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생배달앱 1240억원 투입…1200억원이 소비자 할인쿠폰
지난해 650억원 넣자 점유율 4.6→10.8%…올해 대표 앱 이용자는 다시 감소
가맹점 밀도·배달 품질·반복 이용·자립구조 갖춰야 재정지원 이후 생존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배달료 쿠폰만 지원한다고 상생배달앱을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가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게 되기는 어렵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소재 소상공인연합회를 방문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상생배달앱 지원방식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 후보자는 “같은 재정 투입이라도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예결위 활동을 하면서 경험해봤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상생배달앱 내용이 좀더 구체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언급한 ‘상생배달앱 지원’과 관련한 현재 정부의 내년 예산은 1240억원이다. 이 가운데 1200억원이 소비자 할인쿠폰이고 나머지 40억원은 홍보비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공공배달앱 가운데 공공성과 시장성 등을 평가해 3~4개를 선정해 집중 지원한다. 전체 예산의 96.8%가 소비자 유인에 투입되는 구조다.
정부·지자체 예산으로 ‘쿠폰 할인’… 효과 사라지면 자생성도 소멸
공공배달앱에 ‘소비쿠폰’을 투입하면 이용자가 늘어나는 효과는 이미 확인됐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추가경정예산 650억원으로 ‘공공배달앱 활성화 소비쿠폰 사업’을 시행했다. 배달특급·대구로·배달모아·전주맛배달·배달의명수·배달e음·울산페달·배달양산·땡겨요·먹깨비·위메프오·휘파람 등 12개 앱이 참여했다.
효과는 컸다. 공공배달앱 점유율은 2024년 12월 4.6%에서 지난해 10월에는 10.8%까지 상승했다. 농식품부는 소비쿠폰 사업으로 중개수수료 351억원을 절감하고 4329억원의 추가 외식매출이 발생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지난해 6월10일부터 9월24일까지 주문건수도 전년 동기 421만건에서 1345만1000건으로 219.5% 늘었다.
문제는 ‘소비쿠폰’이 끝난 후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공공배달앱 ‘땡겨요’의 월간이용자수(MAU)는 지난해 12월 355만명에서 올해 8월 225만명으로 36.6% 줄었다. ‘먹깨비’ 역시 지난해 11월 69만명에서 올해 8월 49만명으로 28.9% 감소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이 투입되는 시기 ‘반짝’ 활성화 되고, 이후엔 앱 사용 규모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양상이 반복된다.
앱 열었을 때 ‘돈 쓸만한 가맹점’ 확보가 1차 관건
공공배달앱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조건은 세가지다. 첫째로는 등록 가맹점 숫자가 아니라 ‘활성 가맹점 밀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부산시가 44억원을 들여 구축한 ‘동백통’은 2022년 출범 이후 1년 만에 가맹점 8000곳, 다운로드 23만건, 누적매출 42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 2024년 5월 서비스가 종료됐다.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 종료 직전 등록 가맹점 1만1000곳 가운데 실제 거래가 발생하는 매장은 1800곳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대전 ‘휘파람’도 2년간 약 14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가맹점은 4328곳, 주문은 20만9000건에 그쳤다. 가맹점 한 곳당 2년 동안 평균 주문은 48건이었다. 월평균 약 2건이다. 이용 편의성에 대한 민원까지 이어지면서 대전시는 협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이에비해 시장 초기 ‘배달의민족’이 주요 공략 대상은 음식점 데이터 확보였다. 과거 김봉진 창업자는 전단지와 인쇄업체 등을 통해 6개월 만에 음식점 정보 5만건 이상을 확보했고, 2012년에는 음식점 데이터베이스가 10만건 규모로 늘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음식점 선택지가 많아지자 소비자가 모이고, 소비자가 늘면서 다시 음식점이 입점하는 네트워크 효과였다.
배달 품질 확보도 중요하다. 지난 2019년 후발주자로 진입한 쿠팡이츠는 ‘한번에 한집 배달’을 내세웠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 시작해 주문 1건당 배달원 1명을 배정하고 30분 안팎의 배송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소비자에게는 배달비와 최소주문금액을 없앴고 배달파트너도 별도로 모집했다. 소비자 혜택과 배송 인프라를 동시에 확충한 것이다.
결제 방식 다변화 통해 ‘앱’에 머무는 시간 늘려야
두번째로 공공배달앱이 지속성을 갖기 위해선 할인 외에 사용자가 앱을 다시 켤 수 있는 유인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6년째 운영되는 군산 ‘배달의명수’는 지역화폐인 군산사랑상품권을 결제수단으로 연결했다. 올해 5월까지 매출은 23억8300만원인데 결제액의 상당 부분이 지역화폐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시와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서울배달+땡겨요’도 지난해 연매출 1544억원으로 전년 423억원의 3.6배를 기록했다. 주문은 617만건, 가맹점은 5만4000곳, 회원은 250만명으로 집계됐다. 서울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을 결제수단으로 연계했고 중개수수료는 2%를 적용했다.
세번째는 정부 지원이 끝난 뒤에도 운영사가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공공배달앱은 중개수수료를 0~2% 수준으로 낮추더라도 서버 개발과 결제, 고객센터, 배달망, 마케팅 비용은 계속 발생한다. 거래가 늘수록 운영비도 증가한다. 별도 수익원이 없는 지자체 직접 운영 방식에서는 예산 축소가 곧 서비스 축소로 이어진다.
전주 ‘전주맛배달’이 대표적이다. 이 앱의 연간 매출은 2023년 48억원에서 2024년 33억원, 지난해엔 19억원으로 줄었다. 관련 예산도 2023년 7억원에서 올해 3억2000만원으로 줄었고 가맹점 수 역시 지난해 1526곳, 올해 6월 1608곳에 머문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국 지자체는 공공배달앱을 직접 운영하거나 지원해 다수의 사업을 추진했으나 성공적인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며 “이는 공공배달앱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중개수수료를 2% 이하로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성패는 결국 소비자 이용률에 달려 있다. 얼마나 많은 이용자가 참여하느냐가 공공배달앱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배달앱이 국내 대표 배달앱과 대등한 서비스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수수료와 소비자 가격 인하 △공공배달앱 운영을 통해 확보한 가맹점 DB 등 정보와 인프라를 신생 플랫폼과 일정 기간 제공·공유하는 등 구조적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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