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96도 액체질소 속 ‘냉동인간’ 7명
“250년 뒤 되살아날 확률 10%”
전문가 “현재 기술로는 소생 불가능”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사망한 사람의 시신을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 속에 보관하는 시설이 호주에서 운영되고 있다. 미래의 의학기술이 발전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과학 수준으로는 냉동된 사람을 실제로 소생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홀브룩에는 남반구 유일의 인체 냉동보존 시설인 ‘서던 크라이오닉스’가 있다. 2023년 문을 연 이 시설에는 현재 7명의 ‘환자’가 액체질소 속에 보관돼 있다.
시설은 홀브룩의 한 산업단지에 자리한 평범한 창고 형태의 건물이다. 내부에는 거대한 스테인리스 원통형 용기 2개가 놓여 있다. 일종의 대형 보온병과 같은 구조로, 액체질소를 채워 내부 온도를 영하 196도로 유지한다.
2024년 5월 80대 남성이 이 시설에서 처음 냉동보존됐고, 지난 6월 90대 남성이 추가돼 현재까지 총 7명이 보관 중이다. 가장 어린 환자는 40대에 사망한 여성이다.
서던 크라이오닉스의 피터 솔라키데스 회장은 250년 뒤 이들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약 10%로 보고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죽음을 정복하고 모든 질병을 치료한 뒤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릴 수 있어야 한다”며 “가능성이 0%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냉동보존 과정은 사망 직후 시작된다. 체온을 최대한 빨리 낮춘 뒤 혈액을 빼내고 부동액과 비슷한 보존액을 주입하는데, 얼음 결정이 세포를 파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절차로 약 8시간이 걸린다. 이후 시신은 액체질소 용기에 넣어 장기 보관한다.
액체질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증발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보충해야 한다. 시설을 관리하는 업체 관계자는 액체질소를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채웠지만, 초기 고객 2명이 가족이 냉동보존한 뒤 액체질소 공급이 끊길 것을 우려하면서 2주에 한 번씩 보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 때문에 냉동보존 비용은 20만 호주달러(약 1억8000만원)가 넘는다. 사망 직후 이뤄지는 초기 안정화 과정에 약 6만 호주달러가 들고, 이후 무기한 보관을 위해 15만 호주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연간 회원비 350호주달러는 별도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소생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멜버른 RMIT대학 냉동보존 전문가 새프런 브라이언트 부교수는 현재 기술로는 사람 몸 전체를 완벽하게 보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포나 배아, 혈액 등 일부 조직은 냉동보존이 가능하지만, 몸 전체에 보존액을 고르게 전달하는 건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몸 전체를 같은 속도로 식히려 하면 피부와 같은 바깥쪽은 안쪽보다 더 빨리 식는다”며 “딸기로 비유하면 딸기가 물러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세포 손상을 막더라도 사망 원인이 된 질병 자체를 되돌려야 하는 문제도 남는다. 브라이언트 부교수는 “심장마비든 알츠하이머든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은 이미 발생한 상태”라며 시신을 얼리는 것만으로 이를 되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의식을 다시 되살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과학보다는 신비주의에 가까운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냉동보존된 인원은 약 1000명으로 추산된다. 미국에 약 600명, 러시아에 약 200명이 있으며, 예약을 마치고 대기 중인 인원만 4000명이 넘는다.
국내에서도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바이오 냉동기술업체 크리오아시아는 현재까지 혈액암을 앓던 80대 여성, 담도암에 걸린 40대 여성 등 3명을 냉동보관했다. 비용은 10년간 1억8000만원이며, 액체질소 교환을 위해 매년 500만~6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b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