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에너지 대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세계 기술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우리 정부는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로 구성된 3대 메가 프로젝트에 이어 미래 성장엔진을 확보하기 위한 7대 SEED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미래성장동력 보고회에서 느낀 것은 7개 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해법의 공통분모가 결국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씨앗으로 뿌려진 기술들의 10년, 20년 뒤 열매는 그 기술을 맡아 키울 인재를 지금 어떻게 길러내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는 이러한 미래 투자를 뒷받침할 재정의 틀로서 미래대응기금 신설 방안을 내놓았다. 반도체 호황 등으로 늘어난 추가 세수를 단기적인 지출에 모두 사용하기보다 미래 성장동력과 인재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방향에 공감한다. 또한 영유아 보육에서 고등·평생교육과 인재 육성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 단계의 교육 수요를 함께 고려해 투자 방향을 설계하려는 구상도 기술과 산업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시기에 필요한 접근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마련될 재원이 미래 인재의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투자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
먼저 인재양성 투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 학위를 한 번 취득하면 교육이 사실상 종료되던 인재양성 모델은 기술 변화의 속도가 개인의 경력 주기를 앞지르면서 한계에 이르고 있으며, 연구인력과 산업인력의 재교육과 지속학습을 상시화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따라서 인재양성을 특정 교육단계가 아니라 생애 전 주기의 성장경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래 성장엔진을 이끌 첨단인재는 대학에 입학한 이후의 교육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초·중등 단계에서 질문하고 탐구하는 힘과 기초학문의 소양을 쌓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이를 고도화된 교육과 도전적인 연구로 발전시키며, 연구와 산업 현장에 진출한 이후에도 기술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첨단 인재의 양성 또한 강의실 중심의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규모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첨단 연구·실험환경은 인재의 성장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조건이 되었고, 우수한 인재의 국제적 이동을 결정하는 요인 역시 보상의 수준을 넘어 함께 연구할 동료 집단의 수준과 도전적인 연구기회의 존재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연구 환경에 대한 투자는 시기를 놓친 뒤에는 동일한 효과를 회복하기 어렵다. 지금 이 전환기를 통과하는 인재 세대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지금이야말로 인재투자의 골든타임이다.
따라서 앞으로 조성될 기금과 재정 구조의 설계에서는 재원의 규모 못지않게 이를 관통하는 명확한 투자 원칙이 중요하다.
첫째는 지속성과 안정성이다. 인재를 기르는 데는 10년이 걸리지만 산업의 호황은 그보다 짧은 주기로 오르내린다. 인재양성 재원이 장기간 흔들림 없이 이어져야 대학과 연구현장도 10년 뒤를 내다보고 사람을 키울 수 있다.
둘째는 전략성이다. 치열한 글로벌 기술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세계 수준의 연구환경과 인재 집단을 구현해야 하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전략분야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교육·연구 거점에는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는 연계성이다. 인재의 성장은 어느 한 단계에서 완결되지 않으므로, 재정 또한 각 단계의 투자가 다음 단계의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전주기적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세 원칙을 구현하려면 책임성도 분명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교육·연구의 성과와 인재가 만들어 낸 혁신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받아야 한다. 성과에 대한 책임이 확립될 때 장기적이고 과감한 인재 투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지속될 수 있다.
‘대체불가 대한민국’의 출발점은 결국 사람이다. 지금이야말로 미래 성장엔진을 주도할 인재 양성에 국가의 역량을 결집할 골든타임이다.
배충식 KAIST 총장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