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T 아태지역 투자전략 발표
100억달러 이상 亞 전용 펀드 활발
美·유럽대비 저평가 우량기업 다수
韓·日·印 기술 헬스케어 투자 확대
바이아웃 넘어 사모대출 인프라 확장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아시아·태평양 시장 투자 확대를 위해 역대급 ‘실탄’을 쌓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기업가치 부담이 커진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 핵심 투자처로 주목하는 모습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 따르면 EQT파트너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 확대를 위해 EQT 넥서스 아시아 전략을 실행한다. 투자 대상은 한국, 일본, 인도, 중화권, 동남아시아 및 호주·뉴질랜드 지역의 헬스케어, 서비스, 기술 및 산업 기술 분야 기업이다.
EQT는 스웨덴 발렌베리계열 가문의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로 누적운용금액(AUM) 기준 유럽 최대 사모펀드다. 4월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용으로 BPEA 프라이빗에쿼티 9호 펀드를 156억달러(한화 약 23조원) 규모로 클로징했다. 아시아 전용 바이아웃 펀드 가운데서는 최대 규모다. 대규모 펀드 결성에 이어 투자 전략을 구체화하며 대대적 투자 집행을 예고했다.
EQT는 아시아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평가한다. 세계 인구의 약 60%가 거주하고 연간 4% 이상 성장하는 거대시장이지만 글로벌사모펀드가 아시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시장 잠재력에 비해 사모펀드 침투율은 낮아 다양한 투자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EQT만이 아니다. 블랙스톤, 베인캐피탈, KKR 등 글로벌 대형 운용사도 잇달아 100억 달러 안팎의 아시아 전용 펀드를 결성하고 있다.
블랙스톤은 6월 ‘블랙스톤 캐피탈 파트너스 아시아 3호’를 131억달러(약 19조1000억원) 규모로 클로징했다. 당초 목표로 했던 10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직전 펀드 대비 2배 이상 커졌다.
블랙스톤이 지난 2년 동안 아시아에서 성사시킨 거래는 총 12건, 70억달러(약10조2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헤어살롱 프랜차이즈 준오헤어는 물론 일본의 엔지니어링 인력·서비스 기업 테크노프로, 인도 인공지능(AI) 클라우드 플랫폼 네이사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재부터 첨단기술까지 넓은 투자 범위가 특징이다.
베인캐피탈 또한 5월 105억달러(약 15조3000억원 규모 6호 아시아펀드를 결성했다. 베인은 일본을 핵심 투자시장으로 보고 대형 경영권 바이아웃과 그로쓰 캐피탈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그로쓰 캐피탈은 수익성이 검증된 기업의 확장을 지원하기 위해 소수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2018년 도시바의 메모리(현 키옥시아)를 약 20조원에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베인캐피탈 주도로 SK하이닉스 등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베인캐피탈은 최근 지분 전량을 매도해 투자금 대비 20배 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한국으로 시선을 넓혀 다양한 기업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 베인캐피탈은 올해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 운영사 에코마케팅을 인수했다. 2022년 클래시스 인수 이후 4년 만의 한국시장 ‘컴백’이다. 지난해 HS효성첨단소재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연성동박적층필름(FCCL) 제조기업 넥스플렉스 인수도 검토했다. 다만 HS효성첨단소재 인수는 매도자와 가격 눈높이 차이로 무산됐다.
글로벌 사모펀드의 아시아 투자는 전통적인 경영권 바이아웃을 넘어 사모크레딧, 인프라 투자로 확장되고 있다. 아시아 기업의 자금 조달이 은행에 크게 의존하는 가운데 기업 상황에 맞춰 직접 대출, 메자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수혈할 수 있는 사모크레딧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KKR은 지난 1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모대출 투자 전용 펀드를 25억달러(약3조6500억원) 규모로 모집했다. 2022년 결성한 1호 펀드 대비 자금이 2배 이상 늘었다.
국내에서도 사모크레딧 투자 전례가 있다. 2023년 1월 태영그룹 지주회사 TY홀딩스가 발행한 4000억원 규모 사모사채 인수 거래다. 태영건설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발행한 사채를 KKR이 인수하면서 에코비트 지분 등을 담보로 확보한 것이 특징이었다.
KKR은 올해 들어 한국 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다. 4월에는 삼성SDS의 1조2200억원 구모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7월에는 SK(주)와 합작법인(JV) 형태로 신재생에너지 플랫폼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KKR과 SK(주)가 각각 지분 51%, 49%를 나누고 KKR이 초기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SK브로드밴드의 데이터센터·해저케이블 사업을 인적분할해 신설되는 SK호라이즌에도 투자해 29% 지분을 확보했다.
박지영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