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장관 낙관론에 반기 든 채권시장
3배 바이백…“나한테 베팅하라, 내가 하우스”
장담에도 금리 올라…NYT “때론 하우스도 져”
60억弗 바이백 중 52억弗 ‘선별매입’에 실망
10년물 연말 5.2%, 내년 1분기 5.3% 전망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돌파하면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낙관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베선트 장관이 투자자들에게 “원한다면 나에게 베팅하라”며 시장 개입의 효과를 자신했지만, 오히려 미국의 차입 비용 부담만 키웠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공급망 불안 지속 등으로 미 국채 금리 급등이 진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앞서 올해 국채금리 5% 돌파를 예측했던 전문가는 예상 금리를 5.2%로 상향 조정하며, 다음해 1분기에 금리가 더 올라갈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10년물 금리 5% 돌파가 베선트 장관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시장 전문가로서의 그의 신뢰도에도 타격을 줬다고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은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으로 과거 영국 파운드화와 일본 엔화 약세에 베팅해 큰 이익을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40조달러(약 5경3880조원)에 달하는 미국 국가부채를 떠안은 채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미 국채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 설득해야 하는 재무장관의 입장에서는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 언론의 평가다.
베선트 장관은 슬금슬금 올라가는 미 국채 금리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공동으로 엔화 방어에 나섰고, 바이백(국채 재매입)을 기존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조치도 발표했다. 그는 8일 서던메소디스트대에서 열린 대담에서 시장 개입의 효과를 의심하는 투자자들을 향해 “이건 내 꿈이다. 나는 비대칭적인 정보를 갖고 있다. 이제 내가 하우스”라며 “원한다면 나에게 베팅해도 된다”고 장담했다. 베선트는 최근의 국채금리 상승을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촉발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시장과 ‘신경전’을 벌이는듯한 모습도 보였다. 일부 트레이더들이 미국 경제의 향방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해석하며 채권시장에 일종의 “열병 같은 착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4일에는 극우 정치 기획자인 스티브 배넌과의 인터뷰에서 “블룸버그 단말기 인사들(Bloomberg terminal bros)이 이란 전쟁과 미국 경제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채 금리 급등으로 베선트의 장담이 속절없이 무너지자 NYT는 “때로는 하우스도 이기지 못한다”는 냉소적인 평가를 내놨다. NYT는 10년물 국채금리의 5% 돌파가 베선트 장관의 자신감에 대한 채권시장의 ‘반박’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베선트가 바이백 한도에 대해 60억달러(약8조820억원)까지로 열어두고 개입에 나섰으나, 10일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매도를 제시한 전체 물량(약 105억달러) 중 조건에 맞는 52억달러(약 7조원) 분량만 선별적으로 사들인 것이 되레 패착이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바이백 규모가 기대에 못미쳐, 시장의 실망을 불렀다는 것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퀸스 칼리지 총장인 거시경제학자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최근 이코노미스트에 기고문을 보내 “채권 시장은 열병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더 유망한 성장 동력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통제된 불태우기’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엘에리언은 베선트 장관의 시장 개입이 오히려 변동성을 키우고 미국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까지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베선트 입장에서는 ‘산 넘어 산’이다. 시장을 안심하게 할 요인이 드물어, 미 국채 금리는 다음해 1분기까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2월 올해 미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설 것이란 예측을 내놨던 스티븐 배로우 스탠다드은행 G10 전략 총괄은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올 연말까지 미 10년물 국채 금리 전망치를 5.2%로 높였다. 배로우는 다음해 1분기에는 5.3%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로우는 예상의 근거로 글로벌 공급망 경색이 예상보다 심하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글로벌 공급망 경색 외에도 기후 변화의 지속적인 영향, 노동 공급을 제한하는 이민 정책 등 미 국채 금리 상승을 이끄는 장기적인 요인들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배로우는 “나의 구조적인 견해는 우리가 ‘장기 고금리(higher-for-longer)’체제에 진입해 있다는 것”이라며 “금리가 5%를 넘어설 것이라는 내 확신에 힘을 싣는 것은,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예상치를 과도하게 뛰어넘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이처럼 5%에 근접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 전쟁의 지속 상황을 고려하면 “모든 징후는 여전히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가리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배로우는 이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연준이 이달과 12월에 각각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후 다음해 말까지는 단기 금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 내다봤다. 도현정·김영철 기자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