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생명·재산 보호 무엇보다 중요한 일
재난 대비 상시화…국가 대응체계 정비를
지자체 재난 대비 예산, 정부에 건의 할 것
부산·경남 행정통합 실무 사항 조율 단계
우주항공·방산·SMR 등 신산업 육성 주력
2차 공공기관 이전 대비 차별화 전략 전개
올 여름 경남은 극심한 재난에 시달렸다. 사상 유례없는 가뭄, 폭염, 극한호우까지…. 가뭄 사태 대응을 위한 국가소방동원령(12일)이 발령된 데 이어 21일에는 수마가 할퀴고 간 거제시와 통영시(산양읍·봉평동) 등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불과 열흘 사이에 극과 극을 오갔다.
‘지방행정 전문가’인 박완수 경남지사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상이변 홍역을 치른 경남은 처참하게 할퀴고 간 극한호우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민·관·군 모두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1일 경남도청 내 도지사실에서 피해 복구 중 잠시 짬을 내 헤럴드경제와 만난 박 지사는 “이제 이런 일이 일상화돼 매년 생길 것 같다”며 “일본의 지진 대응이 상시화돼 있듯이 우리도 폭염 폭우 등 재난에 대한 대비가 상시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일 피해 복구를 위해 거제와 통영을 찾은 박 지사는 재난 현장에서 직접 겪은 일들을 소개하며 정부의 재난대응 체계 전면 재검토를 강하게 요구했다. 다음은 박 지사와 일문일답.
-기상이변이 심각하다. 재난 대응체계도 전면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도민 복지를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응급대응 체계나 행정조직 등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행정기구나 조직도 확대해야 하고, 법령, 제도, 장비 등도 바뀌어야 한다. 펌프 하나도 이제는 중소형 펌프를 가지고는 대응을 할 수 없다. 아주 초대형 펌프가 아니면 안된다. 재난대응이 비상화가 아닌 상시화에 대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우리 경남도부터 소방, 경찰, 행정대응 시스템 등을 총괄하는 통합지원센터를 만든다. 이미 용역을 마쳤고, 별도의 건물을 지어 여기서 가뭄·폭염·수해·다중집회시 안전 문제 등 모든 재난을 총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피해 복구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예산 아닌가.
▶모든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재정이다. 그런데 지금 지방재정은 (추미애 경기지사의 얘기처럼) 한계상황에 와 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경기도가 그런 얘기를 할 정도면 모든 자치단체들이 마찬가지다. 우리 도의 경우 전체 예산중 95%가량이 중앙정부에서 다 정해 놓고 내려온다. 도가 사업 내용을 정할 수 있는 것은 5%도 채 안된다. 재해가 발생하면 중앙정부에서 10억원, 20억원 내려주고 복구비는 사후에 정부가 지원하는 시스템인데, 이런 식으로 해서는 재난대응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다. 자치단체가 필요한 예산을 가지고 재난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이런 내용을 정부에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이달 말 시·도지사 회의에서 말씀드릴까 한다’고 답했다).
-가뭄, 폭우 등 피해 현장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재정문제나 장비 문제 등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물 관리 문제다. 대한민국은 이미 물 부족 국가다. 그래서 폭우가 쏟아지면 그 폭우를 담을 수 있는 저수지 등 그릇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홍수도 방지하고 가뭄을 극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남강의 경우 담수 용량이 너무 적다. 산청에 비가 오면 남강에서 그 물을 다 담지 못해 밑으로 내려보내면 사천, 진주, 함안 등 곳곳에서 수해가 생긴다. 그런데 안 내려보내려고 (이번에) 위쪽을 막으니까 산청군 생비량 쪽 양천이라는 하천이 터져 버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목적 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부산·경남의 식수 문제도 심각하다. 부산에서 물 달라고 얘기하는데 10년 전부터 얘기됐던 경호강 다목적 댐을 아직까지 만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전국에 다목점 댐 10곳을 만들기로 했는데(경남의 경우 거제·의령, 2곳), 현 정부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우리나라 산세나 지형을 보면 가뭄, 수해, 식수난 해결 등을 위해서는 곳곳에 물을 담을 수 있는 저수지 등 다목적 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전재수 부산시장과 최근 세 차례 정도 만났다. 행정통합 등 부산·경남의 현안에 대해 얘기했나.
▶했다. 나는 민선 8기때 박형준 (전 부산)시장하고 이야기했던 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얘기했지만, 전 시장은 확실한 입장을 얘기 안 했다. 물론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긴 했지만 (입장을 말하기 보다) 일단 만나야 되겠다는 말씀만 했다. 이달 말에 만나자고 하니 전 시장이 다음달 초에 만나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입장은 확실히 정리가 돼 있다. 그런데 부산시 입장이 안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무적인 협의나 조율을 좀 하고 나서 만나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했다. 전 시장도 이에 동의해 지금은 실무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양 시도간에 의견 조율은 가능할 것으로 보나.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부·울·경메가시티)를 얘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얘기들은 일단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합의된 것은 합의된 대로 발표하고, 안 된 것은 각 시도지사의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도민들에게 발표하고 난 뒤 그 부분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입장 정리를 하면 되지 않겠나. 저는 특별연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광역행정을 운영하는데 공무원 수백명을 채용하고, 청사 만들고 할 필요는 없다. 각 시도에서 5명씩 모두 15명 정도만 해도 광역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게 훨씬 효율적이다. 행정통합이 아니면 특별연합은 의미가 없다. 다음달 초 모였을 때 그 부분에 대해서 조율이 되든지 안되면 전 시장이 입장을 확실히 밝힐 것으로 본다.
-민선 9기 도정 운영의 핵심 비전과 향후 중점 추진 방향은.
▶민선 9기 도정 운영의 핵심 비전은 ‘도민과 함께 경남 대도약’이다. 경남의 성장 엔진을 재가동하고 도약의 발판을 다져온 민선 8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민선 9기에는 도민 누구나 일상에서 확실한 변화를 직접 체감하는 경남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통·유능·신뢰를 도정 운영의 3대 축으로 삼아 현장 중심의 소통 행정을 확립하겠다. 중점 추진 방향으로는 첫째, 우주항공·방산·소형모듈원자로(SMR) 등 기존 주력산업과 피지컬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미래 신산업 육성을 통해 경남의 산업 경쟁력을 고도화하겠다. 둘째, 권역별 특화산업 육성과 광역 교통망 확충으로 어디서나 고르게 발전하는 균형발전 구조를 완성하겠다. 셋째, ‘경남도민 멤버십 카드’ ‘4050 복지포인트’는 물론 청년연금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체감 복지를 대폭 강화해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겠다.
-미래산업 전환을 위한 우주항공·방산·원전·피지컬 AI 등 육성 계획은.
▶우주항공 분야는 사천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방산과 원전은 SMR 제조부품 지원센터 구축, 앵커기업의 투자를 적극 연계하겠다. 특히 제조업의 판도를 바꿀 피지컬 AI 선도를 위해 2035년까지 21조원을 투입하는 4대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자율제조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위한 대형 국책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창원을 중심으로 로봇 파운드리와 AI 제조혁신 인프라를 구축해 제조 인공지능 전환(AX) 거점으로 집중 육성하겠다. 아울러 ‘경남 대도약 첨단산업 추진단’을 중심으로 민·관·학 협력체계를 가동해 대기업의 첨단투자가 기술혁신과 지역 산업생태계 전체의 확산으로 직결되도록 강력히 견인하겠다.
-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과 남해안권 발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두 특별법은 경남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적 필수 과제다. 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은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연구·산업·주거가 결합한 글로벌 허브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다. 특히 정부의 남해안 우주항공 산업벨트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이 필수적이다. 남해안권 발전 특별법은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 천혜의 자연자원을 글로벌 해양레저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핵심 열쇠다.
-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 관련 경남도 차별화된 전략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추진에 대응해 경남도는 지역 특화산업 고도화와 1차 이전 기관과의 시너지 창출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적 기관 유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주력산업 혁신을 통한 중소기업 진흥, 산업 혁신(피지컬AI) 클러스터 구축, 친환경 건설기술 경쟁력 강화, 글로벌 문화관광으로의 도약 등 4개의 세부 발전전략을 마련했다. 유치 타깃으로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환경공단, IBK기업은행, 한국마사회 등 40개 기관을 엄선해 맞춤형 유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발전사 통합 본사가 경남에 유치되어야 하는 이유는.
▶발전공기업 통합본사의 입지는 단순한 지역 안배가 아닌 이전 비용, 정주 여건, 에너지 전환 역량, 산업 연계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경남은 충분한 경쟁력과 당위성을 갖추고 있다. 타 지역 이전 시 25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신축 비용이 발생하지만, 경남은 기존 한국남동발전 본사 청사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국가적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또 하동, 삼천포, 고성 등 주요 발전소가 1시간 생활권에 위치해 있고,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전기연구원 등 대표 기업과 연구기관이 집적돼 있다.
-해군사관학교 통합·이전에 대한 경남도의 입장은.
▶국방부의 해군사관학교 내륙 통합·이전 추진은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공공기관 이전 기조 등과 전면 배치되는 획일적 접근이다. 지난 80년간 대한민국 해군의 모항으로서 국가 해양안보 인재를 양성해 온 진해의 역사성, 기관의 전문성, 도민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과거 육군대학과 해군작전사령부 이전에 이어 해군사관학교까지 이전하려는 정부 방침에 도민의 소외감과 박탈감이 매우 크다. 함정 운용과 해양작전 등 해군 고유의 교육 특수성을 살리려면 기지, 해양작전 현장, 교육 인프라가 집약된 진해가 최적지다. 국회, 지역 정·재계, 민간단체와 공동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
-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당부의 말씀은.
▶민선 8기때 우리 경남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해 왔고, 그 성과가 도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도민들의 많은 성원이 있었다. 이제 민선 9기에는 8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경남이 흔들림 없이 대한민국 최고의 자치단체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산업·경제·문화·복지·교육 등 모든 부분의 품격을 확실히 높여서 다른 광역단체와 차별화 하겠다. 도민들의 변함없는 성원을 당부드린다.
정리=황상욱·박병국 기자
※박완수 지사가 걸어온 길
▷1955년 경남 통영 출생
▷1974년 마산공고 졸업
▷1979년 경남대 행정학과 졸업·제23회 행정고시 합격
▷1994년 경남 합천군수(관선)
▷1997년 경남도 경제통상국장
▷2001년 경남대 행정학 박사
▷2014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2016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
▷제19·20대 경남 창원시장
▷초대 통합 창원시장
▷제20·21대 국회의원(경남 창원의창)
▷제38·39대 경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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