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전쟁 상황 지원비 받고도 담합 지속”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검찰이 최소 5년간 16조3961억원 규모 담합을 벌인 혐의로 석유화학사 6곳과 임직원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강제수사 착수 약 45일만에 대표이사 등 고위급이 개입한 정황을 확인하고 역대 최대 규모 담합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나희석)는 1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OCI와 LG화학, 애경케미칼, 롯데정밀화학, PKC, 유니드 등 석유화학사 6곳과 임직원 37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PKC 영업본부장과 LG화학 사업부장 등을 구속 기소하고 김유신 OCI 대표이사 부회장과 장영수 전 PKC 대표이사 등 35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한화솔루션도 수사 대상에 올렸으나 최종 기소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는 리니언시(자진신고) 영향으로 풀이된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들은 2021~2026년 국내 공급되는 석유화학제품 8개(PVC·가소제·가성소다·염산 및 하이포·TDI·ECH·염소) 공급가 변동 폭과 그 시기 등을 합의하거나 거래처 입찰에서 투찰가격을 합의하는 등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담합 대상 품목은 산업 전반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원재료다. 검찰은 원재료로 하는 관련 산업 구매 단가 증가로 이어져 관련 기업이 직접 피해를 입었고, 최종적으로 관련 기업 제품 가격 상승을 유발해 최종 소비하는 일반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됐다고 봤다. 담합 규모는 16조3691억원으로 파악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검찰은 주로 팀장급 모임을 통해 품목별 가격 조정 시기와 폭을 정하는 합의를 벌여 거래처를 상대로 합의 내용은 관철시키되, 담합 사실 은닉을 위해 가격 인상 공문을 실행할 순서까지 미리 정했다고 판단했다.
업체들이 구매입찰을 통해 석유화학 제품을 구매하는 대형거래처에 대해 각사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기존 공동으로 결정한 가격 수준이 반영되도록 사전에 낙찰업체와 투찰가격을 합의했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업체별 보고체계에 따라 체계적·조직적으로 실행돼 새로 부임한 후임자를 타사에 소개하는 식으로 담당자 변경에도 담합이 지속되도록 하고, 일부 업체는 경쟁사 관계자들과 회합을 전담하는 직원인 ‘연락책’을 별도 지정했다고 봤다.
무엇보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석유제품 국제가가 급등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산업통상부가 지난 4~6월 석유화학제품 생산 안정을 위해 일부 업체들에 담합 대상 품목 관련 국고 약 1465억원을 지원했는데, 오히려 경제 위기를 손익 개선 기회로 활용하며 담합을 지속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달 5일 석유화학업체들 사무실과 개인 약 80명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김 대표 등 8명과 법인 7곳을 대상으로 고발을 1차 요청했고, 공정위는 지난 18일 고발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지난 14일 김 대표 등 8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PKC 영업본부장과 LG화학 사업부장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나머지는 ‘증거가 대부분 수집됐으며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개인 29명에 대해 추가로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고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2차 고발장을 냈다.
검찰은 강제수사 착수 후 약 45일만에 역대 최대 규모 담합 실체를 규명하고 각사 대표 등 고위 임원 범행 가담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개편되는 형사사법 체계에서도 서민 경제를 교란하는 담합 범행에 관여한 개인이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도록 중대범죄수사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라고 밝혔다.
bell@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