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4→1위로 계단식 성장 궤적
차트 집계 이래 주간 최고 수치 달성
하이브식 현지화 모델 2년만 성과
넷플릭스 서사·Z세대 퀴어 포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하이브(HYBE)와 유니버설 뮤직 산하 게펜 레코드의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가 데뷔 2년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다. K-팝의 트레이닝·제작 시스템을 해외 현지에 이식한 다국적 그룹 중 메인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른 것은 캣츠아이가 처음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 예고 기사에 따르면, 캣츠아이의 새 음반 ‘와일드(WILD)’는 29일 자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로 데뷔했다.
이는 2020년대 들어 블랙핑크의 ‘본 핑크(Born Pink)’, 뉴진스의 ‘겟 업(Get Up)’, 트와이스의 ‘위드 유스(With YOU-th)’에 이어 여성 그룹 통산 네 번째로 달성한 메인 앨범 차트 정상 기록이다.
틈새 대진운마저 좋았다…역대 걸그룹 최고 기록
캣츠아이는 이번 1위를 통해 자체 최고 기록은 물론 팝 음악계의 걸그룹 사에서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빌보드에 따르면, ‘와일드’는 캣츠아이 자체 최고 주간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와일드’의 첫 주 17만 단위 중 순수 앨범 판매량은 14만5000장(톱 앨범 세일즈 차트 1위), 스트리밍 앨범(SEA)은 2만 4500단위(약 2695만 회 공식 온디맨드 스트리밍, 톱 스트리밍 앨범 19위), 트랙 앨범(TEA)은 약 500단위를 기록했다.
‘빌보드 200’은 루미네이트가 집계한 앨범 등가 단위를 기반으로 미국 내 주간 최고 인기 앨범을 순위로 매긴다. 전통적 앨범 판매량, 트랙 앨범(TEA), 스트리밍 앨범(SEA) 등으로 구성된다.
캣츠아이의 음반 판매량은 2015년 12월 ‘빌보드 200’이 단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걸그룹 최대 주간 기록을 달성했다. 순수 앨범 판매량에서도 트와이스(TWICE)의 ‘레디 투 비(Ready To Be: 12th Mini Album)’가 14만6000장으로 데뷔했던 2023년 3월 이후 3년 만에 걸그룹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캣츠아이의 이번 1위는 선공개 싱글 ‘핑키 업(Pinky Up, 핫 100 28위)’과 ‘애니멀(Animal, 핫 100 24위)’의 연이은 히트가 앨범 전반의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결과로 풀이된다.
게다가 시기적 운도 따라왔다. 대형 팝스타들의 컴백 주간에는 1위 기준선이 20만~30만 단위를 훌쩍 넘어서는 반면, 이번 주간 차트는 14만~17만 선에서 승부가 갈리는 완만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전주 1위였던 스트레이 키즈의 ‘디스 앤 댓(THIS & THAT)’이 발매 2주 차를 맞아 78% 급락(8만2000단위)하며 3위로 밀려났고,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던 싱어송라이터 피비 브리저스(Phoebe Bridgers)의 신보 ‘로스트 위켄드(Lost Weekend)’는 11만8000단위(2위)에 그쳤다. 올리비아 로드리고, 아리아나 그란데, 모건 월렌 등 차트 상위권 음반들이 이미 수 주 차 하향 안정화 단계에 진입해 있던 틈새를 캣츠아이가 파고들었다.
앞서 지난주 스트레이 키즈는 36만9000유닛, 아리아나 그란데는 29만5000유닛을 기록한 바 있다.
‘날것의 서사’, Z세대를 사로잡다
캣츠아이의 시작은 2024년에 방송된 다큐멘터리부터였다. 그해 8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팝스타 아카데미: 캣츠아이(Pop Star Academy: KATSEYE)’를 통해 하이브의 T&D(Training & Development) 과정에서 벌어지는 연습생들 간의 갈등, 문화적 충돌, 정서적 불안과 탈락의 아픔 등을 담아내며 시청자와 만났다.
이 다큐멘터리는 데뷔 앨범인 첫 번째 미니음반 ‘에스아이에스(SIS : Soft Is Strong)’의 수록곡 ‘터치(Touch)’의 폭발적인 틱톡 바이럴과 시너지를 냈다.
‘터치’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진입과 함께 음원 차트를 역주행하면서 팀의 인지도가 수직상승했고, 데뷔작은 ‘빌보드 200’ 119위로 첫발을 뗐다. 이어 2025년 발매된 두 번째 미니앨범 ‘뷰티풀 카오스(Beautiful Chaos)’가 4위를 기록하며 탄탄한 팬덤을 확인한 뒤, 이번 정규 앨범 ‘와일드’를 통해 마침내 1위로 직행하는 발판이 마련됐다.
캣츠아이의 성장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점은 금기를 깨는 행보였다. 기존 K-팝 그룹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국내 기획사 출신 그룹으로는 유례없는 정체성 고백으로 화제가 됐다.
지난해 3월 인도계 미국인 멤버 라라가 팬 커뮤니티 위버스(Weverse) 라이브를 통해 동성애자라고 밝혔고, 이어 6월 메간 역시 자신이 양성애자(Bisexual)라고 고백했다. 데뷔 1년도 채 되지 않은 현역 걸그룹 멤버 2명이 잇달아 커밍아웃한 사상 초유의 사례다.
캣츠아이의 성 정체성 고백은 서구 팝 시장과 젠지(Gen Z) 세대 팬덤에게는 기획사에 통제받지 않고 자기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는 진정성으로 받아들여졌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핵심 가치로 내건 팀의 ‘서사’가 팬들의 강력한 유대와 지지를 결집하는 원동력이었다.
글로벌 체급 입증한 2년…5연속 ‘핫 100’ 진입
캣츠아이의 ‘빌보드 200’ 1위 등극은 일회성 돌풍이 아닌, 음원과 음반 전반에서 축적된 글로벌 소비력의 결과물이다.
그룹은 ‘날리(Gnarly)’, ‘가브리엘라(Gabriela)’, ‘인터넷 걸(Internet Girl)’, ‘핑키 업(PINKY UP)’, ‘애니멀(Animal)’까지 발표하는 신곡 5곡을 연달아 미국 빌보드 ‘핫 100’에 올렸다. 하이브 레이블즈 동료인 르세라핌(LE SSERAFIM), 아일릿(ILLIT)과 합작한 스페셜 싱글 ‘아이코닉 바이 미스테이크(ICONIC BY MISTAKE)’ 역시 ‘핫 100’ 38위로 진입한 뒤 2달간 롱런하며 화력을 보탰다.
영국 ‘오피셜 싱글 톱 100’에서의 성장세는 한층 가파르다. ‘날리’(52위)를 시작으로 ‘가브리엘라’(38위), ‘인터넷 걸’(24위), ‘핑키 업’(14위)에 이어 최신 차트(8월 21~27일 자)에서는 ‘애니멀’이 12위까지 치고 올라오며 매 컴백마다 팀 자체 최고 순위를 갈아치웠다. 여기에 신보 타이틀곡 ‘후티 프루티(Hootie Frutti)’가 16위, 수록곡 ‘벨 에어(Bel Air)’가 97위로 진입해 단일 주간에만 3곡을 영국 메인 싱글 차트에 올려놓는 저력을 보여줬다. ‘애니멀’은 빌보드 ‘글로벌 200’에서도 10위에 안착했다.
전작의 롱런 파워와 유럽 앨범 차트 장악력도 두드러진다. 전작인 두 번째 EP ‘뷰티풀 카오스(BEAUTIFUL CHAOS)’는 ‘빌보드 200’ 최고 4위를 찍은 뒤 8월 22일 자 기준 누적 59주간 차트를 지켜내며 막강한 음반 수명을 보여줬다. 이번 3번째 EP ‘와일드(WILD)’는 미국 1위뿐 아니라 네덜란드와 벨기에 메인 앨범 차트 1위, 영국·프랑스 2위, 아일랜드 3위, 독일 4위 등 유럽 주요국 앨범 차트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캣츠아이는 24일 기준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 수도 3828만1654명으로 자체 최고치를 경신했다. 캣츠아이는 내달 9월 1일 아일랜드 더블린을 시작으로 유럽과 북미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월드투어 ‘더 와일드월드 투어(THE WILDWORLD TOUR)’에 돌입하며 글로벌 팬덤 굳히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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