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모더나, 흑색종 3상서 재발·원격 전이 위험 유의미하게 낮춰

환자 돌연변이 분석해 신생항원 34종 공략…1:1 맞춤 치료 본격화

삼양바이오팜, LNP 극복한 ‘나노레디’로 비임상 표지 논문 장식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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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인류의 핵심 방역 무기로 자리 잡았던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이 마침내 암 정복의 문턱을 넘어섰다. 환자 개인의 암세포 유전정보를 분석해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치료용 암백신’이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최초로 유효성을 입증하며 상용화에 청신호를 켰다. 여기에 국내 바이오 기업도 기존 전달체의 한계를 극복한 독자 플랫폼의 전임상 성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며 맞춤형 암백신 상용화 경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 제약사 머크(MSD)와 모더나는 19일(현지시간) 완전 절제 수술을 받은 고위험(2B~4기) 피부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임상 3상(INTerpath-001)에서 긍정적인 톱라인 결과를 확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양사가 공동 개발 중인 mRNA 기반 개인 맞춤형 신생항원 치료제 ‘인티스메란 오토진’(프로젝트명 mRNA-4157/V940)과 머크의 대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병용 투여한 결과, 키트루다 단독 투여군 대비 1차 평가지표인 무재발 생존율(RFS)과 주요 2차 평가지표인 원격 전이 무진행 생존율(DMFS)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임상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확인했다.

개인 맞춤형 신생항원 치료제(INT)이자 mRNA 기반 암 치료제가 임상 3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수술 후 보조요법(adjuvant) 치료 환경에서 표준 치료법인 키트루다 단독 요법 대비 우월한 임상적 개선을 입증한 3상 연구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임상 3상은 전신 치료 경험이 없는 고위험 절제 흑색종 환자 1137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방식으로 진행됐다. 양사는 임상 프로토콜에 따라 전체 생존율(OS) 등 추가 2차 평가지표 평가를 지속하며, 세부 데이터를 향후 국제 의학 학술대회에서 공개하고 각국 규제 당국과 허가 신청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지질나노입자(LNP)가 분해되며 내부의 mRNA를 방출하는 과정. [게티이미지뱅크]
지질나노입자(LNP)가 분해되며 내부의 mRNA를 방출하는 과정. [게티이미지뱅크]

감염 예방 넘어 ‘암 재발 방지’…mRNA 암백신은 ‘치료 백신’

흔히 ‘백신’이라 하면 바이러스 감염을 사전에 막는 예방용 제제를 떠올리지만, 암백신은 이미 발생한 암세포를 공격하거나 수술 후 미세하게 남아있는 암세포를 제거해 재발과 전이를 막는 ‘치료용 백신’이다.

인티스메란은 수술로 떼어낸 환자의 종양 조직을 유전자 분석해 해당 환자만이 가진 고유한 암세포 돌연변이 ‘지문’을 찾아낸 뒤, 최대 34개의 신생항원(Neoantigen)을 암호화한 합성 mRNA로 제작된다. 이를 환자에게 주입하면 체내 세포가 해당 신생항원 단백질을 생성하고, 면역체계(T세포)는 이 신생항원을 인식해 정상 세포의 손상 없이 암세포만을 표적 공격하도록 훈련받는다.

특히 이번 성과는 ‘암세포의 면역 회피 브레이크를 해제하는’ 면역관문억제제(키트루다)와 ‘체내 면역세포에 암세포 식별 훈련을 시키는’ mRNA 백신 간의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대규모 임상으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앞서 양사가 2026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한 임상 2b상(KEYNOTE-942) 5년 추적 관찰 데이터에 따르면, 병용요법군은 키트루다 단독군 대비 재발 및 사망 위험을 49%(HR=0.51), 원격 전이 및 사망 위험을 59%(HR=0.411) 낮춘 바 있다. 3상에서도 이와 일관된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됐다.

글로벌 흑색종 치료 권위자인 호주 흑색종연구소의 조지나 롱(Georgina Long) 교수는 “환자 고유의 종양 돌연변이 지문을 기반으로 설계된 인티스메란과 펨브롤리주맙의 병용이 재발 및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3상”이라며 “환자들이 암 없는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이 열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테판 방셀(Stéphane Bancel)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개별 환자의 암에 맞춘 mRNA 치료제를 만든다는 것은 수년간 염원이었으나 이제 현실이 됐다”고 강조했다.

양사는 흑색종을 시작으로 비소세포폐암(NSCLC), 방광암, 신세포암 등 다양한 암종 및 병기를 대상으로 총 9건의 2상 및 3상 임상을 포함하는 ‘INTerpath’ 글로벌 임상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맞춤형 암백신의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K-바이오도 가세…삼양바이오팜, LNP 한계 넘은 전달체 ‘나노레디’ 성과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mRNA 암 백신의 핵심 기술인 약물전달체(DDS)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가 나왔다.

삼양바이오팜은 mRNA 암 백신에 활용할 수 있는 독자적 유전자 전달체 ‘나노레디(NanoReady)’의 비임상 연구결과 논문이 약물전달 및 제형기술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인 ‘저널 오브 컨트롤드 릴리즈(Journal of Controlled Release)’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돼 게재됐다.

나노레디는 삼양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지질과 생분해성 고분자를 결합한 나노입자 형태의 플랫폼 기술 ‘SENS(Selectivity Enabling Nano Shell)’ 중 하나다.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비장의 수지상세포에 선택적으로 mRNA를 전달하도록 설계됐다.

나노레디의 최대 강점은 ‘신속한 제조’와 ‘고용량 탑재’다. mRNA 없이 전달체만 미리 만들어 보관할 수 있어, 환자별 종양 특성에 맞는 항원 mRNA가 확보되면 전달체와 단순 혼합하는 방식만으로 쉽고 빠르게 맞춤형 암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

또한 기존에 널리 쓰이던 LNP(지질나노입자)와 달리 다층 구조로 설계돼 입자당 약 20배 많은 mRNA를 탑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의 항암 면역반응을 대폭 끌어올린다.

삼양바이오팜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예방백신, 간질환 및 폐질환 치료제용 SENS 전달체 연구 성과의 학술지 게재를 추진하는 한편, 인비보(In vivo) CAR-T 치료제, 중추신경계(CNS) 타깃 치료제, 신규 RNA 카고(Cargo) 등 차세대 파이프라인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삼양바이오팜 관계자는 “나노레디가 연구단계를 넘어 다양한 mRNA 후보물질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임을 전임상 단계에서 입증했다”며 “자체 mRNA 암 백신 개발은 물론 글로벌 기술이전과 신약 공동 개발 등 플랫폼 기반 사업 확대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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