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콩은 남아돌고 수입콩은 부족’ 기현상 심화
9일 두부업계 “10월 초 재고 소진... 두부공장 멈춘다”
국산콩 재고 12만톤…정부, 업체에 국산콩 공급 소비 확대
2023년 논콩 ha당 100만원 직불금→2024년 200만원
농식품부 쌀 생산 축소 하려 대응 했다가 이젠 콩 재고가 부담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정부가 올해 두부를 만드는 원료인 수입콩 수입 물량을 대폭 줄이면서 전국 1000여개 중소 두부 공장의 절반가량이 가동을 멈추는 ‘두부 대란’ 위기가 커지고 있다. 원인을 따져 올라갔더니 결국 정부의 ‘쌀 축소 콩 장려’ 정책이 원인이었다. 정부의 농정 엇박자가 콩 부족 사태의 원인인데, 애매한 중소 두부 공장 업체가 ‘유탄’을 맞게 된 셈이다.
관련 사안을 요약하면 정부가 국내 쌀 생산 축소를 위해 콩 재배를 장려했더니 국산콩 재고가 너무 많아졌고, 콩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수입콩을 줄였더니 ‘두부 생산’ 중단 가능성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두부 생산공장 대표들은 ‘수입콩 물량을 다시 늘려달라’고 요구했으나 정부는 “현재로선 계획아 없다”고 선을 그었다.
“10월부터 중소두부업체들. 두부생산 중단 위기” 수입콩 물량 축소가 원인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두부를 주로 제작해 판매하는 연식품협동조합 이사장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수입콩 대두 공급 확대를 요구했다. 두부와 장류 등을 만드는 중소 식품업체들이 사용하는 수입콩 재고가 한달도 남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국내 두부공장들이 정상적으로 가동하려면 매년 최소 25만톤의 수입 대두가 필요하지만 올해 정부 공급계획은 22만톤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10월초부터 수입콩이 부족해 공장이 멈춘다”고 말했다.
업계는 회견문에서 “현장의 원료 재고가 바닥나 당장 9월 말부터 시작돼 전국 두부 및 장류 제조 공장의 가동 중단이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연간 실질 필요량인 25만톤 수준을 최소 기준선으로 설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가공용 대두는 저율관세할당(TRQ)에 따라 정해진 물량까지는 5% 관세로 수입할 수 있지만 이를 넘으면 487% 관세가 적용된다. 업계는 “가공용 대두는 aT의 독점 국영무역과 공매 입찰 방식으로만 수입이 가능하다. 5% 관세 외에도 수입이익금이 추가 부과된다”며 민간이 직접 수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또 정부가 ‘콩을 많이 심으라’는 정책을 펴서 국산콩이 남아돌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입콩 물량을 줄여버린 것이 이번 ‘두부대란’의 가장 큰 원인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미국과 캐나다로부터 주로 수입하는 올해 수입콩 물량에 대해 정부는 3만톤을 축소했다. 반면 국내산 콩은 남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5월 밝힌 국산콩 재고는 약 12만톤이다. 농식품부도 “국산콩은 수요 대비 재고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산콩 넘치고 수입콩은 태부족... 원인은 쌀?
수입콩은 부족한데 국산콩은 쌓여 있는 현재의 수급 구조를 거슬러 올라가면 쌀에서 출발한다. 문재인 정부는 쌀 생산을 줄이는 정책(공익직불제)을 폈고, 그래도 쌀 생산 과잉이 계속되자 지난 2021년말에응 쌀 20만톤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극단 조치까지 폈다. 문제는 이후에도 쌀 생산이 계속 늘어났다는 점이다.
정권 교체 뒤 쌀 수급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양곡관리법으로 옮겨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023년 3월23일 쌀이 일정 수준 이상 초과 생산되거나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경우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해 4월 취임 후 처음으로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면 쌀 생산과잉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게 당시 정부 논리였다.
윤석열 정부가 쌀 생산 과잉을 줄이겠다며 꺼낸 정책 중 하나는 ‘전략작물직불제’였다. 논에서 콩을 재배하면 ha당 100만원을 지급했다. 쌀 재배면적은 줄이는 대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콩 생산을 늘리는 방식이었다.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국제 곡물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식량자급률을 높인다는 것도 정책 목표로 제시됐다.
지원은 이듬해 더 늘었다. 2024년부터 콩 재배시 지불하는 직불금이 ha당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두 배 인상됐다. 농식품부는 당시 전략작물직불제의 목적을 “식량자급률 제고, 쌀 수급안정 및 논 이용률 향상”이라고 설명했다. 전략작물직불제 명목으로 3년여간 지급된 예산은 5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콩 생산은 늘었지만 소비가 같은 속도로 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5월 결국 ‘콩 재고가 너무 많다’고 인정했다. 농식품부는 “최근 몇 년간 논콩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수요 확대 대비 생산 증가 폭이 커지면서 정부 비축 재고 또한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콩이면 다 같은줄?… 두부업계 “수입콩 국산콩 섞어선 두부 못만들어”
국산콩이 넘쳐나자 정부는 뒤늦게 국산콩 소비 확대에 나섰다. 두부업체들에게도 ‘국산콩과 수입콩을 섞어서 사용하라’고 요청 했다. 두부 업체들은 그러나 국산콩과 수입콩은 알맹이의 크기가 달라 둘을 섞을 경우 두부를 만들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두부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국산콩은 크고 수입콩 크기가 작아 물에 불릴 때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너무 오래 콩을 물에 불릴 경우엔 표면에 이상이 생긴다. 크기가 다른 두콩을 함께 섞어 두부를 만들 경우 이는 분쇄와 응고 등 이후 공정에도 영향을 준다. 수율도 떨어진다. 또 기존 수입콩을 기준으로 생산설비를 운용해 온 중소업체는 원료를 바꿀 경우 공정조건을 다시 맞춰야 하는데, 이는 모두 비용이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로서는 국산콩 재고를 줄여야 하고, 두부업계는 필요한 수입콩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3년간 쌀 생산을 줄이기 위해 논콩 재배를 확대했던 정책이 올해는 과잉 생산된 콩의 소비처를 확보해야하는 문제로 옮겨갔다.
김석원 광주전남연식품협동조합 이사장은 “업체들이 직접 콩을 들여올 수 있도록 관세를 낮춰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선 수입 대두 9000톤을 긴급 수입해 이달 내 공급하고 국산 콩 6만5000톤을 시장에 추가 공급할 계획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수입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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