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챗GPT로 제작한 이미지]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챗GPT로 제작한 이미지]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2030은 죽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다?’

향후 기성세대보다 더 많은 미래를 마주해야 할 2030 청년세대. 통상적으로 생각하면, 변화하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더 크게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하다.

가장 대표적인 게 기후변화. 극단적인 날씨는 뚜렷한 전조 증상도 없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

특히 2030은 폭염·홍수·산불 등 기후재난의 부작용을 더 크게 감당해야 하는 세대다. 시간이 갈수록, 기후재난이 더 강력하게,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60대 이상 고령층이 2030보다 기후·환경 위기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8일 오전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경남 거제시 옥포동 일대에서 주민들이 침수된 상가와 주택 등에 쌓인 토사와 물에 젖은 집기류를 치우며 수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8일 오전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경남 거제시 옥포동 일대에서 주민들이 침수된 상가와 주택 등에 쌓인 토사와 물에 젖은 집기류를 치우며 수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심지어 나이가 어릴수록 생존 위기에 대한 인식이 옅은 것으로 분석됐다. 느긋한 2030, 국가와 지역까지 막론하고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세상 걱정은 나이 든 노인들만 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2030의 비교적 낮은 기후·환경 위기 인식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어릴 수록 ‘기후변화’ 걱정 안 한다…한국도 포함

10일 환경재단과 일본 아사히글라스재단이 최근 발표한 ‘2026 환경위기시계’ 결과를 살펴보면, 이같은 경향은 두드러진다.

환경위기시계는 환경문제로 인한 인류 생존의 위기의식 정도를 ‘시각’으로 나타내는 지표. 1992년부터 전 세계 환경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측정되고 있으며, 시간이 늦을수록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지난달 19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 일부 가구 내부가 최근 내린 폭우로 파손돼 있다. 사진 왼쪽은 산이 있어 뒤쪽 가구들은 산사태 피해가 발생했다.[연합]
지난달 19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 일부 가구 내부가 최근 내린 폭우로 파손돼 있다. 사진 왼쪽은 산이 있어 뒤쪽 가구들은 산사태 피해가 발생했다.[연합]

올해 세계 환경위기시계는 9시39분으로 지난해(9시33분)와 비교해서 6분이 더 흘러 ‘매우 위험’ 정도를 나타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8시53분에서 올해 9시34분까지 움직여 1년 만에 41분가량 자정에 가까워졌다.

그런데 나이별 세부 자료를 분석하자, 또 다른 경향이 나타났다. 60대 이상의 환경위기시계가 9시48분으로 기록된 반면, 2030의 환경위기시계는 9시25분으로 23분가량 일렀다. 4050은 9시39분으로 그 사이에 자리했다.

[환경재단 제공]
[환경재단 제공]

쉽게 말해, 나이가 들수록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 생존 위기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이는 환경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가들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도 아니다.

아사히글라스재단은 올해 만 15~69세 일본 일반인 1302명을 대상으로 별도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만 18~24세 Z세대의 환경위기시계는 6시36분으로 기록됐다. 반면, 만 25~69세 성인 세대는 7시27분을 가리켜 큰 차이가 나타났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의 시민들이 양산을 쓰고 산책을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의 시민들이 양산을 쓰고 산책을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국내로 한정해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환경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성인 3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환경의식조사’에서 기후변화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20대 79.2%에서 60대 87.6%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했다.

평소 환경문제에 관한 관심도 역시 20대 3.62점, 30대 3.58점에 그친 반면 50대 3.80점, 60대는 3.96점으로 우상향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걱정뿐 아니라, 실제 행동을 놓고 보면 격차는 더 컸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환경친화적인 행동을 우선한다는 응답은 20대 38.3%에 불과했다. 반면 60대는 72.1%로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건물에 이른 아침부터 가동중인 에어컨 실외기의 모습. 임세준 기자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건물에 이른 아침부터 가동중인 에어컨 실외기의 모습. 임세준 기자

변화하는 기후·환경은 인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약 33억~36억명이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이미 인류 절반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올여름만 해도 기록적인 폭염과 집중호우가 잇따랐다. 일부 지역의 기온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고, 곳곳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기후변화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한 셈이다.

국민이 이를 모르는 게 아니다. 지난해 국민환경의식조사에서 88.3%는 ‘미래세대’가 기후변화로 피해를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70.7%는 우리나라가 이미 기후변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국민 대다수가 향후 인류 생존의 위기를 예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양산과 손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며 관광을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양산과 손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며 관광을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이제 포기할래”…알고 보니, ‘무력감’ 느끼는 2030

그렇다면 2030은 정말 세상에 대한 걱정이 없는 걸까. 여기에는 숨은 반전이 있다. 오히려 ‘걱정’, ‘위기’와 같은 비교적 약한 감정을 넘어, 상당한 수준의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통제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쉽게 말해, 겉으로 드러나는 걱정이 적다고 해서 기후변화를 마냥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이 지난 2023년 전국 만 19~65세 성인 2000명을 조사한 결과, 단순히 기후변화를 ‘걱정한다’는 비율은 20대 87.6%, 60대 98.3%였다. ‘불안하다’는 응답도 20대 83.8%, 60대 94.4%로 나이가 들수록 높았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내 미디어아트 조형물 ‘더 스피어’에 표시된 기온이 9시 기준 30도를 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내 미디어아트 조형물 ‘더 스피어’에 표시된 기온이 9시 기준 30도를 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하지만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생각과 감정, 일상생활의 지장 등을 종합해 ‘기후불안’을 측정하자 결과가 뒤집혔다. 5점 만점의 기후변화불안척도(CCAS) 점수는 20대가 2.02점으로 가장 높았다. 30대 1.99점, 40대 1.94점, 50대 1.77점으로 차츰 낮아졌고, 60대는 1.75점에 그쳤다.

특히 ‘무력감’에서 차이가 뚜렷했다. 기후변화를 통제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 무력감을 느낀다는 20대는 59.3%로, 60대 46.3%보다 13%포인트 높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위기의식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속으로는 ‘어차피 해결할 수 없다’는 감정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2일 서울 양천구 종로학원 본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지 배부를 기다리고 있다.[연합]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2일 서울 양천구 종로학원 본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지 배부를 기다리고 있다.[연합]

이같은 무력감은 ‘기후우울’과도 이어질 수 있다. 기후우울은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미래가 불확실해진다는 인식이 슬픔과 상실감, 분노, 무력감 등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어지는 심리 상태를 일컫는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후속 연구에서도 이같은 경향이 포착됐다. 지난해 연구진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기후불안 수준을 분석한 결과, 중등도 이상의 우울 수준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높은 기후불안군’은 19~34세 청년세대 34.3%, 35~64세 장년세대 25.8%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를 고려하면, 2030의 비교적 낮은 위기의식을 단순한 ‘무관심’이나 ‘낙관’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겉으로 드러나는 걱정은 적더라도, 속으로는 기후위기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불안과 무력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무력감’을 해소하기 위해 경각심을 강조하는 방식의 전통적인 기후위기 대응 소통을 넘어, 기후대응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정보 제공이 늘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 또한 정부 등 기후정보를 전달하는 주체가 ‘위험하다’는 경고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젊은층이 실제로 따라 할 수 있는 대응 방법과 해결 사례를 함께 보여줘, ‘내 행동으로도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효능감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의 원인과 현상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적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요령 또는 정부에서 채택한 우수사례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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