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여보, 뭐해?” “응 아냐 아무것도.” 업무시간이면 화장실 좌변기에 앉아 몰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주식창을 들여다보던 김 과장(38)이 14일 저녁 거실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오후 7시가 넘었지만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한국거래소(KRX)가 이날부터 정규장 종료 후 오후 8시까지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애프터마켓을 본격 운영하기 때문이다.
정규장 이후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시장이 이날부터 KRX에도 새로 열렸다. 한국거래소가 기존 시간외단일가 매매를 폐지하고 14일부터 오후 4시~8시 접속매매 방식의 애프터마켓을 시작하면서다. 첫날 38개 증권사가 참여한 가운데 KRX 애프터마켓에서는 1조8000억원의 거래가 발생했다. 이날 KRX 전체 거래대금의 6.6%에 해당하는 규모로, 거래량도 7224만주를 기록했다.
첫날 KRX 애프터마켓의 거래 규모는 앞서 비슷한 시간대 애프터마켓을 운영해온 NXT를 소폭 앞섰다. NXT는 지난해 3월 출범해 오후 3시40분~8시 애프터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KRX는 오후 4시부터 8시까지로 NXT보다 20분 늦게 시작한다. 이날 NXT 애프터마켓 거래대금은 1조7896억원이다.
첫날 애프터마켓은 개인투자자가 사실상 주도했다. 정규장에서 3조원 넘게 순매수한 개인투자자는 장후에도 매수세를 이어갔다. 애프터마켓에서도 개인투자자가 전체 거래대금의 93.0%(약 1조6740억원)를 차지했다. 기관은 2.1%(약 380억원), 외국인은 3.9%(약 700억원)에 그쳤다. 순매수·매도 규모에서도 개인은 537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63억원, 480억원을 순매도했다.
거래는 마감 직전인 오후 7~8시에 가장 많았다. 이 시간대 거래 비중은 30.7%로 전체 거래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오후 4~5시는 19.6%, 5~6시는 25.5%, 6~7시는 24.2%였다.
거래 방식은 대부분 모바일에 집중됐다. 애프터마켓 거래의 73%가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등 무선단말을 통해 이뤄져 전체 거래 10건 가운데 7건 이상을 차지했다. HTS(PC 기반 홈트레이딩시스템) 비중은 21%였다.
KRX 애프터마켓이 개장하면서 기존 KRX 시간외단일가에서 약 600개 종목에 한정됐던 저녁 시간대 거래 대상이 새 애프터마켓 개장으로 대부분의 코스피·코스닥 상장 종목으로 확대됐다. 이날 애프터마켓 대상은 2501개 종목으로, 이 가운데 96%(2413개) 종목에서 실제 거래가 발생했다. 거래가 형성된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은 99%에 달했다.
전체적인 가격 변동성은 정규장보다 낮았다. 종목별 고저 변동성은 코스피 2.9%, 코스닥 4.6%로 정규장(각각 4.1%, 5.8%)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다만 개별 종목에서는 변동성완화장치(VI)가 1637회 발동하는 등 일부 종목의 가격 출렁임도 나타났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반도체 대형주는 정규장에 이어 애프터마켓에서도 약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24만8500원으로 정규장 종가보다 500원(-0.20%) 내리며 하루 낙폭이 -4.05%에서 -4.24%로 확대됐다. SK하이닉스도 168만3000원으로 1만4000원(-0.82%) 추가 하락하면서 하루 낙폭이 -6.35%에서 -7.12%로 커졌다.
이날 오전 NXT 프리마켓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에서 SOR(스마트 주문 라우팅) 관련 오류가 발생했다. SOR은 KRX와 NXT의 거래 조건을 비교해 투자자에게 유리한 시장으로 주문을 보내는 시스템이다. NXT SOR을 사용하는 14개 증권사 가운데 이 같은 오류가 발생한 곳은 2곳이다. 업계에서는 KRX 애프터마켓 개장에 맞춰 SOR 적용 시간이 오후 8시까지 늘어나면서 관련 시스템을 변경·적용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두 증권사는 오후 4시 이후 애프터마켓에서 SOR 주문을 KRX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으며, 이후 KRX 애프터마켓은 큰 시스템 혼선 없이 거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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