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먹는 임신중지약’ 도입 공식화

여성계 “접근성 높여 조기 임신중지 가능”

의료계 “과다출혈 등 부작용 대응 필요”

사용 후 원내 대기 등 관리체계 관건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이후 7년의 입법 공백을 거쳐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을 국내에 정식 도입하기로 했다. 여성계는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국내에서 임신중지 약물은 불법이었지만, 음성적으로 유통되면서 여러 부작용을 낳아온 바 있다. 의료계에선 사용 시기와 투약 방법 등 신중하고 성숙한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16일 정부가 밝힌 로드맵에 따르면 이르면 올해 말부터 국내서도 임신중지 약물이 합법적으로 도입된다. 약물적 임신중지에 사용되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복합제는 상품명 ‘미프진(Mifegyne)’으로 국내에 알려져 있다.

임신중지약은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허가된 이후 세계 약 100개국이 합법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도입이 장기간 미뤄져 왔다.

여성계는 환영했다. 나영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 대표는 “임신 중지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조기에 임신 중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태아가 덜 성장하고 여성의 건강에 무리가 덜 가는 시기에 임신 중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의약품 도입으로 오히려 접근성을 초기에 확대하는 게 더 안전하고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임신중지가 필요하다면 누구든 차별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수술은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며 “그렇기 때문에 접근성의 차별이 없는 약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임신중지약을 정식으로 사용한 전례가 없는 만큼 도입 초기에는 일선 의료 현장의 대응 체계를 충분히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희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약물 자체가 안전하다고 해서 관리체계까지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의료진에게는 환자에게 이 약을 처방하고 경과를 관찰한 임상 경험이 없다. 우리 의료 체계가 대응 역량을 갖췄는 지 불확실한 만큼 도입 초기에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별 의료 접근성 격차도 과제로 꼽힌다. 서울경기 지역은 의료 접근성이 비교적 높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에서 처방 이후 적절한 사후 관리가 가능한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물 사용 후 부작용 대응을 위한 병원 내 대기 등 사용 방법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유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회장은 “약 복용 후 과다 출혈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환자가 산부인과 진료가 가능한 지역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며 “도입에 앞서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임신중지 약물이) 수술보다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며 “2개의 약을 24~36시간 간격으로 쓰는데 이를 집에서 진행할 경우 과다 출혈이 생기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부터 약물을 허용한 일본의 경우 약을 먹은 이후부터는 원내 대기를 시킨다. 원내 대기나 입원을 하게끔 해서 낙태가 종결된 것이 확인될 때만 귀가하도록 돼있다”고 설명했다.

김희선 교수는 “국내에서는 사용한 적이 없으니 실제 의료 현장에서 약물을 어떻게 사용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관리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기·전새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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