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핵심광물 확보는 반도체·배터리·전기차·첨단소재 등 국가 주력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전략 과제가 됐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 동시에 특정 국가에 편중된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

중앙아시아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원개발과 산업 고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탐사와 자원평가, 선광·제련, 소재화, 첨단 제조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과 산업 역량을 갖추고 있다. 양측의 강점이 핵심광물 공급망의 전방과 후방에서 서로 맞닿아 있는 셈이다.

최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과 추진 중인 협력은 이러한 가능성을 실제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사례다. 카자흐스탄 바케노에 리튬 광상에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2023년부터 현장 공동탐사를 수행해 광체의 분포와 잠재성을 확인했다. 이제 지하 광체의 연속성과 품위를 시추로 검증할 차례로,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2027년 공동 시추탐사를 추진한다. 협력은 탐사에 머물지 않는다. 시추 결과를 바탕으로 개발 가능성을 평가하고, 한국 기업의 후속 개발 참여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양국 공공부문이 먼저 초기 탐사 위험을 분담하고, 그 성과를 민간의 실제 투자와 개발로 이어가려 한다.

우즈베키스탄과의 협력도 같은 방향이다. 양국 정부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술탄보보 지역의 니켈·코발트 등 핵심광물을 대상으로 지질탐사, 연구개발, 인력양성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즈베키스탄 측은 경제성이 확인되면 합작법인 설립과 정련·가공·생산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한국 기업의 참여를 촉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히고 있다. 두 사례가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해외 자원개발에서 가장 큰 장벽은 불확실성이다. 지하 광체의 규모와 경제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국내 기업들도 공공부문이 먼저 탐사와 평가를 수행해 개발 위험을 낮춰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앞으로의 핵심광물 협력에서는 공공 연구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상대국 정부 및 국영기업과 협력해 유망 광상을 발굴하고, 과학적인 탐사와 자원평가로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이후 검증된 정보와 기술을 민간기업에 제공해 실제 투자와 개발로 연결해야 한다. 나아가 공공부문이 투입한 탐사비와 기술적 기여가 향후 한국 기업의 개발 참여로 이어지도록 제도적인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탐사와 연구에 공공재원을 투입한 뒤 성과만 남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의 지분 참여와 개발권, 장기적인 공급망 확보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물론 핵심광물 협력을 해외자원을 확보하는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기 어렵다. 자원 보유국에도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 현지의 자원을 단순히 채굴해 가져오는 방식이 아니라 탐사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선광·제련과 소재화 역량을 높이며, 현지 인력과 산업을 함께 성장시키는 협력이 필요하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풍부한 자원과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한국은 자원 탐사에서 첨단 제조까지 이어지는 기술과 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양국의 강점을 연결한다면 중앙아시아는 한국 핵심광물 공급망의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

자원에 기술이 더해지고, 기술에 신뢰가 쌓일 때 비로소 제대로 된 공급망을 만들 수 있다. 자원 협력은 하루아침에 결실을 맺지 않는다. 바케노에와 술탄보보에서 지금 심고 있는 기술과 신뢰의 씨앗이 자원을 사고파는 관계를 넘어 두 나라가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 관계로 자라나 한국과 중앙아시아가 함께 써 내려갈 핵심광물 협력의 첫 페이지가 되기를 기대한다.

권이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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