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발 국제유가 급등세가 심상치 않다. 10일(현지시간) 브렌트유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겼다. 미국의 공습과 이란의 보복 공격이 계속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힌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친이란군 후티가 충돌하면서 홍해까지 위협받게 된 데 따른 것이다. 물가도 오름세다. 미국은 8월 생산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5.4% 상승해 7월 4.8%보다 크게 뛰었다. 한국 8월 소비자물가는 3.1%로 올랐고, 특히 근원물가가 3.4%로 크게 상승했다. 미국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확률이 높아졌다. 지난 7~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연속 올린 한국은행 역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글로벌 AI(인공지능) 투자는 수요 확대와 기업·국가간 주도권 경쟁 등을 바탕으로 상당기간 증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AI 투자의 외부자금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어서 금융여건이 악화되고 실제 수익 창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에는 AI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컴퓨팅(연산) 수요가 급증하고, 기업간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AI 투자 확대 흐름은 지속될 것이나,투자 규모가 이미 높은 수준인만큼 증가속도는 올해를 정점으로 점차 완만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했다.
한은은 글로벌 AI투자 확대 흐름을 전제하면서 반도체 호경기를 맞은 한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향후 AI 매출·수익성과 신용 위험에 따라 투자가 꺾일 수도 있다는 경고도 담았다. 결국 관건은 금리이고, 각국 통화정책의 근본 기준이 되는 물가이며, 인플레이션을 좌우할 유가라는 뜻이다. 중동전이 확대되고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 고공행진을 계속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에 각국은 긴축과 금리인상 기조를 강화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대규모로 돈을 빌려 설비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AI산업엔 치명적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유가급등→물가상승→금리인상으로 이어지는 연쇄 충격과 AI 사이클 둔화 가능성이라는 이중의 시험대에 서 있다. 중동 정세의 안정 여부가 최대 관건이겠으나 우리로선 복합 위기 가능성을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고유가 고금리 속에서 AI 투자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어 반도체 업황마저 흔들린다면 우리 경제는 고물가-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불확실한 대외 여건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재정·통화정책의 조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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