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할당량 초과분 ℓ당 0.04달러로 인상

택시·배달·카풀 기사 항의…“더는 못 견뎌”

식료품 물가 128% 급등·리알화 사상 최저

이란의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오는 8일(현지시간)부터 휘발유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이란 테헤란의 한 주유소에서 이란 국민들이 주유하고 있다. [EPA]
이란의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오는 8일(현지시간)부터 휘발유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이란 테헤란의 한 주유소에서 이란 국민들이 주유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전쟁과 미국의 경제 제재 여파로 경제난이 심화한 이란에서 정부의 휘발유 가격 인상을 계기로 트럭·택시 운전사들의 항의와 파업이 확산하고 있다. 식료품 가격 급등과 리알화 가치 추락까지 겹치면서 서민 경제의 부담도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지난 7일 일부 휘발유 가격을 ℓ당 약 0.04달러 수준으로 2배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보조금으로 기름을 채울 수 있는 할당량을 초과해 주유하는 차량이 대상이다.

앞서 이란 정부는 수년에 걸쳐 보조금 할당량을 줄여왔으며, 전쟁과 미국의 경제 제재가 촉발한 경제난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에 휘발유 가격도 인상했다.

이는 대부분 월수입이 100달러를 겨우 넘는 이란인들에게 큰 부담이라고 WSJ은 짚었다. 이란 트럭·운전자 노동조합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 인상 후 10일 이란 동부 케르만주에서는 택시기사 120명이 보조금 지급 연료 할당량 감축에 항의했다.

이란판 우버로 불리는 배달·카풀 서비스 스냅의 기사들도 이번 주 각지에서 파업에 들어갔다. 스냅은 300만명의 기사를 보유한 이란 최대 민간 고용주 중 하나다.

스냅 기사 수십 명은 지난 7일 이란 서부 산업 중심지 아라크의 도지사 집무실 앞에서 “더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같은 날 테헤란 동쪽 도시 셈난의 주요 간선도로를 따라서도 스냅 기사들이 차량 행렬 시위를 벌였다.

이란 컨테이너 물동량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반다르 항구 트럭 기사들도 파업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트럭·운전자 노조가 올린 성명에서 연료비 인상에 대해 “운전자와 그 가족들이 주머니에서 사비를 털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더는 이러한 압박을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이 인상되기 전 운전자들이 기름을 넣기 위해 몰려들면서 일부 주유소에서는 기름이 동났다. 기름을 구하지 못한 일부 운전자는 도로에 갇히기도 했다.

미국과의 전쟁 초기에 교전이 한창일 때도 겪지 않았던 연료 문제를 지금 겪고 있다는 게 이란 운송업자들의 전언이다.

이란 국립 트럭운전자협회의 잘랄 무사비 부회장은 관영 이란노동뉴스통신(ILNA) 인터뷰에서 “기사들은 전쟁 중 미사일 공격에도 화물을 운송하느라 바빴고 단 한 시간도 화물 흐름을 멈추지 않았다”며 “하지만 오늘날 기사들은 기름을 넣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식료품 물가가 급등하고 리알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는 등 이란 민생 경제 전반에 충격이 번지고 있다. 지난 8월 식료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28% 급등했다. 미국의 경제적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리알화 가치도 급락해 10일 달러당 230만 리알을 넘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ey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