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유가족 요청 따라 작가 선정 마치고 착공 준비
유동균 구청장 “참사 현장에 조성해야 의미 온전히 살려”
서울시 “유가족의 오랜 요청 반영…마포구·주민과 충분히 소통”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에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조형물을 설치하는 사업이 지역 현안으로 떠올랐다.
서울시가 유가족의 요청을 받아 작품 공모와 작가 선정을 마치고 착공을 준비하는 가운데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주민 의견수렴 부족과 장소의 상징성 등을 이유로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1995년 6월29일 오후 5시57분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502명이 숨지고 937명이 다쳤으며 6명이 실종되는 등 국내 최악의 대형 참사로 기록됐다.
당시 붕괴 현장에서 나온 건물 잔해 일부가 현재 노을공원이 조성된 난지도 일대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끝내 시신을 찾지 못한 실종자 유가족들은 노을공원에 추모공간을 마련해 줄 것을 지속해서 요청해 왔다.
서울시는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참사의 교훈을 기억하기 위해 노을공원에 추모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하고 작품 공모와 작가 선정 절차를 마쳤다. 조만간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마포구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업 추진에 변수가 생겼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의견수렴 없이 추진된 삼풍백화점 추모조형물의 노을공원 설치계획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 구청장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려는 취지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면서도 “추모공간은 참사가 발생한 장소에 마련될 때 그 의미를 온전히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참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은 노을공원이 추모공간으로 적절한 장소인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유 구청장은 “노을공원은 상암동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공간인데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고 필요한 논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포구는 주민들의 입장을 서울시에 분명히 전달하고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시·유가족과의 협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에 대해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신을 찾지 못한 유가족들의 오랜 요청에 따라 공모를 진행했고 사실상 작품까지 마련한 상황”이라며 “마포구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풍백화점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데에는 서울시와 마포구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추모공간의 상징성과 입지 적절성, 지역 주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둘러싼 견해차가 확인되면서 향후 서울시와 마포구, 유가족 간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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