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급매 늘자 경기도서도 ‘갈아타기’
“올파포 18평 15.5억에 팝니다” 나오기도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8·3 세제 개편안으로 고가 주택에 대한 세 부담이 강화되자 강남권 부동산 시장에서 ‘급매물’이 대거 쏟아지는 가운데, 이를 기회삼아 ‘상급지 갈아타기’를 노리는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자산가들 사이에선 매물이 늘어나고 가격이 떨어진 현재 부동산 시장을 자산 증식의 기회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반포 재건축 아파트 매입한 경기도 거주자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잠원동에 소재한 신반포2차 아파트 79㎡(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5일 41억5000만원(9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월 기록한 신고가 47억5000만원(8층)보다 6억원 하락한 가격이다.
법원 등기소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를 매수한 이들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거주하는 A·B씨로, 별도의 근저당권을 설정받지 않아 전액 현금 매수로 추정된다. 서울 전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기존 주거지를 처분하고 반포로 이동한 ‘갈아타기’일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미도1차 아파트 84㎡는 지난 8월 40억1500만원(12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찍힌 최고가(41억8000만원·12층)보다 1억5000만원 넘게 저렴한 가격이다.
해당 아파트를 계약한 매수자는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거주자로, 주택 처분 자금과 일부 대출, 그리고 보유 현금을 통해 급매를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급매 시장을 활용한 자산가들의 ‘줍줍’ 사례도 나타났다. 서초구 방배동에 소재한 방배그랑자이 112㎡는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에 거주하는 한 90년대생이 전액 현금으로 매수했는데, 지난해 10월 체결된 최고가(40억원)보다 1억5000만원 떨어진 3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은행권 자산관리 상담 전문가는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심리는 위축된 지 오래”라면서도 “다만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출회되는 ‘급매’를 기회삼아 ‘갈아타기’를 단행하거나 자녀를 위한 매입을 상담하는 이들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올파포 18평 급매 팝니다” 늘어나는 매물
이처럼 갈아타기장이 펼쳐진 배경에는 정부의 세제개편안 확정에 따른 세 부담 증가, 이로 인한 급매물 출현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시가 35억~40억원을 넘어서는 초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지도록 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체계도 개편해 실제 거주 기간을 공제 계산에 반영하는 등 다주택자와 비거주 주택에 대한 공제 요건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강남권에서는 현금 흐름이 부족한 고령층이나 양도소득세 부담을 느끼는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날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강동구 둔촌동에 소재한 올림픽파크포레온 39㎡를 15억5000만원 급매로 내놓으니 연락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타입은 지난 5월 신고가 18억원을 기록했으므로 2억5000만원 이상 하락한 가격이다.
실제 초고가·비거주 주택을 겨냥한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서울 매물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서울의 매매 매물 건수는 7만2387건으로 개편안 발표일인 지난달 3일 6만409건에서 약 7주 만에 1만1978건(19.8%) 늘어났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의 매물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 기간 강남3구 아파트 매물은 5701건(25.7%) 증가해 서울 전체 증가분의 47.6%를 차지했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구 매물이 24.4% 늘었으며 서초구와 송파구도 각각 27.3%, 25.5% 증가했다. 강남3구 모두 서울 전체 매물 증가율(19.8%)을 웃돌았다.
단 이 같은 급매 출현이 전반적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급매’라는 표현만 보고 강남 집값 전체가 단기간에 10억원 폭락했다고 해석하면 시장을 잘못 볼 수 있따”며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일률적인 하락이라기보다 초고가 주택과 세금 부담이 큰 매물부터 가격 조정 압력이 강해지는 과정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hs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