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대상 법인주택 2639채 전수점검
10채 중 4채, 사주 일가가 쓰는 ‘황제사택’
임광현 국세청장 “탈세 위험 신호” 세무조사 시사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종합부동산세 대상 고가 법인주택 10채 중 4채 이상이 사주 일가의 거주나 사적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이 같은 ‘황제사택’ 관행을 기업 전반의 탈세 위험을 보여주는 신호로 보고, 혐의가 확인된 법인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23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비정상의 정상화, 황제사택 관행 바로 잡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고가 법인주택 전수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국세청은 국민주택 규모 이상이면서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해 종부세가 부과되는 고가 법인주택 2639채를 전수 점검했다.
이 가운데 임대용 1157채와 직원 기숙사 등 업무용 385채를 제외한 1097채, 전체의 41.6%가 사주 일가의 거주 또는 사적 사용에 활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점검 대상 주택의 평균 공시가격은 20억원을 웃돌았다. 공시가격 30억원을 넘는 주택이 453채, 100억원을 초과한 주택도 12채에 달했다. 가장 비싼 주택은 공시가격이 2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가주택을 사주가 사적으로 사용한 법인은 연매출 수십억원의 중소기업부터 수십조원의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발됐다.
임 청장은 “현행 세법상 출자 임원과 그 친족이 사용하는 사택 이익과 유지비는 과세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다”며 “그럼에도 변칙적인 무상 거주가 업계 일부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임 청장이 제시한 사례를 보면 일부 기업은 ‘한강뷰’가 좋거나 서울 강남·용산에 자리한 초고가 아파트를 사주 또는 자녀들의 고급 사택으로 제공하면서 평직원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개인이 보유하던 고가 주택을 법인에 넘긴 뒤 계속 사용하는 부동산 투기형도 있다고 전했다.
직원 복지를 명목으로 100억원이 넘는 고급 콘도를 법인 명의로 사들인 뒤 오너 일가나 일부 임원이 사적으로 사용하면서 일반 직원에게는 ‘그림의 떡’인 사례도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고 임 청장은 적었다.
다만 임 청장은 이러한 사적 사용을 비정상적인 행태로 규정하고, 기업 전반의 탈세위험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봤다.
임 청장은 “혐의가 확인된 법인의 성실도 전반에 대한 엄정한 세무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고급 콘도, 회장 유학자녀의 해외 사택 무상 제공이나 유학비 지원 등 법인자금 횡령 행위 전반으로 국세청 검증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회사의 공적 영역’과 ‘오너의 사익 추구’ 경계가 모호한 기업들에 대해서 원칙을 명확히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며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반칙 특권을 누리는 일부가 아닌 규칙을 지키는 다수가 존중받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반부패정책협의회 연장선상으로 국세청 차원에서 실행하는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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