회생채권을 현금으로 갚는데 사용된다.
STX는 지난해 7월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으며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증선위는 STX가 2022~2023년 종속회사에 제기된 해외 소송을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충방부채와 우발부채를 누락했다고 판단해 징계를 내렸다. STX는 증선위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오는 10월 1심 선고가 예정돼있다.
증선위 제재가 부당하다는 STX 입장에도 금융권은 신용한도를 축소했다. 업황 악화에 신용 경색이 겹쳐 대출원리금이 연체가 발생했고 결국 지난해 12월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STX는 인가 전 M&A를 추진했고 범한산업이 최종 인수자로 결정됐다. 조사위원과 매각주관사 모두 안진회계법인이 맡았다.
안진회계법인은 과거 이스타항공(2021년), 삼부토건(2025년), 동성제약(2025년)의 매각 주관사를 맡은바 있다. 당시 이스타항공은 성정에, 삼부토건은 파레토자산운용 컨소시엄에, 동성제약은 유암코·태광산업 컨소시엄에 각각 매각됐다.
STX의 모태는 1976년 설립된 쌍용중기다. 회사는 쌍용중공업을 거쳐 2001년 STX로 사명을 변경하고 대동조선, 범양상선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STX그룹으로 성장했다. 2004년 엔진사업부문을 STX엔진으로 분할하고 ㈜STX를 그룹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해운 업황 침체와 공격적인 차입 경영에 따른 부담으로 그룹은 2013년부터 해체 수순을 밟았다. ㈜STX은 채권단 공동관리를 거쳐 2018년 APC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됐다. 이후 원료, 철강, 비철금속 등을 거래하는 종합무역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지만 8년 만에 다시 매각 절차를 밟게 됐다.
park.jiye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