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 ‘조선해양플랜트 소부장 특화단지’
정부,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공모에 선정
부유식 천연가스 저장시설 건설 본격화 될 듯
해외 라이선스 의존 탈피·핵심 기자재 국산화
생산유발 4조2000억원, 고용창출 1만9000명
[헤럴드경제(창원)=황상욱 기자] 경남 거제에 ‘바다 위의 LNG 공장’으로 불리는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액화공정) 핵심 기지가 들어선다. 최근 맞이한 조선업 호황 기류를 타고 친환경·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 기술 자립을 이뤄내 지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견인할 전망이다.
23일 경남도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단지’ 공모에 거제 조선해양플랜트 특화단지가 최종 선정됐다. 이번 특화단지 지정으로 해외 라이선스에 묶여 있던 FLNG 원천기술과 핵심 소부장을 국산화해 거세게 추격하는 중국을 따돌릴 ‘K-조선 초격차’ 확보에 본격 나선다.
이번 특화단지 선정은 경남도와 거제시, 앵커기업 한화오션, 경남테크노파크 등이 협력해 거둔 성과다. 정부는 첨단 조선·해운산업을 동남권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실증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R&D), 인재 양성, 규제 특례 등 패키지 지원을 집중할 방침이다.
▶‘바다 위 LNG공장’ FLNG, 핵심기술 자립이 관건=FLNG는 해상 가스전 상공에 부유한 상태로 해저에서 뽑아 올린 천연가스를 정제해 영하 162도로 급속 냉각·액화한 뒤 이를 자체 저장탱크에 보관하다 LNG 운반선에 직결해 하역하는 최첨단 융복합 설비다. 통상 축구장 3~4배 길이에 달하는 선체 위에 거대한 육상 화학공장을 통째로 압축해 얹어놓은 구조로, 1기당 건조 가격만 4조원을 웃도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프로젝트다.
육상 플랜트는 부지 확보 과정에서 주민 민원과 환경 규제, 천연가스 누출 및 폭발 위험 등이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반면 FLNG는 육상과 멀리 떨어진 먼바다 심해 가스전으로 직접 이동해 가스를 채취하므로 입지 제약과 각종 규제 장벽에서 자유롭다. 특히 최근 중동 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위기 등 글로벌 해상 물류 불안과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촉발된 전력 수요 급증세 속에 국가 에너지 안보를 지킬 전략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작 난이도도 극도로 까다롭다. 육상 플랜트와 달리 바다의 거센 파도와 바람으로 선체가 끊임없이 요동치는 극한 환경을 견뎌내야 한다. 격렬한 흔들림 속에서도 수만 개의 정밀 화학 배관이 균열 없이 냉각 가스를 안전하게 순환시켜야 하므로 고도의 복합 엔지니어링 설계 기술과 극한의 안전성이 필수적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압도적인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전 세계 FLNG 수주를 사실상 독점해 왔다. 그러나 겉으로 화려함 이면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했다. 핵심인 ‘천연가스 액화공정 설계 원천기술’을 프랑스 테크닙 등 소수 해외 엔지니어링 기업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조선사들은 1기당 4조원대 FLNG를 수주하고도 수주액의 2~3%에 달하는 800억~1200억원의 막대한 로열티를 해외에 고스란히 지급해 왔다. 더 큰 문제는 ‘벤더 고정’이다. 해외 라이선스 기업이 자사 특허 설계를 내세워 지정된 해외 협력업체 부품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면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뛰어난 기술을 갖추고도 진입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경남도는 이번 특화단지 지정을 계기로 해외 의존도 100%에 달하는 4대 핵심 품목의 국산화에 나선다. 액화공정 설계기술 자립을 필두로 가스 속 불순물을 제거하는 ‘수분 흡착제’, 냉각 가스를 팽창시키는 ‘터보 팽창기’, 극저온 환경을 견디는 ‘극저온 열교환기’가 핵심 과제다. 앵커기업인 한화오션이 액화공정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R&D 지원으로 국산화된 지역 중소기업의 부품을 실제 설계에 반영해 발주하는 선순환 협력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 2031년까지 1조5220억원 투자, 고용창출 1만9천여명=사업 추진을 위해 민관이 투입하는 자금은 2031년까지 1조6000억원에 육박한다. 앵커기업 한화오션이 대형 해양플랜트 건조 설비 구축, 스마트 제조 자동화, 안전관리 인프라 확충 등에 1조5220억원을 투자한다.
여기에 국비와 지방비, 민간 매칭 등 745억원을 투입해 핵심기술 자립, 실증 인프라, 전문 인력 양성을 뒷받침한다. 또 핵심 기자재의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을 구축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에도 기여한다는 것이다.
단지 배치는 기능별로 분할 집적화한다. 거제시 장목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부지에는 개발된 부품의 성능을 정밀 검증할 ‘실증 테스트베드’를 세운다. 향후 거제로 투자를 희망하는 협력 소부장 및 기자재 기업들은 거제 오비2일반산업단지와 덕곡산업단지에 집중 배치해 탄탄한 산업 밸류체인을 형성할 방침이다.
이번 특화단지 조성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 4조2000억원, 고용 창출 1만9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불황의 늪을 건너온 지역 조선 경기 전반에 확실한 낙수효과를 안길 것으로 보인다.
범용 상선과 LNG선에 이어 최근 첫 FLNG 인도까지 성공하며 맹추격하는 중국을 따돌릴 분수령이다. 핵심 소부장 공급망을 내재화해 거센 저가 공세를 막고, 넘볼 수 없는 기술 장벽으로 K-조선의 글로벌 초격차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최만림 경남도 경제부지사는 “조선해양플랜트 소부장 특화단지는 경남을 넘어 대한민국 조선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FLNG 핵심기술 자립과 소부장 국산화로 K-조선의 초격차 경쟁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책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ook96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